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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의 푸른 산호초가 소환한 시대 #돈쓸신잡

엘르 조회수  

지난달 일본에서 이틀간 열린 뉴진스 팬 미팅에는 9만명이 몰렸다. 이 거대한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푸른 산호초〉였다. 하니가 〈푸른 산호초〉를 부르자 일본 관중은 즉각 무장해제 됐다. 도쿄돔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일본 언론은 “시공을 초월한 무대”라며 극찬했다.

〈푸른 산호초〉는 마츠다 세이코가 1980년에 발표한 곡이다.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 있는 한국인에게도 마츠다 세이코라는 이름은 꽤 익숙하다. 사실상 일본 아이돌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마츠다 세이코를 스타로 만들어준 곡이 〈푸른 산호초〉다. 이 곡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며 1980년대 일본을 상징하는 사운드가 됐다. 영화 〈러브레터〉에도 이 곡은 의미심장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하니의 무대는 뉴진스라는 그룹을 잘 알지 못했던 일본 중장년층 마음까지 휘감았다. 그들은 젊었을 때 들었던 이 곡을 다시 들으며 달콤하고 감미로웠던 1980년대 일본을 떠올렸다고 한다. 일본인들에게 왜 1980년대는 각별한 걸까?

일본의 초호황 시대

1980년대 일본 경제는 호황이었다. 그냥 호황이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호황이었다. 도쿄의 모든 부동산을 팔면 그 돈으로 미국의 모든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8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 중 33곳이 일본 기업이었다. 이 당시에 만들어진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역시 풍요로 가득하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인기를 끄는 시티팝 장르 음악이 대표적이다. 나른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가 귀를 유혹한다. 돈이 넘쳐흐르는 시대 특유의 낙관이 넘실거린다. 일본 버블경제 시대 풍경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꽤 잘 알려져 있다. 그 풍요로웠던 시절이 한순간 물거품처럼 깨져버렸다는 것 역시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일본의 버블경제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거기엔 미국이 있다.

플라자 합의라는 전환점

아직 버블경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1980년대 초반. 이때도 일본은 경제 강국이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하며 만신창이가 된 일본은 1960년~1970년대 공업 국가로 체질을 바꾸며 고속 성장한다. 자동차 수출 산업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진출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확 키웠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의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자 슬슬 미국 입장에선 일본이 거슬렸다. 일본과의 무역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던 미국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1985년 플라자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체결된 이 합의가 일본 버블경제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서독, 영국, 미국, 일본의 재무장관이 모여서 환율 조정 합의를 했다. 핵심은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그 대신 엔화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출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본은 플라자 합의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버블의 시작과 끝

플라자 합의에 따라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잘 나가던 일본 수출 기업 경쟁력은 급격히 후퇴했다. 일본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인위적으로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려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했다. 금리를 내린다는 건 시중에 어마어마한 돈을 풀어 현금의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이것이 버블경제의 도화선이 됐다. 일본 정부가 수출 기업을 위해 푼 현금은 정작 내수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전 세계가 일본을 주목했고 투기 세력이 몰려들었다. 미국으로 향하던 돈의 물길이 오히려 일본으로 확 쏠렸다. 그러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주식 시장은 뜨겁게 불붙었다. 이것이 버블경제다. 하지만 탄탄한 실물경제 성장 없이 오직 투기 심리 때문에 부풀어 오른 거품은 한 방에 터질 수밖에 없었다. 1991년부터 일본 부동산 가격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일본은 장기침체 터널로 들어갔다. 파티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공허함도 긴 법이다.

마법 같은 노래

2004년에 태어난 하니는 노래 한 곡으로 위와 같은 짧지만 강렬했던 1980년대 일본을 마법처럼 소환했다. 재밌는 건 그 풍요의 시기를 기억하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겪어본 적 없는 젊은 일본인들도 이 노래에 흠뻑 빠졌다는 점이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 무대가 큰 화제가 됐다는 건 노래 자체가 주는 서정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마치 1994년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젊은 세대가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도 있는 것처럼.

〈푸른 산호초〉의 첫 소절 가사는 이렇다. “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가네 / 아, 푸른 바람 가르며 달려라, 저 섬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굳이 일본의 버블경제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 자체가 다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배경지식이 없어도 곧바로 제각각의 풍요로웠던 시절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만드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사랑받은 대중가요에는 그런 묘한 힘이 있다.

 
엘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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