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위크 출장 마지막 날, 빠지지 않고 들르는 방앗간 같은 곳이 생겼다. 미국 틴에이저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이다. 베이비 티셔츠 같은 손바닥만 한 코튼 아이템으로 가득한 이곳의 제품은 대부분 ‘One Size’다.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채로운 체형의 몸을 수용한다. 이곳의 티셔츠와 언더웨어, 트레이닝팬츠, 스웨트셔츠 등 베이식 아이템들은 일상에서 툭툭 활용하기 최고다. 최근 구매한 아이템은 빈티지 디자인이 특징인 아일릿 디자인의 라인들. 속옷에 장식되는 미니 리본과 레이스 디테일이 특징이다. 실용성 강한 이 옷가지들을 하나둘 꺼내 입으며 하이패션과는 상관관계가 없으리라 생각한 찰나, 이런 이너 웨어를 메인 룩으로 내세운 런웨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덧 우리 몸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 더욱 은밀하게 느껴지는 속옷 같은 옷들이 트렌드 최전방에 서게 된 것. 사실 언더웨어는 매 시즌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용되는 소재다. 관능적이고 섹슈얼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란제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번 언더웨어 트렌드는 조금 다르다. 이전보다 쉽고 클래식하다. 살갗이 비치는 레이스나 시어한 소재 대신 보들보들하고 부드러운 코튼 소재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블랙과 레드처럼 강렬하고 대담한 컬러 대신 순수하고 깨끗한 화이트 컬러가 주를 이룬다. 그뿐 아니라 앙증맞은 리본 디테일과 프릴 장식으로 소녀 감성까지 불어넣은 것도 돋보인다. 그렇다면 이 뉴 트렌드에 매료된 디자이너는 누굴까? 바로 조너선 앤더슨이다. 그는 2024 F/W JW 앤더슨 컬렉션 쇼에 아일릿 디자인을 활용한 이너 웨어 룩을 선보였다. 앙증맞은 리본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탱크톱에 브리프를 레이어드한 게 전부.
여기에 그만의 독특한 감성을 더했는데, 소녀스러운 옷차림과 정반대로 모델의 머리에 하얗게 센 뽀글머리 가발을 씌우고 새빨간 립스틱을 발라 그래니 무드로 분장시켜 시선을 집중시켰다. 발렌시아가 역시 리본 장식이 있는 이너 탱크톱을 활용했다. 특유의 맥시멀한 감성은 철저히 유지한 채로. 과도한 레이어드와 볼드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장착해 Y2K 감성으로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역순으로 레이어드해 레이스와 패턴 등 각기 다른 아이템의 디테일이 뚜렷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또 레이스 속옷을 켜켜이 덧대 만든 발칙한 롱 드레스로 언더웨어를 패치워크 소재로 해석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레이어드는 GCDS 룩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언더웨어부터 타이츠 · 양말 등 시어 소재 아이템을 겹겹이 레이어드한 룩을 선보였다.
한편 아크네 스튜디오는 남성용 이너 웨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베이식한 코튼 아이템을 활용했다. 크림 컬러의 드로즈를 메인으로 한 버튼이 달린 코튼 톱과 보디수트를 겹쳐 입어 부드러운 멋을 끌어냈다. 나타샤 징코도 비슷한데, 로고 밴드가 특징인 브리프를 타이츠처럼 변형하고 컷아웃 보디수트와 레이어드해 미래적인 분위기로 완성했다. 프라다는 완전 새로운 시각이다. 과거 복식사에서 튀어나온 엠브로이더리 자수가 특징인 실크 속바지 위로 컷아웃 레더 스커트를 매치해 앞뒤가 다른 독특한 패션을 보여줬다. 그 밖에 코트와 셔츠 차림에 박서 브리프를 믹스매치한 구찌, 무거운 가죽 코트 안에 실크 속옷으로 발칙한 상상을 불어넣은 앤 드뮐미스터와 유한 왕까지. 가장 깊은 곳에서 품고 있던 은밀한 판타지가 튀어나와 새로운 패션 세계로 구축되고 있다. 그렇다면 영민한 디자이너들의 진두지휘로 펼쳐지고 있는 언더웨어 트렌드에 동참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패션! 별거 없다. 속옷을 밖으로 꺼내 입을 오픈 마인드만 장착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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