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은 특유의 넉살과 친근함으로 작품에서 맡은 인물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배우다.
7월31일 개봉하는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제작 쇼트케이크)은 천연덕스러운 ‘조정석 연기의 총집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잘 나가는’ 스타 파일럿은 물론 ‘고운’ 여장남자의 모습까지, 조정석은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파일럿’은 코미디 장르로서 웃음 타율이 낮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한계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비현실적인 설정을 떠받치는 힘이 오로지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연기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곳곳의 허술함과 개연성을 찾을 수 없는 안일한 전개가 숱하게 발목을 잡고 성 평등, 가족의 소중함, 여기에 개인의 성장까지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 하다 보니 산만하다는 인상도 짙다.
● 한정우가 여동생의 이름을 빌리게 된 이유
‘한국항공’의 간판 파일럿인 한정우(조정석)는 공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이자 뛰어난 비행 실력으로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인물이다. 특강도 나가고, SNS 팔로워 수도 몇십 만에 달하는 유명 인사다.
잘 나가던 그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과거 회사 술자리에서 여성 승무원에게 “꽃다발”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서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재취업을 자신했지만, 업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를 다시 받아줄 항공사는 없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한정우는 저비용 항공사 ‘한에어’에서 전략적으로 여성 조종사를 뽑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동생 한정미(한선화)의 신분을 빌리고, ASMR 뷰티 크리에이터인 한정미의 도움을 받아 여장을 해고 재취업에 성공한다.
‘파일럿’은 스웨덴 영화 ‘콕피트'(2012년)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94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엑시트'(2019년) 이후 조정석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로도 주목받고 있다.
‘파일럿’은 그야말로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코미디 영화라 불려도 좋을 만큼 조정석의 열연이 돋보인다.
치마를 입은 한정우가 습관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거나 갑자기 목소리 조절이 어려워 원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장으로 벌어지는 영화 속 해프닝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에피소드이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을 피하기 어렵다. 온전히 조정석의 힘이다.
● 조정석 열연에도…몰입이 어려운 이유
재취업에 성공한 한정우는 여성으로 살아가고, 여성 파일럿이자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는 윤슬기(이주명)와 ‘썸’과 ‘연대’를 오가는 미묘한 관계를 쌓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한때 그저 “꽃다발”로 치부했던 여성의 고충을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피상적이고, 겉핥기식이라 깊이는 없다.
극이 진행될수록 영화의 한계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한정우는 일련의 사건으로 ‘한에어’의 스타가 되는데, 아무리 ‘영화적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여장 한정우’의 모습이 전 국민을 속일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몰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는 시도도 영화의 약점이 될 듯하다.
자기밖에 모르는 철없는 한정우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면서 여자로 변신해 주변은 물론 자신의 삶도 돌아보고, 가족의 사랑까지 깨닫게 되는데 메시지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감독 : 김한결 / 각본 : 조유진 / 출연: 조정석,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외 / 장르: 코미디 / 개봉: 7월31일 /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 러닝타임: 110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짠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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