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직을 9년 만에 사임했다. 그는 2014년 UNHCR 명예사절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친선대사로 활동해 왔다.
21일 한겨레21에 따르면, 정우성은 지난 3일 UNHCR 친선대사직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그는 지난 15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저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붙어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됐다”며 “기구와 나에게 끊임없이 정치적인 공격이 가해져 ‘정우성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다른 의미들을 얹으려 하기에 나와 기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친선대사 사임 이유를 밝혔다.
정우성은 지난 10년간 UNHCR에서 활동하며 레바논과 남수단, 로힝야, 폴란드 등 주요 난민 발생 국가를 방문했다. 2019년에는 난민 관련 활동을 기록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펴냈다.
그는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해마다 세계 곳곳의 난민 캠프를 다니며 난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에 막연했던 난민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뚜렷해진 것 같다”며 “난민 문제는 우리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난민 문제는 결국 분쟁과 폭력, 전쟁이 원인이다. 난민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얼마나 인간의 삶을 황폐하지 만드는지를 볼 수 있고 나아가 평화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정우성의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은 2018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한국에 오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2018년 6월20일 세계난민의날을 맞아 ‘예멘 난민 신청자를 강제 송환하면 안 된다’고 밝힌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입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거센 비판과 마주했다. “위선자”, “정우성 돈으로 난민을 보호하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난민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며 “지역사회에 있는 소외 계층 사람들에게 난민이 반가운 손님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극우 정치 진영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문제의 원인을 난민과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멘 난민이 한국에 들어온 지 6년이 지났지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우성은 마지막으로 “난민은 특정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인데, 우리 사회는 그 단어의 의미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난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직시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진 사회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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