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각종 논란들은 천재지변 같습니다. 일단 예측이 어렵고, 사후 컨트롤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그렇죠. 요즘, 특히 예능을 둘러싼 논란들이 더 겉잡을 수 없는 건 유명한 비연예인들의 출연이 잦아졌기 때문이겠죠.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또 방송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확실한 근거가 담보되지 않습니다. ‘폭로의 시대’에 기대 받던 예능이 좌초하는 걸 우리는 심심찮게 목격하고 있죠.
세계 1위 OTT 서비스 넷플릭스는 이런 논란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요? 8월부터 1년 동안 10편의 오리지널 한국 예능을 선보이기로 한 넷플릭스는 최근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장 큰 강점은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유기환 예능 디렉터는 “특정 장르가 시청 지표에 효과가 있었으니 해당 장르만 개발하는 데 천착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건 개인화된, ‘다양한 즐거움’이라는 건데요. 그래서 글로벌 흥행도 좋지만 한국에서 만드는 오리지널 예능의 경우 한국 시청자 위주로 판을 짭니다.
한국 예능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트렌드 변화가 빨라 식상함도 금방 찾아옵니다. 언급했듯, 그래서인지 방송적으론 ‘날것’에 가까운 비연예인들을 출연시켜 신선함을 확보하려는 시도들이 자주 보이고요. 넷플릭스의 하반기 첫 오리지널 예능도 등장하는 대부분이 ‘유명한 비연예인’인 〈더 인플루언서〉입니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유튜버 오킹의 코인 사기 연루 의혹과 우승자 스포일러라는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그 스포일러가 참인지 거짓인지는 방송을 통해 지켜 볼 일이지만요.
이 밖의 여러 논란을 두고 유기환 디렉터는 “시행착오와 배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연자의 과거 의혹이나 촬영 후 사건 등에 가장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하는 부분에 있어선 경각심을 느끼고 보완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요. 관행대로 넷플릭스 예능에도 출연 계약서에는 비밀 유지 서약이 들어가지만, 그 서약이 비밀 누설을 원천봉쇄할 순 없으니까요.
항간에 떠도는 각종 스포일러는 놀랄 만큼 맞는 것도 있지만 잘못된 것도 많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끝까지 보고 평가를 내려 달라고 했죠. 그러면서 “이제는 출연자 분들도 녹화 이후의 행동들이 스태프들과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속해서 경각심을 갖길 당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더 인플루언서〉를 연출한 이재석 PD는 “사전제작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문제들이 있다. 스포일러에 관해선 정확히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속상은 하다”라면서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저희 프로그램은 스포일러와 상관이 없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이를 듣고 있던 〈데블스 플랜〉의 정종연 PD는 “한 출연자를 검증한다는 시점에서 방송국이 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돼 있고, 자칫하면 사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서약을 하는 것이 최선인데, 그러고도 사고가 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신의 영역”이라고 거들었는데요. 최근에 신점을 보러 가서 〈데블스 플랜〉 출연자는 문제가 없겠냐고 묻자, 다행히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네요.
프로그램 외부의 논란도 그렇지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출연자가 삽시간에 비호감 캐릭터가 돼 버리는 경우도 있죠. 에피소드 연출 자체가 비판 폭격을 맞기도 하고요. 노홍철이 ‘배신의 아이콘’임을 재확인했던 〈좀비버스〉의 박진경 PD는 “연출하는 입장에선 악역을 자처하는 분들이 고맙다. ‘조금 있으면 녹화 끝나니까 네가 먼저 탈출할래?’가 성립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시청자들이 피곤함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수위를 조절하려 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곽범이 선보인 한순간의 ‘저질 개그’로 뭇매를 맞았던 〈코미디 로얄〉의 권해봄 PD는 새 시즌 격인 〈코미디 리벤지〉를 만들며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릴 일 없는 코미디를 담았다고 수 차례 눌러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코미디 대부’ 이경규가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부 맡기 때문에 질적인 향상은 물론 외연도 확장하게 됐다는 자평입니다.
이 같은 경험으론 따를 자가 없는(?) 정종연 PD는 “시청자가 특정 출연자에 대한 불호를 표현하면 연출자로서 마음이 아프다”라며 이 역시 서바이벌 예능이 보다 성장하고 하나의 장르로서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봤습니다.
또 유기환 디렉터는 “(작품에 따르는 호불호 여론은)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호불호 안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그저 좋고 싫음으로 양분해서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개선할 부분은 고치고, 애청자들이 왜 좋아하는지를 생각하려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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