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 〈이곳에 예술은 없다〉로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서울을 방문하게 된 소감은
‘프리즈 서울’ 등 한국에서 열린 아트 페어에 작품이 전시된 적은 있지만, 직접 서울을 찾은 건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부터다. 첫 방문은 몇 달 전 공항과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만 오가는 짧은 일정이었고, 지금이 두 번째인데 편안한 느낌이 든다. 한국인이 지중해 사람들과 비슷한 성격이라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유머러스하고 넓은 마음씨가 닮았다.
동명의 작품 ‘No Art Here’를 전시명으로 선택했다
2015년 뉴욕의 아주 작은 갤러리에서 〈No Art Here〉라는 전시를 연 적 있다. 과거와 현재의 작업방식이 똑같을 순 없지만, 여전히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옛 작품과 새로운 작품을 연결하고 싶었다. 이런 면에서 〈No Art Here〉는 과거 작품과 현재 작품을 잇는 연결점 같은 작업이고, 그래서 이 제목을 다시 가져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작품 속의 맑고 커다란 눈망울이 돋보인다. ‘눈’을 주목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내 캐릭터들은 구름과 비에서 탄생했다.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 화가 후안 에르난데스 피후안(Joan Herna′ndez Pijuan)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려오다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눈에 집중하게 됐다. 빗방울은 눈이, 구름은 머리카락이 됐다. 그래서 눈이 물방울처럼 보이기도 한다. 투명하고 유리 같은 눈은 신체에서 가장 마법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작품 속에 적힌 간결하고 위트 있는 문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정해지는 걸까
작품을 완성하면 작품 속 캐릭터에게 “어떤 문구를 쓰면 좋을까?” 하고 말을 건넨다. 그럼 캐릭터가 답해 준다(웃음).
직접 연출한 전시공간은 작품에 어떤 메시지를 더하게 될까
개인마다 작품을 보고 느끼고 얻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이탈리아 배우이자 감독 비토리오 가스만(Vittorio Gassman)의 말을 빌리자면, 관객이 없으면 배우가 될 수 없듯 관객이 없으면 예술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 방식을 따르기보다 매번 새롭게 연출하고 있다.
청소년 시절 운동 선수로 생활하다 20대 중반 미술계로 들어섰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25세의 하비에르 카예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30년 전 스페인에서는 그 나이만 돼도 직업을 가지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런 삶을 안정적이라고 여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전향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인생은 한 번뿐이고, 이번 생에서 하지 않은 것은 다음 생에서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침대에 누워 꿈을 꿀지, 일어나서 꿈을 향해 나아갈지.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당시 모두 말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결정이 옳았으며 꿈을 좇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도 예술계에 종사했다. 특히 증조할아버지는 피카소의 첫 미술 스승이었는데, 어린 시절 집안 분위기는 어땠나
미술뿐 아니라 음악, 춤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가족이 많아서 매우 창의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가족들이 모이면 늘 즐거웠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가르쳐주셨다.
부인 알리시아(Alicia)가 스튜디오 매니저를 맡고 있다. 삶의 동반자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그와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면
알리시아는 어떤 순간이든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그녀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지만, 2017년 홍콩 아이쇼난즈카 갤러리(AishoNanzuka Gallery)에서 첫 아시아 개인전을 마친 후 스페인으로 돌아오던 비행기 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큰일이 우리 앞에 펼쳐질 거라는 걸 예감하고, 이제부터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도 함께해야겠다고 깨달은 순간이었다.
한국 관람자들이 이 전시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나
사랑과 감동으로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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