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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전하는 스포츠의 온도
프랑스에는 ‘북쪽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레이스가 있다. 약 250km에 달하는 코스 대부분의 구간이 울퉁불퉁한 돌바닥으로 이뤄져 사이클 경기 중에서도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파리-루베(Paris-Roubaix)’가 그것. 1896년부터 시작된 이 유서 깊은 행사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최초의 화가는 바로 장 메챙제(Jean Metzinger)다. ‘Au Ve′lodrome(경륜장에서)’에 등장하는 사람은 1912년 파리-루베 우승자 샤를 크뤼펠랑트(Charles Crupelandt)로, 메챙제는 크뤼펠랑트가 막바지 스퍼트를 내는 순간을 캔버스에 옮겼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바닥과 잔뜩 힘이 들어간 듯한 몸은 긴박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다. 신체 일부를 투명하게 처리해 관중을 보이게 한 부분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마저 놓치지 않으려던 의지도 엿보인다.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의 출현과 스포츠의 확산은 별개의 사건이 아니었다. 신화와 성경 같은 전통적 주제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으로 시선을 돌린 화가들에게 생활에 자리 잡은 스포츠는 더할 나위 없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토머스 에이킨스의 ‘The Biglin Brothers Racing’(1872).

토머스 에이킨스의 ‘The Biglin Brothers Racing’(1872).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서는 9월 11일까지 회화 속 스포츠를 살피는 〈EN JEU! Artist and Sport: 1870-1930〉가 열린다. 모네와 마네, 드가와 보나르를 비롯한 프랑스 대표 작가와 당대 회화 거장들이 스포츠를 주제로 한 작품을 한데 모았는데, 작품에서 드러나는 스포츠를 향한 시선 차이가 뚜렷하다. 19세기 미국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Thomas Eakins)는 수영, 조정 등의 야외 활동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였다. 또 인간의 몸에 대한 관심도 많아 해부학을 들을 정도였는데, 토머스의 1873년 작 ‘The Biglin Brothers Racing(비글린 형제들의 레이싱)’을 보면 그가 선수들의 몸동작에 얼마나 세심히 집중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모네는 꽁꽁 얼어붙은 습지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그린 ‘Les Patineurs a` Giverny(지베르니의 스케이터들)’를 통해 한겨울 저녁 지베르니의 온도와 색채를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림뿐 아니라 스포츠의 온도 역시 이렇게나 달라진다.

앙드레 로트의 ‘Partie de Rugby ou les Footballeurs’(1937).

앙드레 로트의 ‘Partie de Rugby ou les Footballeurs’(1937).

클로드 모네의 ‘Les Patineurs a` Giverny’ (1899).
 장 메챙제의 ‘Au ve`lodrome’(1912).
모리스 드니의 ‘Nausicaa, Jeu de Balle’(1913).

경기장 건축에 담긴 로망
르 코르뷔지에는 저서 〈도시계획 Urbanisme〉에 이런 구절을 적었다. “생활공간 지척에서 스포츠를 누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운동장은 집의 바로 문 앞에 있어야 한다. 이 유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수직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이상적인 도시에 대한 르 코르뷔지에의 비전을 담은 ‘빛나는 도시(Ville Radieuse)’ 개념에서 스포츠는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거와 휴식, 운동, 종교 시설이 고루 갖춰진 복합주거단지에서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찬디가르를 포함한 여러 도시계획에 경기장을 포함시켰다. 아쉽게도 르 코르뷔지에 사후에 완성된 피르미니 스타디움을 제외하고 모두 계획안에 그치고 말았지만. 20세기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들에게 경기장은 운동경기를 치르는 곳 이상이었다. 프랑스 건축문화유산박물관(Cite′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이 9월 16일까지 선보이는 〈Il e′tait une fois les stades 옛날 옛적 경기장이 있었다〉는 대규모 종합 경기장, 즉 스타디움의 의미를 보다 폭넓게 다룬다.

 피르미니에 위치한 르 코르뷔지에 스타디움.

피르미니에 위치한 르 코르뷔지에 스타디움.

 라울 주르드가 설계한 파르크 레스퀴르.

라울 주르드가 설계한 파르크 레스퀴르.

1930년대에 프랑스 건축가 라울 주르드(Raoul Jourde)가 설계한 ‘파르크 레스퀴르(Parc Lescure)’는 육중한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 당대의 건설 역량이 집약돼 있다. 주르드는 스포츠를 관람하는 관중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세계 최초로 기둥이 없는 스탠드 좌석을 구현했다. 도시 문화유산을 향한 프랑스의 높은 보호 기준은 경기장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1920년 건설된 스타드 드 제를랑(Stade de Gerland)은 수차례의 보수와 개조를 거쳐 10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1897년 개관한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는 그 유명한 파리 생제르맹 FC의 홈구장으로 쓰이는 중이고. 오는 2024 파리 올림픽 축구 경기 역시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파르크 데 프랭스 경기장의 스탠드를 지지하는 구조물의 디테일.

파르크 데 프랭스 경기장의 스탠드를 지지하는 구조물의 디테일.

입는 스포츠의 세계
19세기 중반 해변 휴양지로 향하는 철도가 생기며 사람들이 알게 된 건 물에 빠지는 즐거움이었다. 물속에서 착용하기 위해 고안된 ‘최초의 수영복’은 우리가 익히 아는 수영복의 형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빳빳한 면으로 만든 긴팔 블라우스와 블루머가 결합된 형태를 보고 있으면 수영은커녕 물속에서 꽤 번거로웠을 것 같은데, 활동성보다 품위와 정숙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접어들어 수영복은 점점 짧아지고, 디자인도 다채로워졌다. 여러 디자이너와 사진가들의 영감이 되기에도 충분해 각종 화보와 비치 컬렉션의 등장에 기여했다.

사진가 피터 냅의 1971년 화보.

사진가 피터 냅의 1971년 화보.

사진가 조지 호이닝겐 후에네의 1928년 화보.

사진가 조지 호이닝겐 후에네의 1928년 화보.

과거 일상복이 신체 활동과 스포츠를 위해 사용됐다면 지금은 모든 사람이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처럼 착용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파리의 유서 깊은 의상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열리는 전시 〈Fashion on the Move #2〉에서 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수영을 비롯해 자전거, 골프, 테니스, 승마 등 분야별 운동복의 진화 과정은 물론 지극히 기능 중심의 스포츠웨어가 어떻게 내로라하는 패션 하우스들의 시그너처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최초로 비키니를 디자인한 루이 레아르의 1940년 비키니.

최초로 비키니를 디자인한 루이 레아르의 1940년 비키니.

스포츠 디자인의 두 얼굴
독일의 전설적인 산업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가 1986년 내놓은 에글리 카와사키(Egli-Kawasaki) MDR-1 모터사이클은 무늬만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아니다. 유기적 형태에 공기역학 기술을 더해 비약적으로 속도를 올린 이 오토바이는 출발 후 10km 동안 시속 272.41km를 유지해 당대의 세계 육상 속도 기록을 경신했다. 최고속도는 무려 시속 330km에 달했다. 획기적인 기술 발전으로 이제는 장비의 도움 없는 스포츠는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이뿐인가? 음향 신호 기능이 탑재된 시각장애인용 특수 볼, 패럴림픽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종목별 맞춤 휠체어처럼 디자인은 신체의 제약을 하나의 변수 정도로 만들었다.

루이지 콜라니가 디자인한 에글리 카와사키 MDR-1.

루이지 콜라니가 디자인한 에글리 카와사키 MDR-1.

하지만 스포츠 발전에 있어 기술과 디자인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좋고 나쁨을 판가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수영복 회사 스피도(Speedo)가 나사(NASA)와 손잡고 만든 ‘레이저 레이서(LZR Racer)’가 기술 도핑 논란을 일으켜 결국 2010년 ‘전신 수영복 착용 금지’라는 결과를 가져왔듯이 말이다. 8월 11일까지 뤽상부르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MATCH〉는 스포츠와 디자인의 관계를 보다 촘촘히 톺는다. 미래는 열려 있다는 중의적 메시지와 함께.

음향 센서를 탑재한 시각장애인용 공.

음향 센서를 탑재한 시각장애인용 공.

패럴림픽 럭비 선수용 특수 휠체어.

패럴림픽 럭비 선수용 특수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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