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발매된 엔하이픈의 두 번째 정규 앨범 〈Love: Untold〉 컨셉트 시네마에 참여했다. 아티스트에게 정규 앨범은 중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책임감이 컸을 것 같다
처음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미있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앨범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된 비주얼 작업물이라는 것에 대한 무게는 느꼈지만 즐겁게 작업했다. 사흘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촬영해야 해서 콘티를 비롯해 기존 영화 작업보다 훨씬 계획적으로 했다.
멤버들의 리액션 영상을 보니 “촬영한 컷이 거의 다 쓰였다”고 말하더라(웃음). 엔하이픈은 〈Dark Blood〉나 〈Orange Blood〉 활동 때도 6~8분 분량의 대대적인 컨셉트 트레일러를 선보인 적 있고, 이번 컨셉트 시네마의 길이는 크레딧 포함 12분에 달한다. 앨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지난 6월 22일에는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공개 시사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장편인 전작 〈콜〉과 〈발레리나〉 모두 넷플릭스로 공개됐기에 무대 인사를 하는 시사회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었다. 영화관에 이렇게까지 특정 연령대와 성별이 많은 광경도 처음이라서 그걸 보는 것 자체도 재밌었다. 그리고 보통 상영 때는 조용하기 마련인데 팬들이 콘서트처럼 장면마다 반응했다. 소리도 지르고, 멤버들의 평소 모습과 말투를 다 아는데 연기하는 게 귀여웠는지 의도치 않은 장면에서 웃기도 하고. 그런 팬들을 보며 나와 멤버들도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팬들은 또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을 보면서 또 몇 번이고 음미하지 않을까
나도 영상을 찾아봤는데 댓글에 영어 비중이 정말 높아서 엔하이픈의 글로벌 영향력을 실감했다. 컨셉트 시네마는 K팝에서도 해보지 않은 시도다 보니 팬들도 새롭게 느낀 것 같다. 시리즈물로 보고 싶다는 반응도 많았다.
〈콜〉에서도 서연(박신혜)과 영숙(전종서)이 처음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이 계기가 됐다. 원래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은지
물론! 어릴 때 KMTV나 MTV 같은 뮤직비디오를 많이 틀어주는 채널도 열심히 봤다. 이 제안에 처음부터 흥미를 느꼈던 게 그런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발레리나〉 때 그레이가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고. 예전부터 영상과 음악의 조합이 가진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기에 지금도 음악적 요소들을 작업할 때 재미도 많이 느끼고 공도 들인다. 광고도 나이키나 아디다스 영상을 보면 음악의 힘이 엄청 크지 않나.
뱀파이어를 소탕하려는 인류와 대치하는 멤버들의 총기 액션은 〈발레리나〉에서 대대적인 총기 신을 연출한 감독에게는 쉬운 작업이었을까
촬영이 사흘 동안 진행됐고, 준비하는 기간도 길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잘 아는 스태프들이 필요했다. 〈발레리나〉 때 함께했던 무술감독님과 미술감독님이 참여해 줬다. 멤버들이 연기가 처음인 점을 우려했는데, 워낙 열심히 잘해서 NG도 거의 나지 않았다.
〈Love: Untold〉의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것이 연상됐나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인간과의 사랑. 그런 금지된 사랑을 떠올렸다. 앨범명도 그렇지만 타이틀곡인 ‘XO(Only if you say yes)’의 내용에도 신경 썼다. 그런 헌신적인 사랑에 대해서도 표현하고 싶었다.
뱀파이어는 창작물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주제다. 이충현 감독이 해석한 엔하이픈은 어떤 뱀파이어였나
연습실에서 한창 연습 중이던 멤버들과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 정말 마르고 하얀 게 뱀파이어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이돌 그룹이 대중에게 보여질 때 뱀파이어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적 요소도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관리되고,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뱀파이어와 평범한 인간의 사랑이 금기이듯 실제로 사랑할 수 없다는 점도. 그렇기에 엔하이픈의 뱀파이어 세계관이 컨셉추얼하지만 억지스럽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마침 오늘 촬영 장소도 컨셉트 시네마 속 뮤직룸과 닮았다. 특히나 좋아하는 뱀파이어물이 있다면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에드워드 캐릭터를 좋아한다. 원래 좋아하던 작품이다.
미형의 캐릭터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웃음). 장편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고, 〈발레리나〉에는 김지훈 · 김무열 배우가 비중 있게 등장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의도한 바였을지
마약을 유통하고 성 착취 영상을 만드는 정말 ‘빌런’들 아닌가. 여성을 보는 시각도 되게 단순하고 1차원적이다.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꼰대스러운’ 캐릭터들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순수하고 맑은 느낌을 가진, 청춘 누아르물에 등장할 것 같은 남성 캐릭터를 좋아한다. 불구덩이라도 필요하다면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인간들에 의해 사살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클로이를 두고 갈 수는 없어”라고 말하는 컨셉트 시네마 속 엔하이픈처럼 말이지. 〈콜〉에서는 신인이었던 전종서도 마찬가지지만, 김성령 ·박신혜 · 이엘 배우도 굉장히 효과적으로 썼다.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나
배우를 추천받거나 출연 후보를 고려할 때 그 사람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나 브이로그를 많이 찾아본다. 배우가 특정 캐릭터를 하면 이미 한번 보여진 모습과 같은 결의 작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외성을 발견하기 위해, 전작보다는 일상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다양한 작품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깨고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도 있지만.
〈연옥의 수리공〉을 비롯해 신작도 준비 중이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이번 작업을 통해 아이돌 세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많이 알게 됐다. 위버스에서 아이돌이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보고, 한번 관심을 가지니까 팬 사이에 통용되는 용어나 회사들의 전략 등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더라. 팬들이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내가 만든 영상에 대해서도 의도 이상의 분석을 하는 걸 보며 그들의 적극성과 열기에 놀랐다.
실제로 K팝에 푹 빠진 것 같다
〈뮤직뱅크〉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번 주 엔하이픈 나오는데 보러 올래?”라더라. 갈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엔하이픈 콘서트는 언젠가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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