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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주가 들려주는 사랑, 생각보다 생각만큼 [다시 보는 명대사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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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만난 배우 박진주

노래 실력은 기본, 특유의 귀여움으로 로봇에 인간미

이렇게 아름다운 배우였나…‘멜로의 화신’ 완벽 변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스틸컷 ⓒ 이하 CJ ENM 제공

각종 예능에서 확인한 배우 박진주의 노래 실력은 예고편이었다. 영화 ‘영웅’에서 배우 이현우와 보여준 멜로는 시작에 불과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작사 박천휴, 작곡 윌 앨런슨, 연출 김동연)에서 클레어로 만난 박진주는 자신의 음악적 기량을 맘껏 뽐낸 것은 기본. 박진주라는 배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멜로 주인공인지, 코믹을 빼고도 아니 장난기를 지웠을 때 오히려 얼마나 연기력이 빛나는지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흠결 없이 맑고 밝은 가창력에 사랑이 깊어질수록 설렘에서 애수로 변해가는 감정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표현력, 동그란 두 볼과 뾰족한 턱이 하트 그 자체로 보이는 외모가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박진주의 클레어는 ‘사랑의 화신’이 되어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사람 같은 로봇, 사랑을 아는 클레어를 연기한 배우 박진주 ⓒ

놀라운 건 우리에게 사랑이 무엇인가를 일깨우는 클레어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 로봇이라는 사실이다. 박진주는 특유의 귀여움으로 로봇의 특성을 형상화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가 로봇임을 잊게 할 만큼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경계하다 사랑에 빠지고 마는 클레어, 사랑이라는 행복의 도가니에 빠져 기쁨을 만끽하다 사랑이 가져온 현실적 고통에 눈뜨는 여인, 고통을 끝내려 했지만 ‘사랑은 원형(元型)을 반복한다’는 말을 증명하듯 다시 사랑하게 되는 존재의 감성 파노라마를 유려하게 펼쳐낸다.

배우 박진주가 이토록 아름다웠나, 미처 몰랐던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연기와 제대로 무대를 갖춰 들어야 하는 노래였음을 실감시키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출연 배우가 단 세 명뿐이지만 30명 나오는 무대 못지않게 충만한 만족감을 주는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헬퍼봇’이라 불리는 로봇이 인간의 생활을 돕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반려동물을 하루아침에 유기동물로 만드는 인간의 이기심은 자신이 유약하거나 힘들었던 시절의 친구이자 보호자였던 헬퍼봇을 유기한다. 기능과 목적을 잃은, 버려진 헬퍼봇들이 모여사는 아파트. 528호에 사는 올리버(먼저 출시돼 인공지능 버전은 낮으나 내구성이 튼튼한 헬퍼봇5)와 531호에 사는 클레어(여러 기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나 배터리가 빨리 닳는 등 내구성이 약한 헬퍼봇6)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우체부였다가 올리버의 주인 제임스였다가 클레어의 친구였다가 목포 호텔 주인 등 다역을 한 배우가 연기한다.

집 밖으로 나가 돈을 벌어도 안 되고, 옛 주인을 찾아가도 안 되고, 그저 남은 삶을 낡은 아파트에 갇히다시피 한 로봇생을 영위하다 작동이 멈춰져야 하는 헬퍼봇들. 배터리가 고장 난 클레어를 돕다 올리버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며 호감을 느끼는 두 로봇, 몰래 모은 돈으로 주인이라 쓰고 친구라 부르는 제임스를 만나러 제주에 가고픈 올리버와 생이 끝나기 전 멋진 여행을 하고픈 클레어의 꿈이 의기투합하면서 두 로봇은 길을 떠난다.

오른쪽부터 클레어 역의 배우 박진주, 올리버 역의 배우 윤은오. 실제로 관람한 무대는 올리버 역에 신재범 배우와 합을 맞춘 공연이었다. 사진은 제작사 CJ ENM 제공의 실연 장면 ⓒ

길 위에서 우정은 애정으로 변하고,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는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올리버를 사랑하게 된 클레어에게 잦은 고장과 다가오는 수명의 끝은 혼자 남을 올리버 생각에 슬픔과 고통이 되고. 두 로봇은 마치 영화 ‘이터널 션샤인’처럼 기억 지우기를 감행한다. 두 로봇은 정말 이제 서로를 몰랐던 과거로 돌아가 차가운 남남이 되어 각자의 무료한 삶을 살다 그렇게 각자 생의 끝을 맞게 될까.

몇 번이나 ‘두 사람’이라고 썼다가 로봇으로 고쳐 썼다. 원래 내 사랑 얘기도 영화나 드라마로 남의 얘기처럼 만나면 새롭게 그 본질이 드러나는 법인데, 나와 내 사랑을 대신한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어선지 ‘객관화’의 효과가 배로 크다. 로봇 얘기임을 잊고, 남의 얘기임을 잊고 눈물짓는 당신을 만날 수 있다.

이번 ‘다시 보는 명대사’ 코너에서 소개할 명대사는 노래 가사다.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는 현실적이어서 더욱 가슴을 파고드는 내용의 노래가 많다. 특히 배우 박진주 부르는 ‘생각보다 생각만큼’은 함께 사랑하는 일이 생각보다 꽤 괜찮고 편안하고, 막상 도전해 보니 둘이 함께 바보가 되는 사랑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고 어렵지 않다고 우리의 닫힌 가슴과 나약한 용기를 일깨운다.

사랑이 가져올 고난과 현실적 어려움보다 더 힘겨운 일은 혼자인 것, 외로움이라고 노래는 말한다. 박진주의 노래로 들어야 그 가사의 힘이 더욱 큰 공감을 부를 노래 ‘생각보다 생각만큼’. 이미 극을 본 분들이라면 설렘을 다시, 아직 못 본 분들이라면 글로 먼저 만나보자. 공연은 9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계속된다.

혼자인 것보다 둘이 함께가 좋은 ‘사랑’ ⓒ

# 생각보다 생각만큼

생각해보니 좀 우습지

혼자인 게 익숙한 너와 내가

이렇게 함께인 게

생각해보니 좀 이상해

바보 같은 네 모습에 점점

익숙해지는걸

편안해지는걸

생각보다

꽤 괜찮은 기분

꽤 편안한 기분

함께 오른 이 길이

혼자인 것보다 좋아

생각만큼

어렵지 않은걸

두렵지 않은걸

함께 나온 세상은

혼자인 것보다 나아

외롭지 않아

생각보다 꽤 괜찮아

생각만큼 나쁘진 않아

함께, 함께 있다는 게

생각해보니 좀 이상해

아침에 눈 뜬 내 곁에 네가

이렇게 함께인 게

함께 바보가 되는 일

함께 우스워지는 일

함께 비밀을 만드는 일

둘만 아는 일들

생각보다

꽤 괜찮은 기분

꽤 편안한 기분

함께 오른 이 길이

혼자인 것보다 좋아

생각만큼

어렵지 않은걸

두렵지 않은걸

함께 나온 세상은

혼자인 것보다 나아

너도 그럴까

생각보다 다행이길

생각만큼 나쁘진 않길

너도 그런 기분이길

생각보다 꽤 괜찮아

생각만큼 어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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