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가깝게 지내던 두 가족의 동시에 파경을 맞는다. 집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캠핑도 함께 다니면서 자녀들도 친한 친구 사이가 됐지만, 두 가정의 아빠와 엄마가 상대 가족의 배우자와 ‘불륜’에 빠지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딸의 친구 엄마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위자료 20억원을 제시하면서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 외도를 했는데도 자녀의 양육권을 갖겠다는 아내. 너저분한 폭로와 적반하장의 요구가 맞물리는 이혼 소송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을 ‘뒷목’ 잡게 하지만, 그렇다고 시선을 떼기는 어렵다.
지난 12일 방송을 시작한 장나라·남지현 주연의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연출 김가람)가 안방극장의 시청률 강자로 우뚝 설 조짐을 보인다. 앞서 같은 시간대에 방송한 지성 주연의 ‘커넥션’이 최고 시청률 14.2%(닐슨코리아·전국 기준)을 달성하면서 막을 내린 후광 효과도 있지만, ‘굿파트너’는 현실과 뗄 수 없는 천태만상 이혼 스토리를 전면에 배치해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굿파트너’가 초반부터 주목받을 수 있던 데는 1, 2회의 주요 에피소드로 등장한 친한 두 가족의 불륜 스토리가 강력한 화력이 됐다. 자녀들까지 친구로 지낸 두 가족의 배우자들이 불륜에 빠지면서 가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실감나게 그렸다. 다소 자극적인 설정과 소재이지만, 이는 실제로 벌어진 이혼 분쟁에서 모티프를 얻어 재구성한 이야기라는 사실에서 리얼리티를 확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나라가 맡은 ‘굿파트너’의 주인공 차은경은 17년차 이혼 전문 변호사답게 풍부한 경험으로 이혼 분쟁을 겪는 부부들의 심정을 파악하고 사태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짚는다. 법정 드라마 속 변호사들이 감정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지만, 차은경은 다르다. 효율성과 완벽주의를 내세우면서 전문성까지 갖췄다. 현실성 짙은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만나 시너지를 내는 셈이다.
● 로펌 소속 이혼 전문 변호사가 쓴 드라마
‘굿파트너’의 리얼리티는 극본을 집필한 최유나 작가의 절대적인 힘이다. 드라마 집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상 ‘굿파트너’는 최 작가로부터 시작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최유나 작가는 실제로 한 로펌에 소속돼 활동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다. 시청자에게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유퀴즈’에 작가가 아닌 이혼 전문 변호사로 출연한 그는 당시 자신이 담당했던 수천 건의 이혼 사건 가운데 놀랄 만한 실화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결혼 당일 신랑의 내연녀가 신부 대기실을 찾아오는 바람에 신랑의 비밀을 알게된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온 사연부터, 자신이 소개팅을 주선한 여러 사람들 가운데 결혼에 골인한 단 한 커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는 이야기까지, 이혼에 얽힌 생생하고 다양한 상황을 소개했다.
당시 최유나 작가가 출연한 ‘유퀴즈’는 최근에도 SNS 등을 통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특히 최 작가는 방송에서 유재석과 자신의 외모가 꽤 닮았다고 말하는 등 재치있는 말솜씨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번 ‘굿파트너’는 그런 최유나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그는 2018년부터 SNS를 통해 웹툰 ‘메리지 레드’를 연재하고 있다. 결혼 이후 몰려오는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를 겪는 부부의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내용의 웹툰이다.
‘메리지 레드’의 스토리 작가로 활약한 최유나 작가는 2020년에는 에세이 ‘우리 그만 헤어져요’를 출간해 주목받았다. 2022년에도 에세이 ‘혼자와 함께 사이’를 출간하면서 이혼에 얽힌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드라마 ‘굿파트너’는 최유나 작가가 쓴 ‘메리지 레드’를 바탕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은 극중 각종 강연과 방송 출연 등으로 유명세를 얻은 변호사로 설정돼 있다. 사회적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정작 남편은 자신의 직장 동료와 불륜에 빠지고, 그 사건을 계기로 위기를 맞는다.
차은경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남지현이 맡은 신입 변호사 한유리다. 어린 시절 아빠의 불륜으로 엄마가 겪는 고통을 보고 자란 유리는 어떻게든 가정은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감정이 다소 앞서지만, 차은경과 호흡을 맞추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다.
‘굿파트너’는 이혼 변호사들의 시선으로, 이혼의 위기에 놓인 여러 부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휴먼 드라마를 추구한다. 동시에 미혼과 결혼, 이혼과 재혼에 이르기까지 남녀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다양한 소재로 담아낸다.
장나라는 “이혼 제도가 기능적으로 가까이 존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드라마인 만큼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기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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