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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연애 PD가 밝힌 참가자들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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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연프의 등장. SBS 〈신들린 연애〉가 대중들에게 새롭고 짜릿한 맛을 선사하며 종영했습니다. 참가한 8인의 점술가는 타로 카드부터 가검, 오방기, 방울까지 각자의 점사 도구로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아나섰죠. 하지만 사랑 앞에서 이들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점괘와 실제 감정 사이 딜레마로 혼란을 느끼는 점술가들을 옆에서 쭉 지켜본 〈신들린 연애〉의 이은솔 PD에게 물었습니다. 점술과 사랑의 운명적 관계에 관해서요!

사랑과 점술의 관계에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마 인류가 사랑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화두였던 주제 같습니다만
<신들린 연애>에 출연한 점술가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입니다만, 점사 문의 중 연애 관련이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사람들이 점술을 통해 가장 확인하고 싶은 것이 결국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랑이라는 뜻이겠지요. 점술이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한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인간적인 궁금함’일텐데 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랑이라면, 결국 인간은 타인과 관계 맺음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엿보면서까지 확인하고 싶은 게 돈이나 명예 같은 것보다 타인의 마음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로맨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왜 사람들은 사랑할 때 점을 볼까요? 심지어는 점술가 당사자들도 그 앞에 의지하고 감정을 터뜨리는 모습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알 수 없는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 혹은 알고 있지만 틀리길 바라는 마음. 연애를 할 때 점을 보는 이유는 결국 이 두 감정 때문이지 않을까요. 자기 의지로 뛰어든 것이긴 하지만 연애만큼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일이 또 없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마음은 물론이고 자신의 마음조차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운명’이라는 정답이 있다면 들춰보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점술가 친구들마저도 마냥 점사대로만 가지 않는 걸 보면, 정답을 안다고 해서 그 방향 그대로 흘러갈 수 없는 게 또 인간이긴 하겠지만요.

연애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지금, 점술이라는 키워드를 사랑에 덧입힌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떤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거라고 봤나요
내 연애든 남의 연애든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어려운데,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현명한 연애를 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남의 연애운을 점쳐주고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자기 연애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고요. 한편으로는 20대, 30대의 젊은 점술가들의 연애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보는 재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형적인 점술가의 이미지를 벗어나 컨버스를 신은 무당, 아이패드를 꺼내드는 역술가 같은 이미지들은 시청자 분들도 분명 새롭게 느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고요.

〈신들린 연애〉 참가자들은 점괘와 자신의 실제 감정 사이 딜레마에서 휘둘립니다. 갈림길에서 갈등 하는 모습들을 왜 강조해서 보여주려 했나요
점술을 업으로 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점괘에 대한 확신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믿고 그 순리대로 따라서 살아가려는 성향이 일반인들보다는 강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특히 신내림을 받은 무당 친구들의 경우 자의와 상관없이 이 업을 받아들여야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운명은 절대 거스를 수 없다’는 걸 본인의 인생으로 겪어온 케이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본연의 감정과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점괘 사이의 딜레마가 더욱 클 수밖에 없고 그 고민의 깊이 역시 남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고민의 결을 잘 따라가다 보면 단순 커플 매칭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넘어서 보다 본질적인 메시지에 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갈등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어떤 방향이 정답이라고 정의내려보기도 했는지
어떤 방향이 정답일 거라고 처음부터 정의내리고 시작하진 않았습니다. 출연자들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촬영에 임하기 전까진 저 역시도 이 친구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진짜 정답을 미리 알고 그 정답대로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정반대로 완전히 ‘중이 제 머리 못깎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출연자 중에 본인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걸 처음부터 점사를 통해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신념대로 한 방향을 선택해서 밀고나간 친구도 있었습니다. 저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한편으로는 점술가로서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게 무거운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욱 감동하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면 다들 ‘잘 맞히는 점술가’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신들린 연애〉에 출연한 8명의 친구들 모두가 방향은 다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임했다는 점을 시청자분들께 한번 쯤은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선택들이 결코 가벼운 선택은 아니었을 거라는 점도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능국이 아닌 시사교양국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점이 프로그램에 어떤 이점으로 작용한 것 같나요
특별한 이점이 있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다큐적인 면을 포함해야 하는 성격의 프로그램이었기에, 제가 SBS 시사교양국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들을 잘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는 걸 떠나 이 친구들이 업을 대하는 태도의 깊이나 진정성 같은 것들을 보려고 노력했고 각자의 서사가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했었고요. 알게 모르게 섭외의 기준이 그렇게 설정되었던 것이 이토록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합니다.

〈신들린 연애〉를 만들어가며, 사랑을 점치는 일은 사실 그것이 신통방통하든, 허무맹랑하든 사랑을 이어가는데 어떤 마법을 일으켰다고 봅니까
사랑을 점치는 일의 긍정성은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해진 운명이 실제로 있든 없든, 그걸 믿든 안 믿든, 다른 사람과의 인연을 바라고 그 인연의 끝이 좋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통 사람들은 점을 볼테니까요.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그리고 8명의 친구들을 알게 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이들이 운명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인연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절절한 마음을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과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게 PD로서는 참 행운이었고요.

이 프로그램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점집 한 번 안 다녀본 제가 이 친구들과의 인연은 질기게 가져가고 싶은 걸 보면, 운명이란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엘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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