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주연한 영화를 알리기 위해 급한 일정이 생긴 남편을 대신해 영화 무대인사에 대신 나선 아내를 본 적이 있나.
톱스타들이 자신의 출연작이 아닌데도 동료의 영화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나선 경우가 있을까.
다리 부상을 당해 걷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어떻게든 한명의 관객이라도 더 만나려고 무대인사를 위해 달려온 배우까지.
영화 ‘핸섬가이즈’ 개봉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이성민과 이희준이 주연한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가 6월26일 개봉해 11일까지 누적 관객 11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했다. 순제작비 49억원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10만명. ‘병맛’ 코미디와 ‘B급’ 오컬트를 뒤섞어, 뒤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영화가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관객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핸섬가이즈’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병맛 코미디와 오컬트를 접목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보통의 상업영화가 어느 정도의 흥행 가능성과 타깃 관객층을 예측하고 출발하지만 ‘핸섬가이즈’는 장르나 이야기, 캐릭터 설정까지 모든 면에서 ‘모험’이나 다름 없었다.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좀처럼 흥행 성과를 거두지 못한 장르이고, 그로 인해 제작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핸섬가이즈’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50억원 미만의 중급 제작비를 투입해 그 빈 틈을 공략하면서 개봉 3주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영화의 성공을 판단하는 가장 분명한 지표인 손익분기점 돌파는 모든 영화가 원하고 기대하는 목표치이지만, 최근들어 이루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이란 사실에서 ‘핸섬가이즈’의 기록은 의미를 더한다.
● ‘모’ 아니면 ‘도’, 결과 예측 어려운 모험
‘핸섬가이즈’는 배우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운 영화다. 단순히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망가지는’ 연기를 해야하는 상황을 넘어, 취향이 확실하게 갈리는 ‘병맛 코미디’에 과감하게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도 필요한 작업이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모’ 아니면 ‘도’의 상황에서 주연 이성민과 이희준은 모든 걸 내려놓은 듯, 한번도 보인 적 없는 얼굴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영화는 목수로 일하면서 모은 돈을 다 털어 전원 생활을 하려고 시골의 한적한 마을에 집을 산 주인공 재필(이상민)과 상구(이희준)가 이사 첫날부터 황당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과거 퇴마 의식을 진행하던 신부님이 살던 집에 잠들어 있던 악령이 깨어나고, 재필과 상구 주변에서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코미디와 오컬트로 풀어낸 작품이다.
처음엔 재필과 상구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에 거부감이 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은 두 인물에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가 끝나고 두고두고 떠올릴 때마다 폭소가 터지는 ‘마력’도 발휘하는 영화다.
관객을 사로잡는 힘,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이성민과 이희준을 비롯해 공승연과 박지환, 이규형까지 배우들이 작품과 역할에 얼마나 푹 빠졌는지, 그들이 이번 작품에 갖는 ‘팬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완성된 영화를 통해 관객에 그대로 전달된다.
이성민은 ‘핸섬가이즈’에 먼저 캐스팅됐다. 시나리오를 읽고부터 욕심이 났다는 그는 영화 개봉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작품의 흥행을 간절히 바랐다. 최근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부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히트작을 꾸준히 내놓았는데도 이번 ‘핸섬가이즈’에 임하는 마음은 달랐다는 설명.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 해보지 않은 역할에 참여하면서 배우로서도 색다른 에너지를 충전했다.
이희준도 마찬가지. 이성민이 먼저 캐스팅돼 주인공 재필 역을 맡는다는 사실을 접한 그는 뭐라도 해야한다는 각오로 자신의 역할인 상구를 준비했다.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극중 상구의 등에 붉은 상흔을 선명하게 남긴 ‘부항 자국’의 아이디어도 이희준의 머리에서 나왔다.
연기와 작품 참여가 아무리 ‘직업’이라도 해도, 그 작품을 얼마나 ‘즐기는’지에 따라 작품의 성패는 갈린다. 최근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부터 ‘범죄도시4’까지 출연 배우들이 이구동성 내놓는 말은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이야기다.
‘핸섬가이즈’도 예외는 아니다. 굳이 두 주연배우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역할과 작품에 푹 빠져 얼마나 즐겼는지는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성민과 이희준 뿐만이 아니다. 병맛 코미디에서 의외의 재능을 증명한 공승연을 비롯해 짧은 출연 분량에도 코미디 지분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박지환과 이규형의 활약도 110만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
이성민과 이희준은 마음껏 즐긴 영화의 흥행을 바라는 마음도 강렬하다. 관객 동원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성민은 ‘서울의 봄’에서 호흡을 맞춘 정우성, ‘재벌집 막내 아들’의 성공을 함께 이끈 송중기와 잇따라 GV(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영화 감독들이 작품 등으로 인연이 있는 배우들의 주연영화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려고 GV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톱스타들의 GV 지원사격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들은 동료 이성민이 얼마나 ‘핸섬가이즈’에 진심으로 임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기꺼히 힘을 보탰다.
이희준은 한술 더 뜬다.
작품 촬영 일정으로 지난 3일 열린 ‘핸섬가이즈’ 무대인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대신 아내인 모델 이혜정을 내세웠다. 이혜정은 이희준을 대신해 영화 속 상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들고 무대인사에 참석해 이성민, 공승연 등 배우들과 나란히 관객에 인사했다. 남편의 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아내가 무대인사에 출동하기도 전무후무한 경우다.
마침 다리 부상을 당해 제대로 걷기도 어려운 이규형은 발목을 짚고 무대인사에 나섰다. 건강상의 이유로 무대인사에 불참하는 배우들은 많지만, 이규형은 달랐다. 발목 부상의 아픔은 ‘핸섬가이즈’ 후반부의 코미디를 책임지는 자신의 활약을 관객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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