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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교 “‘더 납작 엎드릴게요’, 고민 많던 시기에 찾아온 선물” [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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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연교가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로 장편 첫 주연을 맡았다. 김연교는 연극 ‘안나라수마나라’로 데뷔해 영화 ‘미옥’, ‘탐정: 리턴즈’, ‘백두산’, ‘좀비13’, ‘생태교란종’, ‘파이프라인’, ‘보이스’, ‘파로호’, ‘시민덕희’ 등에 꾸준히 출연해 왔다. 이번에는 첫 장편 주연작 ‘더 납작 엎드릴게요’를 통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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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납작 엎드릴게요’는법당 옆 출판사 직원들의 보살 라이프를 그린 현실 공감 드라마로, 헤이송 작가의 동명 에세이가 원작으로 작가가 실제로 불교 서적 출판사에서 보낸 5년의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시련과 인내의 체험에 기반하여 완성된 이야기다. 이 작품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 상영된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정동진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실제 동전의 개수로 가려지는 관객상인 ‘땡그랑동전상’을 수상, 영화제 기간 3일을 통틀어 최고액 82만 770원을 기록하였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탄 작품으로 개봉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았다.

김연교는 극중 입사 5년 차 막내 혜인 역을 맡아 관객들의 공감 지수를 한껏 올렸다. 김연교가 이 작품과 인연을 맺게 된 건 김은영 감독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서다. 기획서와 시나리오를 받고 따뜻한 기분에 휩싸이며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감독님께서 저에게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메일 주소를 알려드리고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당시 기획서를 보는데 엄청나게 섬세하고 다정한 기획서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나리오 보기 전에 기획서를 보는데 ‘누군가 애정을 가지고 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구나’란 느낌이더라고요. 이런 작품에 참여하면 나도 덩달아 힘 받을 수 잇겠다 싶더라고요. 시나리오 역시 너무 재미있어서 함께 하게 됐어요.”

평화로운 절 안에 있는 출판사 안에서 혜인의 하루는 각종 민원과 업무 처리로 하루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다. 혜인이 납작 엎드릴 일은 계속 생겨나지만 결코 작아지지는 않는다. 김연교는 그런 혜인에게서 에너지와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저는 혜인이가 정말 납작 엎드려서 눈치도 보고 사람도 살피지만, 그 와중에 자기 중심을 지키는 사람 같다고 느꼈어요. 자존감이 높기 때문에 더 납작 엎드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영화 속에서 자료를 다 날리고 퇴근하는 모습이나, 글 쓴다고 결심했지만 잠들어 새벽에 깬 후 시계를 보고 3시간을 더 잘 수 있겠다고 말을 해요. 이런 모습들이 자기가 실수해도 그다지 자책하는 캐릭터로 읽혔어요. 감독님도 혜인이가 우울해 보이는 사람은 아니길 바랐어요. 납작 엎드리지만 우중충하고 나약하고 힘없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김연교는 자신을 조금 더 밝고 관대하게 대해주는 혜인을 연기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저와 혜인이는 많은 부분이 비슷해서 다른 걸 찾아보자면, 저는 헤인이보다 스스로를 더 몰아붙이는 타입이에요. 자책도 하고요. 그런데 혜인이는 자기를 긍정할 수 있는 친구라 그 부분을 많이 배우고 싶어요. 실제로 촬영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밝을 수 있는 힘을 받은 것 같아 좋았어요.”

김연교는 이 작품을 통해 김은영 감독과 첫 작업을 한 후 함께 팟캐스트 ‘아늑한 세계’를 진행했고 영화 ‘야식금지클럽’까지 함께 했다. ‘야식금지클럽’은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김연교는 김은영 감독을 ‘섬세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면 촬영을 위해 숙소에 처음 갔을 때 배우와 스태프들이 불편할까봐 모두에게 베갯잇 선물해 주셨어요. 보이지 않는 곳을 구석구석 볼 줄 알고 채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이 영화도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이야기인데 헐렁이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감독님이 구석구석 세심한 손길로 만졌기 때문 아닐까요? 그런 사람이 영화를 만들어서 그런지 마치 영화가 ‘보이지 않는 곳도 잘 챙기면서 가볼래, 이건 바보 같은 게 아니라 다정한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런 메시지가 있어서 저도 그렇고 관객들이 위로 받는게 아닐까 싶어요.”

영화는 혜인의 일상적이고 소박한 일상 속 출판사 팀장(장리우 분), 대리(손예원 분)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도 온기를 더한다. 김연교는 실제로 자매처럼 지냈던 장리우, 손예원과의 현장 분위기가 스크린에 잘 묻어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셋의 합이 정말 좋았어요. 예원 언니는 밤마다 요거트나 간식을 넣어주고 리오 언니는 비타민을 챙겨줬어요. 그렇게 챙김을 받으며 즐겁게 촬영했죠. 제가 인지하지 못했어도 저희의 현장 케미스트리가 화면에도 깔려있을 거예요. 특히 저는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지나가다가 새로 생긴 식당을 보고 대화 나누는 장면을 좋아해요. 그 부분이 롱테이크로 찍혀서 우리의 진짜 텐션이 나왔거든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촬영하던 당시가 떠올라 아련하기도 하고 편안하고 마음이 따뜻해져요. 아마 혜인이가 5년 동안 출판사 막내로 있을 수 있었던건 일상적인 순간에서 진심으로 가는 시간을 나눌 수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영화에서 마지막 장면은 연화수(김금순 분)에게 억지 민원을 받은 후 마음이 상한 혜인이 법당을 찾아가 천장을 바라보는 얼굴이다. 한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표정이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김연교는 김은영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맞춰나간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저는 조금 더 깊은 감정, 감독님은 밝은 감정을 생각하셨어요. 영화의 엔딩 장면이다 보니까 어둡고 슬퍼 보이면 안 된다면서요. 저는 이 모든 게 지나가며 울컥하는 감정이 조금 더 셌어요. 몇 번 컷 가보다가 점점 희망으로 가는 감정으로 올라왔어요. ‘내가 진 것 같지만 날 지켜보고 조금 더 단단한 내일이 또 있어’라는 마음으로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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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교는 ‘더 납작 엎드릴게요’가 녹여먹는 알사탕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친 하루 끝 알사탕을 녹여먹는 시간 만큼은 수고한 자신을 토닥여줄 수 있는 여유를 이 영화를 통해 찾길 바라는 다정한 마음이 느껴졌다.

“사실 이건 작가님의 말이에요. 혜인이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마루에 앉아 알사탕을 녹여 먹는 장면이 있는데, 이 영화가 지칠 하루에 위안을 주는 알사탕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제가 위로를 받았어요. 하루의 끝의 조그마한 달콤함, 달달함이었으면 해요. 저는 영화 바깥에서 혜인이가 납작 엎드렸던 순간에, 주변에 도와주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혜인이는 혼자라고 느꼈겠지만 사실 혼자가 아니었던 거죠.”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김연교에게 ‘선물’같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을 시기에 제안 받고 촬영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또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이 생겼다. 그렇게 김연교는 배우로서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공과금, 대출, 계비, 카드값을 비롯해 안과장, 연화수 역할이 모두 혜인을 압박하는 존재였는데요. 저는 촬영하면서 그 분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어요. 혜인이로서도 그런 압박들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요. 영화를 통해 더 좋은 인연을 가져간 것 같아서 그 역할을 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이 작품을 통해 만난 모든 분이 제게는 참 선물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쉽지 않은 현장도 있고 녹록지 않은 하루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 작업은 혜인이의 고개가 끌어올려졌던 날처럼 ‘이런 현장도 있었으니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마냥 좋고 행복하기 보단,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른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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