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블랙 먼데이’를 연상케 한 하루였습니다. 5일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며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가 차례로 발동됐어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대비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0%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일본은 더 심각해요. 현지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 지수)는 12.4%가 뚝 떨어졌습니다. 이는 사상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7월까지만 해도 닛케이지수는 역대 최고점을 찍었으니까요.
가장 큰 원인은 미국발 ‘R(Recession, 경기 침체)의 공포’일 듯합니다. 지난 주말, 미국 7월 고용 통계 등의 지표에서 경제 침체 우려가 읽혔어요.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거품론’도 커지고 있고요. 여기에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 임박 여파도 영향을 미쳤을 테죠. 일본의 경우는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증시에도 반영된 모습입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기조가 변동되며 불과 한 달 사이 ‘초엔저’ 흐름도 바뀌었거든요. 그간 글로벌 투자처에 대거 풀렸던 엔화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현지 경기 부양을 맡고 있던 수출 종목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는 뜻입니다.
한국거래소는 5일 오전 11시 코스피 ‘사이드카’,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를 발동했습니다.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기준가보다 5% 이상 떨어진 채로 1분간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한 겁니다. 오후 1시5분에는 코스닥 사이드카가 발동됐어요. 코스닥150선물가격이 기준가 대비 6% 이상, 코스닥 150지수가 직전 매매거래일 최종수치 대비 3% 이상 동시에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이어졌기 때문이죠.
코스닥은 사이드카 발동 이후에도 더 흔들렸습니다. 코스닥 지수가 1분 이상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넘게 떨어지면 ‘서킷 브레이커’ 발동 요건이 충족되는데요. 전류 차단 안전장치를 뜻하는 ‘서킷 브레이커’는 증권 시장에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입니다. 코스닥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 코스닥 상장 종목 거래, 주식 관련 선물과 옵션 시장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겁니다. 같은 날 일본 오사카증권거래소에서도 두 차례나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해 닛케이 평균 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이 밖에 홍콩과 대만 등의 증시도 일제히 영향을 받았고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이날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었습니다. 다만 여기선 낙관적인 진단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대외 악재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고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간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감과 엔 캐리 청산 등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국내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 외환 건전성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과도한 공포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 같지만,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선은 미국 8월 고용 지표와 대표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지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