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박지성도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목소리 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신화의 주역인 이영표, 이천수에 이어 박지성도 입을 열었다.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박지성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박지성과 함께하는 MMCA 플레이 : 주니어풋살’을 끝낸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을 바라보는 축구인 박지성의 심정은 어떨까?
“첫 번째 드는 감정은 슬픔” 박지성이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도대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건가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 커서 축구인으로서 슬픈 상황을 맞이하고 있고, 마음이 상당히 아픈 상태”라고 전했다.
박지성을 슬프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박지성은 “가장 슬픈 건, 뭐 하나 확실한 답이 없다는 것”이라며 “2002년 월드컵으로 인해서 한국 축구는 상당히 많이 변했고 앞으로 상당히 많이 변해갈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게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는 것이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좀 참담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박지성은 “저 역시도 거기에 대해서 순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맞이하는 모든 축구인들이 상당히 가슴 아플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지성은 “협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고 제대로 된 일을 들어가면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에 가장 큰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볼까? 박지성은 “저도 내부에 있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막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진실을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 나온 걸로만 봤을 때는 도무지 이 답이 나올 수 없는 답을 우리가 안고 있기 때문에 왜 그럴 수밖에 없었던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결국 여기서 멈춰서 그냥 한국 축구가 끝나가는 것을 모두가 바라볼 수 없을 테니까, 결국 사건은 이뤄졌고 이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인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지 않냐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박지성이 생각하는 대안은? 박지성은 “진실이 답”이라며 “진실을 알아야지만 해결책을 가질 수가 있고 이미 대한축구협회의 신뢰는 떨어졌고, 그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아마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그 시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사실대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절차대로 밟아서 감독을 선임해야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실을 말해도 사실을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앞으로라도 사실에 입각해서 일을 진행하고 투명한 것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이뤄지고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앞으로 쌓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박주호의 폭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지성은 “회의 기간 내내 상당히 많은 무력감을 느꼈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좋은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와도 결국 그 행정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올바른 시스템이 있지 않으면 결국 들어온 좋은 인재들을 활용도 하지 못하고 인재들을 재물로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홍 감독을 향한 비판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박지성은 “새 감독이 부임했을 때는 기대감 속에서 시작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날 지, 안 날 지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감독 선임을 한 이후에 이런 상황이 지속된 적이 축구계에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상황”이라며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지성은 “한국축구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그 위기가 대표팀이 위기이기 때문에 위기인 것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렸을 때가 진짜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이대로라면 대표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떠나서 한국 축구 전체가, 유소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하며 그렇게까지 가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대한축구협회장 사퇴를 묻는 말에는 한숨을 쉬며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 회장이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지 말아야 된다라는 것은 외부의 압력으로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국 회장님이 스스로 선택을 하셔야 될 상황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어떻게 심어줄지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는 거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홍 감독의 하차에 대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당연히 새 감독이 왔을 때 기대감, 그 감독에게 거는 기대 심리로 감독이 시작하는 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처음이라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지성은 “결국 감독 선임을 번복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협회와 홍명보 감독의 결정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쉽사리 지금 분위기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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