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들부터 제품 하나하나까지 영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이름이 흔해진 지도 오래. 이 단어 저 단어 좋아 보이는 건 다 조합한 제품이 많아지니, 외국어를 못하거나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원어민마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는 제품인지 이해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름 스킨케어 제품에는 수딩(soothing), 카밍(calming), 쿨링(cooling)이란 표현이 흔히 쓰인다. ‘다 같은 피부 진정 제품 아닌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자칫 오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정반대 기능 제품을 선택하기도 쉬우니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자극받은 피부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제품군. 캐모마일 추출물과 거기서 얻은 아줄렌, 병풀 추출물과 그걸 더 정제하고 분리한 마데카소사이드 같은 별명의 ‘시카’ 성분들, 마치현 추출물﹒알란토인﹒비자보롤 등을 고농도로 함유한 제품이 많다.
나이아신아마이드﹒판테놀 등의 비타민은 오래 쓰면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해준다. 뜨거운 햇볕에 자극 받아 달아오른 피부에 이런 제품을 차갑게 식혀 올리면, 피부를 빠르게 진정시키고 염증으로 번지지 않게 돕는다. 대개 유분은 적고 수분이 많아 지성 피부가 다른 계절에 보습제로 쓰기에도 좋다.
쿨링 제품은 바르면 피부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성분을 함유해 여름철에 인기 많은 제품이다. 고전적인 변성알코올, 당알코올인 에리스리톨(erythritol), 자일리톨(xylitol) 등은 피부 열을 빼앗아 실제로 온도를 몇 도쯤 떨어뜨린다. 어디까지나 일시적 효과지만, 바람 한 자락도 아쉬운 폭염 속에선 상당히 시원하게 느껴진다.
반면 캠퍼, 멘톨, 메틸살리실레이트처럼 향료가 주요 성분인 것들은 맵고 뜨거운 국을 마시는 것처럼 피부를 자극해 시원한 ‘느낌’만 주는 원리. 건강한 피부엔 쓰기 좋지만 민감성 피부엔 자극적일 수 있다.
피부 진정 기능도 하지만 주로 여드름과 과다 피지, 각질에 대응하는 제품군. 과하게 쌓인 각질을 줄여 피지로 모공이 막히지 않게 한다. 자연스레 여드름 개수도 서서히 줄어들도록 돕는다.
화장품이라는 한계 때문에 여드름/지성 피부용이라는 표기를 명확히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성 피부나 얇고 민감한 피부가 계속 쓰면 가뜩이나 부족한 피지와 각질을 과하게 제거해 오히려 피부 장벽이 손상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용기나 광고에 ‘여드름 피부 사용 적합’ 표기가 없는 제품이 낫다.
‘카밍’, ‘수딩’ 등 표현을 쓰지만 피부보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아로마 테라피 제품들이다. 라벤더, 로만 캐모마일 같은 식물성 에센셜 오일은 불면증 개선 효과가 입증된 오래된 민간요법 약재다.
패출리﹒베티버 같은 흙냄새, 프랑킨센스,﹒미르﹒벤조인처럼 나무 수지나 오일 향, 샌달우드﹒시더우드﹒사이프러스처럼 깊은 숲속이 떠오르는 향도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힌다. 제라늄﹒장미﹒네롤리 등 꽃 향도 취향에 맞으면 기분 전환에 효과적이다.
그런데 피부에 많은 양을 바른다면? 고농도 향료 성분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다. 피부 자극 진정이 1순위라면, 앞서 소개한 피부 진정용 제품, 무 향료 등 민감성 피부용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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