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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지 않았으면”…‘위험신호’ 보내는 케이팝 가수들 [기자수첩-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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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뒤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마침내 쉴 수 있겠지.”

지난 25일 갓세븐 출신 가수 뱀뱀이 올린 이 짧은 ‘위험신호’는 팬들의 큰 우려를 샀다. 논란이 커지면서 뱀뱀은 해당 글을 즉시 삭제했고 “작년부터 지금까지 긴 여정이었고 여전히 먼 길이 남아있다.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랫동안 몸도 좋지 않아 가끔 예민하고 감정적이게 된다. 올해도 최선을 다할 거고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다. 걱정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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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뱀은 어릴 적부터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내면이 강하고, 상처를 받는 일이 있어도 크게 내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면서도 매사에 긍정적이고 유쾌함, 그리고 친화력 좋은 모습은 방송을 통해 드러났던 뱀뱀의 성격이다. 그런 뱀뱀 역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에 팬들은 더욱 안타까움을 보였다.

뱀뱀의 일만은 아니다. 앞서 비비도 2022년 라이브 방송에서 “낮잠도 자고 휴식도 취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너무 힘들다. 난 선택지가 없다. 가수 안하고 싶다. 난 이 망할 화장도 지우지 못한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소속사 필굿뮤직의 학대 의혹이 불거지자 수장인 타이거JK가 직접 “새 앨범 중압감에 지쳤던 것 같다”며 아티스트가 스케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해명을 내놓고, 비비도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지난 4월엔 20여년간 활동을 이어오던 가수 겸 배우 보아가 SNS에 은퇴를 언급하면서 걱정을 샀다. 당시 인터뷰에서 “연예인도 사람이다. 많은 분들이 연예인을 화풀이 대상으로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며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터라 정신적 고통이 극에 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산 것이다.

이밖에도 오래 전부터 케이팝 가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위험신호’를 보내왔다. 불안증세를 호소하며 활동을 중단하기도 하고, SNS를 통해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결국 스스로 삶을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상황도 종종 겪는다. 때문에 케이팝의 놀라운 성과와 함께 그 뒤편엔 항상 기획사 중심의 가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존재해왔다.

일각에선 SNS를 통해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되는 SNS, 그것도 청소년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아이돌이 이 같은 글을 올리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들이 감정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왜 이 같은 처지에 놓였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심리적 불안에 노출되어 있는 이유는, 엔터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기반 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중심의 구도에 놓여 있다 보니 심적으로 과할 정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 좌절감, 자존감 결핍 등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상 악성 댓글, 즉 익명의 악플 역시 아이돌을 병들게 한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은 이런 악플과 경쟁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보호 장치 없이 온전히 받아내야 한다. 최근엔 소속사 자체적으로 사내 의원을 운영하거나,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케이팝 아이돌을 보호하는 시스템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이돌을 병들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케이팝 산업의 성장 역시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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