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금융의 중심이자 미즈호은행 본사를 품고 있는 견고한 오테마치 타워는 개발 초기부터 ‘도심 속 오아시스’의 실현에 모든 공력을 쏟았다. 푸르름으로 뒤덮인 글라스 타워 1층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40초 만에 초고속으로 33층에 도착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도쿄 최고의 럭셔리 호텔 아만 도쿄(Aman Tokyo)의 안락한 세계가 펼쳐진다. 개화가 이른 시즈오카 지역의 사쿠라로 표현한 거대한 센터피스가 검은 수면 위를 비추고, 미야기 현에서 온 크고 작은 석재들의 병치는 완벽한 정원 그 이상이다. 일본 전통 수제 종이 와시를 접어놓은 듯한 30m 높이의 로비는 사원에 머무는 것처럼 모든 소리와 움직임을 공기가 부유하는 느낌으로 만들어버린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건축가 케리 힐은 아만 도쿄를 위해 수년 동안 일본 전통 건축에 심취했고, “건축에 있어 공통적 언어는 없다”는 말을 남기며 끝내 일본적인 것의 ‘정수’에 도달했다.
38층, 내가 얼마큼 높은 곳에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방에서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창밖 풍경이다. 시야에 보이는 것이 도쿄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야에스의 스카이라인이, 또 그 멀리에는 도쿄 베이가 펼쳐진다. 도쿄에서 가장 큰 객실 면적을 제공하는 넓은 공간 가운데 결이 드러나는 목재와 티 없는 백색의 향연, 겐 미야무라의 캘리그래피가 방 안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무대처럼 층을 높인 침대에서 바라보는 객실 뷰도 일품이지만, 일본 전통 가옥의 베란다 구조인 엔가와(Engawa) 스타일의 소파는 자꾸만 창문에 몸을 기대게 한다. 방 안으로 곧장 쏟아져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 시시각각 채도가 달라지는 객실 무드를 만끽하며 오후 한때를 고스란히 방 안에서 지내는 건 일종의 경험적 차원이다. 단순히 머무는 것(Stay)이 아닌, 도쿄가 내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느리게 경험하게 한다는 아만 도쿄의 모토를 실감케 된다.
이른 아침, 34층에 있는 요가 룸으로 내려가 에너지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하타 요가로 몸을 깨웠다. 아사나의 기본동작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고 몸이 후들거렸지만, 차츰 호흡이 깊어지며 열기가 올라왔다. 기호에 따라 필라테스 레슨을 예약하거나, 도쿄 최고의 뷰를 선사하는 30m 길이의 고요한 수영장에서 홀로 유영할 수도 있다. 운동 후 레스토랑 아르바(Arva)에서 일본식으로 구운 연어와 무절임, 나가노 현의 쌀밥과 계란말이, 구수한 호지차를 곁들여 아침 식사를 했다. 명상으로 시작한 시간, 아름답고 정성 어린 조식, 여기에 전통 현악기 고토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비루한 일상이 있기에 특별한 순간이 이토록 반짝이는 건 아닐까? 아만 도쿄에 머문다는 건 감각을 최고로 곧추세우는 동시에 모든 긴장을 내려놓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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