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코로나 기간동안 패션 피플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다고 고백한 곳은 바로 이곳, 비즈빔 제너럴 스토어 / 갤러리였습니다. 2022년 7월, 나카메구로 지역에 새롭게 오픈한 이 매장은 1970년대에 지어진 전통 가옥을 리모델링한 근사한 인테리어에 정갈한 일본식 정원까지 갖춰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방문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했거든요.
한 번 빠지면 출구가 없는 ‘아메리칸 캐주얼의 종착점’이라고 불리는 비즈빔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데, 방탄소년단의 RM 역시 비즈빔 컬렉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핀란드 원주민이 신던 신발을 현대식으로 변형한 슈즈, 전통 기모노에서 영감을 얻은 코트, 멕시코 나바호의 텍스타일을 매력적으로 재해석한 카디건 등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킨 이 브랜드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패스트 패션이 점령한 패션 월드에서 누구도 예상 못했던 비즈빔의 인기 비결은 바로 ‘신구의 조화’였습니다. 비즈빔의 창립자인 나카무라 히로키(Nakamura Hiroki)는 골동품 같은 패션 아이템을 발굴한 다음 그 위에 현대성을 얹는 방식으로 많은 시그니처 아이템을 만들어 왔는데요. 비즈빔을 대표하는 아이템들은 대부분 오리지널 빈티지로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죠. 100년 이상 된 전통 의상 제조법을 원형 그대로 재현하거나 원주민들이 애용하는 전통 문양을 현대식 디자인에 결합하거나 빈티지 슈즈에 대한 오마주에서 출발한 유니크한 신발을 제작하는 등 비즈빔만의 특별한 철학은 과거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빈티지가 너무 좋아서 여행 갈 때마다 슈트케이스 가득 여행지에서 발굴한 골동품을 채워오고, 과거의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나카무라 히로키. 나카메구로의 비즈빔 제너럴 스토어 / 갤러리는 빈티지와 과거를 바라보는 비즈빔의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답니다.
방문자 모두가 감탄한 이 곳의 비주얼은 이러합니다. 서까래와 기둥 등 오래된 가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외관부터 심상치 않죠? 바닥에는 자갈을 깐 뒤 페인트를 칠한 뒤 말리는 ‘워싱’ 기법을 사용해 돌이 바깥쪽으로 희끗희끗하게 드러나게 했습니다.
눈을 떼기 힘든 일본식 정원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자연에서 수집한 나무와 돌, 오래된 주택에서 채집한 타일 등 자연 그대로의 자재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명인 사다오 야스모로(Sadao Yasumoro)가 10개월간 공을 들여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얼핏 보면 스스로 형성된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돌 하나의 위치까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답니다.
주석 장인이 만든 카운터와 진열대는 또 어떤 가요? 고대 이집트 때부터 의식 용품과 장식품 제작에 사용되어 오던 주석은 스테인리스의 발전으로 명성을 잃게 됐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변하며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소재인데요. 주석 예술가인 세이와 하다(Seiwa Hada)를 어렵게 섭외해 돌 틀에 주석 조각을 하나씩 맞춘 뒤 이들을 서로 연결하고 특수 버너로 녹인 다음 주석 전용 핸드 스크래이퍼로 표면을 긁어내는 전통 방식으로 카운터와 진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스테인리스가 만들어낼 수 없는 깊은 아우라는 이러한 고된 작업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이랍니다.
일본 전통 카타즈리조메 기법으로 완성한 슬라이딩 도어 역시 비즈빔 나카메구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1층에 서서 2층을 올려다보면 다양한 크기의 파란색 십자가 패턴으로 덮인 슬라이딩 도어가 보이는데요. 이는 염색 전문가 하기와라(Hagiwara)의 피 땀 눈물이 담긴 작품이랍니다. 스텐실과 브러시로 천천히 색상을 추가하며 수작업으로 완성하여 예술적 면모가 돋보입니다.
골동품과 전통 기술을 존중하고 그것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가며 이 과정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는 나카무라 히로키. 스토어라기보다는 갤러리에 가까운 비즈빔 나카메구로를 방문하게 된다면 공간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장인의 흔적을 그리고 그 디테일이 주는 감동을 꼭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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