[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요즘에는 ‘고객님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해요. 그래서 나태해지고 싶지 않아요.”
‘월드스타’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정지훈은 과거에도, 순위에도 집착하지 않게 된지 꽤 됐다. 냉정하게, ‘직업의 유통기한’에 대한 고민도 매일 같이 한다. 무대에 서고 작품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자기관리에 엄격하고 매 작품 열정적인 이유를, 그는 고객을 잘 모시고 싶은 ‘책임감’에서 찾았다.
정지훈은 최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로 존재감을 새겼다.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와 그녀의 경호원 ‘도윤’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한 정지훈은 “마무리는 작년에 했고, 공개가 되는 과정이었는데 제 생각보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은 기대를 했다. 한국이 좋아할 만한 클리셰가 있었고, 화려한 액션이 있어서 자신 있었는데 해외에서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작품을 끝낸 소감을 전했다.
‘화인가 스캔들’은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기준으로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디즈니+ TV쇼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성적, 성과에 대한 기대를 안할 수 없지만, 10년 전부터 카메라 앞에 서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어릴 때는 순위에 집착을 했어요. 열심히 했는데 시청률이 기대 이상 안 나오면 허무했어요. 이제는 그런 과정을 넘어서 좋은 작품을 마무리 잘했다는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역설적으로 이번 작품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1등’이라는 결과였다.
“냉정하게, 직설적으로 말해도 되나요. 1등해서 좋았어요. 순위 집착은 안하지만… 기대 안하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뭔가 서비스 받는 느낌이었어요. 며칠 간 행복했어요(웃음). 뻔한 조미료인데 맛있어서 한국 정서에 맞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한국의 팬들은 무조건 좋아해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정지훈은 모든 것을 바쳐 오완수를 지키는 경찰 출신 경호원 서도윤 역을 맡았다. 화인가 며느리 오완수 역의 김하늘과 위태롭고 매혹적인 멜로, 그리고 친구와 화인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정지훈도, 김하늘도 데뷔 20년 넘게 숱한 작품을 해온 베테랑 배우들이지만, 작품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하늘 선배님이 제가 고등학생 때 데뷔를 했어요. 지금도 아름답지만 그 때는 신선하면서 제 주변 또래 고등학생들이 다 좋아했어요. 아이돌이었죠. 분명 접점이 있을 법하기도 했는데, 지금 만나서 연기를 하니 더 편안했어요.”
재벌가 며느리와 경호원, 두 사람의 관계는 아슬아슬하다. 정지훈은 로맨스 혹은 불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세히 보면 1부부터 10부까지 둘 다 즉흥적이에요. 로맨스라기보단, 파이팅이 있어요. 간질간질한, ‘뽀뽀를 할까 말까. 손을 잡을까 말까’ ‘아름다운 곳에서 손을 붙잡고 걸어간다’가 있으면 불륜일텐데, 둘 다 갑작스러운 이끌림이 있어요. 연민이랄까요. 즉흥적 멜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로맨틱한 것은 없었던 드라마였어요.”
불륜 미화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 정지훈은 “‘키스신을 왜 하는거냐’고 할 수 있다”라며 “(완수 입장에서는) 나를 지켜주려고 칼에 찔리고 애처롭다. 서로의 동정심에 이끌린 한 번의 실수가 아닌가. 불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여자 할래요?’ 같은 대사도 오그라들지 않게 하는 것도 숙제였다. 대사가 많지 않았던 캐릭터였기에, 하나하나의 대사들이 더 크게 느껴졌던 터.
“김하늘 선배와 대화를 많이 했어요. ‘나 괜찮아?’ ‘느끼하지 않아?’ ‘오그라들지 않아?’ 계속 물었죠. 김하늘 선배도 ‘나랑 잘래?’ 대사할 때 ‘오그라들지 않아?’라고 하며 꾸준히 대화를 했어요. 사실 호불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여성 시청자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하는 멘트가 있는데, 그게 드라마에요. 시청자의 끌어당김을 위한 장치죠. 차선책을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어떻게 오그라들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김하늘의 보디가드인 정지훈의 액션도 부각된다.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질인 그는 “감독님이 ‘헬스한 사람 같다’고 해서 일부러 근육을 뺐다”고 했다. 헬스보다는 달리기를 하며 체중 관리를 했다.
“저는 매일 1시간 동안 쉼 없이 쇠질을 해요. 왼쪽 무릎 연골이 거의 없어요. 그 부분을 이겨보려고 근육을 키웠더니 훨씬 편해졌어요. 오히려 컨디션은 어릴 때보다 지금이 편안한 거 같아요. 물론 유통기한이 있으니까 제가 언제 상할지 몰라요. 액션은 올해 내년이면 다 한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불러주면 또 하겠지만(웃음).”
정지훈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엄격한 자기관리로 정평이 난 스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제가 가진게 없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늘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고객님들을 모신다는 생각으로 관리를 했던 거 같아요. 그럼 나태해질 수가 없죠. 제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싶어요.”
정지훈은 올해 가수로도 팬들을 만났다. 지난 6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총 2회에 걸쳐 단독 팬미팅 ‘STILL RAINING’을 개최했다. 가수로도, 연기자로도 행복했던 나날이었다.
“작품이 들어오면 감사하고, 무대 하나하나가 감사해요. 올해 행복한 일들이 맣이 생겼는데, 뭘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어요. 어떤 무대를 주더라도, 고객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목관리도 더하고 있어요.”
비는 ‘월드스타’의 수식어와 영광은 뒤로 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제가 활동하던 시절에 저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어요. 그 때는 감사한 성과들이 몰려왔어요. 앞으로 10년, 20년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제 인생사에 저에 대한 축복들이 또 있을까 생각을 해요. 정말 멋있는 후배들에겐, 도전해 왔던 선배로서 손뼉 쳐주고 싶어요. 바통터치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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