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역전→동점→0.1점 차 우승.
강심장 반효진(16·대구체고2)의 역대 여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등극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0.1점 차로 이긴 순간, 가슴을 졸였던 팬들은 환호했고, 그제야 반효진도 빙긋 웃었다.
반효진이 29일(현지시각) 따낸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금메달은 여러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한국의 여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역대 여름올림픽 최초로 16살 나이로 시상대 맨 꼭대기 위에 섰다. 앞서 윤영숙이 17살 때 1988 서울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을 따 최연소 기록을 세운 바 있다.
10대 명사수의 등장을 알리기 위한 마지막 슛오프는 보는 이들의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다. 연장 1발의 슛오프에서 마침표를 찍은 것은 한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그의 투혼을 보여주었다.
그는 결선에서 일절 표정 변화도 없이 과녁에만 집중했다. 10발째까지 104.8점을 쏘아 중국의 황위팅(105.5점)에게 0.7점을 뒤진 2위. 하지만 16번째 격발에서 만점인 10.9점을 쏘아 0.1점 차(168.7점 대 168.6점)로 역전했고, 22발째에는 232.3점 대 231.0점으로 1.3점의 우위를 지켰다.
밀리미터 단위의 과녁을 쏘는 공기소총에서 1.3점은 큰 점수다. 하지만 3년 전에 처음 총을 들었고, 세계랭킹도 높지 않은 반효진에게 올림픽 무대의 마지막 두발의 하중은 너무 컸다.
갑자기 총이 흔들렸고, 23번째 사격에서 9.9점을 쏘더니, 마지막 24발째는 이날 자신의 최저점인 9.6점을 올렸다. 황위팅이 10.3점, 10.5점을 연달아 꽂아 1.3점의 간격은 사라졌다.
반효진의 위기였고, 황위팅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효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마지막 슛오프 한발에 정성을 기울인 그는 황위팅(10.3점)보다 0.1점 앞서는 10.4점을 뚫어 최후에 웃었다.
반효진은 그 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당황했다. 하지만 슛오프에 갈 수 있었다. 하늘이 제게 주신 금메달 기회라고 생각했다. 진짜 그 한발을 더 소중히 쐈다.” 새로 조준한다거나 무엇을 바꾸는 일도 없었다. 수만번 방아쇠를 당긴 자기 감각을 믿었다. 반효진은 “그냥 심호흡하고 똑같이 쐈다”고 덧붙였다.
반효진은 전날 60발을 쏘는 본선에서는 올림픽 기록(634.5점)을 세우며 결선에 진출했고, 이날 올림픽 타이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면서 저력을 보였다. 한국 사격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 신기록을 세운 것은 공기소총의 안병균(1988), 권총의 진종오(2016)에 이어 반효진이 세번째다.
반효진은 중학교 시절인 2021년 도쿄올림픽 때 사격부 친구를 따라갔다가 총을 잡았다. 이후 3년 만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올림픽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고, 이날 여갑순(1992 바르셀로나 금), 강초현(2000 시드니 은)에 이어 고교생 명사수로 우뚝 섰다.
반효진은 이날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격을 시작하고 3년밖에 안 돼서 최대한 겸손하게 경기 나갈 때마다 ‘하나라도 더 배우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올림픽에 와서도 똑같이 했다”고 말했다. 또 “‘쟤는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전날 공기권총 1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오예진(19·IBK기업은행)과 함께 10대 신세대의 당찬 기상이 엿보인다.
한겨레 파리/김창금 선임기자 /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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