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재단이 선택한 남자, 김희천 작가의 신작 개인전 〈스터디(Studies)〉가 7월 26일에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립니다.
잠실 상공에서 찍힌 흑백 신들. 하늘로 떠난 아버지의 시계 속 GPS와 심박수 데이터로 만든 21분짜리 흑백 영상 작품 ‘바벨’은 김희천 작가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첫 계기였습니다.
김희천의 작품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해 동시대 세대의 현실로 확장됩니다. 가령 작품 ‘썰매’는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다음 날이라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상황으로 서두를 꺼냅니다. 하지만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나의 모든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불안감을 조명하며 디지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꼬집죠.
무엇보다 이 작가의 아이덴티티는 디지털 기술 활용력에 있습니다. 가장 최신의 테크놀로지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독보적인 그림을 만들어내거든요. 3D 렌더링, 페이스 스왑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물론이고, 청년 세대에게 익숙한 인터넷 방송이나 애니메이션 방식을 차용하며 시각적으로 흡입력 있는 비주얼을 만들어내죠. 김희천이 한국의 포스트-인터넷 아트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면모도 김희천의 매력을 더합니다. 사진을 시작한 계기도 남달라요. 2012년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설이 나돌 당시, 멸망한 이후 본인이 찍은 사진이 남아 있으면 재미 있겠다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고 합니다.
김희천 작가의 신작 개인전 〈스터디(Studies)〉이 7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립니다. 그는 앞선 2023년 한국 미술계에서 권위 있는 상인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했는데요. 심사위원단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도전적이고, 어쩌면 가장 필요한 질문인 ‘인간의 자아 인식’에 대한 김희천의 해석과 표현 방식을 높이 샀습니다.
공포 장르를 차용했다는 신작 ‘스터디’는 고교 레슬링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인간 실존의 불안정함을 다뤄요. 기술 환경에 압도당한 동시대의 모습을 그려낸다고 하는데요. 간만에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 방문할 이유가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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