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한 4월의 도쿄, 시부야 거리 한복판에 영롱한 진주 그래픽의 대형 깃발이 내걸렸다. 1954년에 설립된 타사키 하우스의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전시 〈Floating Shell〉의 개막을 알리는 사인이었다. 전시공간에 들어서자 일본의 유명 셀러브리티들과 디자이너 타쿤 파치니걸(Thakoon Panichgul), 멜라니 조르가코풀러스(Melanie Georgacopoulos) 등 타사키를 사랑하는 유명 인사들이 모여 새로운 타사키 진주의 변신에 주목하고 있었다.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밸런스’ 컬렉션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전시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
2010년, 패션 디자이너 타쿤 파치니걸이 디자인한 밸런스는 진주를 직선 막대 위에 나란히 정렬시켜 클래식한 진주의 현대적 변신을 상징하는 대표 컬렉션이 됐다. 전시를 찾은 타쿤의 표정에는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교차했다. “밸런스를 처음 디자인했던 순간이 기억나요. 노란 포스트잇 위에 첫 디자인을 그렸죠. 보통 진주 하면 줄줄이 엮은 네크리스처럼 전통적인 디자인이 떠오르잖아요? 저는 좀 더 독특하고 모던한 진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둥근 형태에 착안하게 됐죠. 다른 보석은 모두 커팅을 거쳐야 모양을 만들 수 있지만 진주는 그 자체로 둥근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까요. 본연의 형태를 아름답게 강조하기 위해 각이 살아 있는 직선 바 위에 진주를 올렸어요. 완벽한 구의 모양, 진주의 진정한 형태와 아름다움을 균형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죠.”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밸런스 컬렉션은 더욱 과감하고 자유로운 도전으로 가득했다.
아홉 개의 진주를 블록처럼 쌓아 올린 ‘밸런스 빌드’, 여러 개의 밸런스 모티프를 지그재그로 연결한 ‘밸런스 암’, 아코야 진주 다섯 개를 세팅한 밸런스 모티프를 층층이 쌓아 올린 ‘밸런스 팰리스’ 등 신선하고 감각적인 밸런스 시리즈가 조명 아래 빛나고 있었다. 그뿐 아니다. 타사키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한 한정판 컬래버레이션도 공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건 단연 1000개 이상의 진주를 엮어 만든 운동화.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식스와 협업한 스니커즈 시리즈 중 하나로 밸런스와 데인저 컬렉션을 재해석해 슈 레이스에 진주를 장식하거나 스니커즈에 탈착할 수 있는 진주 모티프를 더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아이웨어 브랜드 아이반과 협업한 안경과 선글라스 라인도 눈길을 끌었는데, 선글라스 프레임 전체를 진주로 빼곡히 채운 버전부터 템플에 진주를 장식한 선글라스, 진주 비즈를 엮은 스트랩을 장식한 선글라스까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오디오 브랜드 어쿠스튠과 함께 만든 유선 이어폰 또한 Z세대 마음을 사로잡을 키 아이템. 이어폰 헤드 바깥 부분에 진주를 장식해 마치 주얼리를 착용한 것 같은 효과를 주는 이어폰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진주 주얼리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이처럼 신선하고 과감한 시도로 가득한 타사키의 〈Floating Shell〉 전시는 창조와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진주의 미래를 보여줬다. 도쿄를 시작으로 상하이, 오사카, 대만, 서울, 파리,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라는 전시가 막을 내리고 나면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진주의 이미지는 한층 더 젊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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