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양홍원이 ‘SLOWMO’라는 또 하나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양홍원은 ‘SLOWMO’를 ‘믹스테이프’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다. ‘SLOWMO’의 음악들은 원래 양홍원이 자신이 들을 플레이 리스트로 짜놓은 것이었다. 이후 앨범화를 맘먹은 양홍원은 그 안 음악들의 사운드적 시도를 편안한 마음으로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믹스테이프라고 선보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양홍원은 ‘SLOWMO’를 통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핫한 장르인 ‘라틴음악’에 도전했다. 유행을 따라간 건 아니다. “낼 때쯤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게 트렌드라니’. 친구들도 되게 놀라워했어요. 근데 확실한 건 이 걸 만들었을 땐 트렌드가 아니었던 기억이 나요.”(양홍원)
그렇지만 본 기자는 ‘SLOWMO’의 기저 라틴음악이 아닌 타이틀곡 ‘근데’에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사운드를 사용한 것에 주목했다.
우선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은 1980년대 초반 뜨거웠던 ‘디스코’ 붐이 시들해졌을 때 미국 시카고 DJ 프랭키 너클스가 전자 장비를 사용해 디스코를 만들며 탄생한 음악에서 기원한다. 시카고 클럽 ‘웨어하우스’가 중심, 이에 이 음악은 ‘하우스’가 됐다. 이후 하우스는 디트로이트에서 ‘테크노’라는 파생 장르를 만들어 내고, 영국으로 넘어가 큰 인기를 끌게 된다. 그리고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하위 장르를 탄생시키며 성행하던 이 음악들은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으로 통합되며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 된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신의 우리나라 뮤지션에서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DJ 페기 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개성 있는 음악과 패션 감각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페기 구는 코첼라, 후지 록, 데크만텔과 같은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했고, 독일 유명 클럽 베억하인에서 한국인 최초로 공연하기도 했다. 2023년 6월 발매한 ‘(It Goes Like) Nanana’가 네덜란드, 벨기에를 포함 유럽 전역의 싱글 차트와 빌보드 댄스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영국 차트 톱 10에 진입하며 전성기를 맞이한 페기 구는 지난달 발매한 정규 1집 ‘I Hear You’로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오는 8월엔 영국에서 2만 5천 명이라는 페기 구 사상 가장 큰 규모의 단독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돌아와서, 사실 힙합 아티스트들은 골수팬들의 장르에 대한 강한 애정 때문에 댄스 음악을 시도하기 쉽지 않았다.
“힙합 신의 분위기가 댄스 음악이라고 하면 무시하는 경향? 별로 인정을 안 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대한 애정을 사회적으로 좀 숨기고 사는. 댄스 뮤직에 대한 기억이 다 2010년대 초반에 멈춰 있어요. ”빠빠빠’ 하는 거 아니야?’ 너무 이 거를 놀리듯이 분위기를 몰고 가니까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해외를 나가면 거의 글로벌 표준으로 파티 음악이라고 하면 당연히 하우스 음악 들어가는데 한국만 유독 이 장르에 대한 배척이 왜 이렇게 심하지? 실제로 DJ를 하는데 제가 조금만 하우스 느낌이 나게 틀면 올라와서 ‘힙합 좀 틀어줘’라고 하는 경우도 되게 많고.”(그루비룸 규정)
그럼에도 이들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전파는 계속될 것이다. 일단 양홍원은 ‘근데’와 더불어 ‘SLOWMO’ 파티에서 미발매곡 ‘테크노’를 선보이는 등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향한 관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래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가 지난 5월 발매한 정규 3집 ‘UNEDUCATED WORLD 2’ 수록곡 ‘쾌락주의’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사운드를 선보였다.
“‘노바뱀’ 그런 거 있잖아요. 힙합 팬들이 랩 하는 걸 좋아하는데 내가 과감하게 낼 수 있나. 근데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사운드들을 과감하게 내봤더니 ‘좋아요’가 빨리 올라간다거나 차트에 내 눈에 계속 존재를 한다거나 사람들의 관심도 겪어본 것 중에 제일 최고조. 진짜 오랜만에 잘 됐구나.”(양홍원)
“트랩, 드릴 이후에 UK 이런 댄서블한 음악들이 되게 많이 핫해지면서 요즘엔 옛날에 그렇게 얘기했던 클럽에서 다 하우스 틀고 있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저도 이 음악을 시도하기에 너무 좋은 타이밍이다 해서 테크노, 하우스 앨범을 지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저는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이 장르 팬덤을 만들고 싶어요.”(그루비룸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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