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이어지던 사퇴 압박 여론에도 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21일(현지시각),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어요. 선거를 고작 107일 앞둔 시점에서 말이죠.
이미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기도 한 바이든은 자신이 당선된 지난 대선부터 건강 이상 징후를 보여 왔습니다. 이른바 ‘치매 논란’이 불거진 것도 당시의 토론회나 유세 현장에서 틀린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거나 맥락과 맞지 않는 말들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유일한 ‘대통령 감’으로 후보에 올라 고군분투했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달 말 TV토론에서의 참담한 플레이가 지지자들의 개탄을 자아냈고요.
이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총에 맞으며 선거는 또 다른 국면을 맞았습니다. 사실 해당 사건 자체는 의외로 두 사람의 지지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진 않았어요. 하지만 이를 통해 트럼프는 ‘영광스럽게’ 공화당 공식 대선 후보가 됐고, 바이든은 당장 무엇이든 지지율을 끌어 올릴 타개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유력 인사들은 싸늘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든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를 하게 됐죠.
격리 중이던 바이든은 참모들을 자택으로 은밀히 불러 사퇴 관련 절차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바이든은 엑스(구 트위터)에 “재선에 도전하는 게 저의 뜻이었지만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제 의무를 다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는 일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라고 적으며 사퇴를 공식화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사퇴 결정에 대해 이번주 후반에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제 민주당은 고작 몇 주 안에 트럼프를 상대할 만한 내부 인사를 찾아야 합니다. 바이든은 대선을 포기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해리스를 두고 “오늘 저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의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하길 원한다”라고 천명했습니다.
해리스도 바이든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면서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라고 엑스에서 발표했어요. 여기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여러 당내 의원들이 해리스에 대한 지지의 뜻을 내비쳤어요.
그럼 바이든과 두 번째 맞대결을 할 뻔한 트럼프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그는 바이든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단임 대통령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의 다음 후보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게 해리스라면 민주당은 바이든을 내세웠을 때보다 더 크게 패배할 거라면서요.
바이든의 대선 포기 배경에는 여전히 민주당 내 가장 강한 발언권을 지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바이든은 부통령이었죠. 이전에도 8년 동안 오바마를 보좌한 바이든이었는데요. 오바마의 대통령 임기가 끝날 즈음, 그는 바이든의 출마를 돕는 대신 힐러리 클린턴을 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요. 이번 대선 관련 바이든의 TV 토론 이후에는 오바마가 나서서 민주당 내에 ‘후보 교체론’을 간접 언급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바이든에게서 ‘또’ 등을 돌린 오바마는 후보 사퇴 발표 후 “오늘 우리는 바이든이 최고의 애국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바이든)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평생 싸워온 모든 것과 민주당의 모든 것이 어떻게 위험에 처하게 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며 바이든의 결정을 추켜올렸어요. 그러나 차기 후보로 생각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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