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해결사’ 이어
이혼전문변호사 이야기로 공감 얻는 ‘굿파트너’
최유나 작가는 이혼 변호사 출신으로 현실감 높여
이혼전문변호사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감과 깊이감을 더한 드라마들부터 이혼 부부가 직접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예능프로그램들까지. 콘텐츠들이 ‘이혼’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혼인 건수는 19만 4000여 건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혼 건수는 9만 2000여 건이었다. 2쌍이 결혼할 때 1쌍이 이혼하는 현실로, 드라마와 예능에서 ‘이혼’의 등장이 잦아진 것은 자연스워진 일이기도 하다. 다만 자극적인 사연으로 화제몰이를 하거나, 구시대적인 전개로 실망감을 유발하는 등 그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올해 초 방송된 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는 대한민국 최고 이혼 해결사 사라킴(이지아 분)과 변호사 동기준(강기영 분)의 솔루션을 담은 드라마로, 이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다뤘다.
현재 방송 중인 SBS ‘굿파트너’에서도 이혼전문변호사들이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다. 이혼이 ‘천직’인 스타 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의 활약을 다루며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혼전문변호사가 주인공인 만큼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드라마를 채우고 있다. ‘굿파트너’에서는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는 이들의 이야기로 분노를 유발하는가 하면, 의부증에 걸린 남편부터 폭력을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내의 이야기 등 아직 5회까지 방송이 됐지만,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들로 공감을 선사하고, 때로는 쾌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이 드라마는 다수의 이혼 사건을 맡았던 최유나 이혼전문변호사가 직접 집필해 현실감을 높인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1700여 건의 이혼 소송을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이면서도 디테일한 에피소드들을 선보이고 있고, 이것이 ‘굿파트너’만의 높은 몰입도의 이유가 되고 있다.
예능에서도 이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있다. 앞서 TV조선이 이혼한 연예인 또는 셀럽 부부가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우리 이혼 했어요’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으며, 지금은 이혼 경험이 있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제 혼자다’가 방송 중이다.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위기에 처한 일반인 부부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전문가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스타 부부들이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해 보면서 부부 관계를 고민하는 ‘한 번쯤 이혼할 결심’ 도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 외에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는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최민환이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공개하는 등 이혼을 키워드로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간 터부시되던 이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의 긍정적인 역할도 없진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시청자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가는 스타들은 물론, 이 과정에서 이혼 가정에 대한 아직 남아있는 편견을 지워내는 순기능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아직 이혼 소송 중인 최동석, 이윤진이 ‘이제 혼자다’에 출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부터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이 건강한 논의보다는 자극적인 사연으로 화제몰이를 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이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 또한 결국 중·장년층을 겨냥한 올드한 전개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굿파트너’의 최근 회차에서는 알코올중독자인 남편의 폭력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이혼을 주저하는 아내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현실적’이라는 평과 함께 지금의 시청자들이 보기엔 답답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여기에 ‘내 인생은 결혼은 없다’를 외치던 한유리가 동료 변호사 전은호(피오 분)과 얽히는 과정이 ‘올드하다’는 지적까지. 결국 새로운 메시지보다는 ‘익숙한’ 맛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이끄는 작품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얻는 등 ‘이혼’을 소재로 한 콘텐츠의 한계를 실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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