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의 전두광에 이어 이번에는 유재명의 전상두가 한국 현대사를 다룬 묵직한 이야기로 관객을 찾아온다. 10·26 사태 직후 급격한 혼란기 속에서 벌어진 긴박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을 빗댄 역할이다.
추창민 감독이 연출한 ‘행복의 나라'(제작 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가 8월14일 개봉한다. 영화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저격당한 10월26일 밤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군인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아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그리고 이들 사이에 놓인 합동수사본부장 전상두의 이야기다.
10·26 사태를 다룬 영화는 ‘그때 그사람들’부터 ‘남산의 부장들’까지 꾸준히 제작됐고, 최근에는 1312만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행복의 나라’는 박정희 대통령 암살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된 재판에서 끝까지 상관의 명령을 따르려는 군인과 그를 구하려는 변호사의 관계에 주목한 휴머니즘 짙은 작품으로 앞선 영화들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현대사의 결정적인 사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두 주인공 이선균과 조정석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결정적인 인물은 유재명이 연기한 전상두다. 10·26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자,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을 빗댄 인물이란 사실이 캐릭터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대통령 암살 이후 실권을 잡고 밀실에서 재판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전상두는 재판 결과까지 자신의 뜻대로 주도하며 권력을 손에 넣는 모습으로 관객의 공분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에서 유재명이 전상두 역할을 준비하면서 시도한 외모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이마를 강조한 헤어스타일을 통해 역할이 묘사한 실존인물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 ‘서울의 봄’과 연결돼 더 흥미로운 작품
무엇보다 ‘행복의 나라’는 지난해 11월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와 연결해 보면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 될 전망이다. 10·26 사태 직후 실권을 쥔 전두광(황정민)이 군사반란인 12·12를 일으켜 권력을 손에 넣은 비극의 현대사를 긴박하게 그린 ‘서울의 봄’은 탁월한 완성도에 힘입어 숱한 화제를 만들면서 흥행까지 성공했다.
‘행복의 나라’는 서울의 봄’이 담은 12·12 군사반란의 움직임이 왜 시작됐는지, 그 출발을 짚은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서울의 봄’이 10·26 사태로부터 좀 더 시간이 흘러 대통령 암살이 어떤 역사의 비극으로 이어지는지 조명했다면, ‘행복의 나라’는 10·26 사태 직후 나라가 혼란에 휘말린 시기에 주목해 알려지지 않은,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던 역사의 이면을 들춘다. 분명 다른 영화이지만, 하나의 흐름에 놓고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란 사실에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두환을 연기한 두 인물, 황정민과 유재명의 연기 도전 역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서울의 봄’ 흥행은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이 파격적인 외모 분장을 겸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강력한 동력이 됐다. 이번 ‘행복의 나라’에서 전상두를 연기하는 유재명에게 관객의 시선이 향하는 이유다.
유재명 역시 연기력으로 관객과 폭넓은 신뢰를 쌓은 배우. 영화 ‘소리도 없이’ ‘명당’ 등은 물론 드라마 ‘비밀의 숲’을 시작으로 최근 ‘도적:칼의 소리’, ‘삼식이 삼촌’ 등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을 잇고 있다. 이번 ‘행복의 나라’에서는 현대사 속 실존인물을 맡아 또 한번 연기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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