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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오는 밤’을 지나 혼자 서는 나 [D:쇼트 시네마(84)]

데일리안 조회수  

최은수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단정한 다정(이세민 분)과 밤에 남자친구와 무리 지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해빈(장주영 분)은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친한 친구다. 슈퍼집 딸인 다정은 아빠가 없을 때마다 친구인 해빈의 부탁으로 해빈의 남자친구 주호(김동진 분) 무리에게 담배와 술 등을 팔고 있다.

어느 날 해빈은 다정을 찾아와 주호와 관계가 좋지 않으니 주호에게 더 이상 술과 담배를 팔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색의 틴트를 선물한다. 다정은 겨울에는 건조해 틴트를 바르지 않으나, 해빈은 말간 얼굴의 다정과 함께 있을 때면 자신만 화장이 진해 보이니 바를 것을 요구한다. 내키지는 않으나 다정은 친구 해빈을 위해 틴트를 주머니 속에 넣는다.

다정은 해빈의 부탁대로 주호의 무리인 연(이경식 분)이 찾아오자 담배를 팔 수 없다고 거절한다. 연은 주호 무리가 슈퍼 앞에서 술을 먹고 지저분하게 떠나도 다시 돌아와 유일하게 다정과 같이 자리를 정리했던 친구다. 다정은 그런 연이 주호와 어울리는 것이 궁금했고, 대화를 나누며 사정을 듣게 됐다. 육상 선수였던 연은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달리지 않게 됐고, 그러면서 말을 걸어오던 주호와 자연스럽게 다니고 있었다.

연 역시 대정과 해빈의 관계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다정은 발끈한다. 다정과 해빈은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진짜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제 주호와 해빈의 관계는 끝이 났다. 다정은 직접 찾아온 주호에게 더 이상 술과 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말하고, 화가 난 주호는 해빈은 너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막말을 쏟아낸다.

다정은 자신을 찾아온 해빈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며 관계를 정리한다. 사실 해빈에게 친구는 다정 하나뿐이다. 주호가 다정과 해빈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고, 연은 주호의 이간질에 질려 그들의 무리에서 벗어난다. 연은 다정에게 주호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알려주려 찾아갔지만, 다정은 사실 주호의 말은 상관없었다. 해빈과 지내며 느껴왔던 사소한 행동들에게서 불편함을 느껴왔던 터다.

그렇게 네 명은 서로 밤을 지나 아침을 맞이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살아간다. 주호와 해빈은 각자 다른 친구를 사귀었고, 연은 육상을 다시 하게 됐다. 다정도 해빈 없이 혼자 지내는 것이 나쁘지 않다. 길거리에서 만난 연이 함께 집에 가자고 해도 거절할 정도로 말이다.

‘혼자 오는 밤’ 청소년에게 진정한 우정과 건강한 친구 관계를 만들어가는 법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영화는 단순한 친구 관계를 넘어서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다정과 연의 캐릭터를 통해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긴장감을 자아내는 대단한 사건이나 갈등은 없지만, 학창 시절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친구와의 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성장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러닝타임 15분.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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