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 괴롭힘 당하는 아이돌, 지켜보기 안타까워”
‘숨 막혀 돈 받고 번호 팔지마/ 내가 어디 있는지를 물어봐/ 나 어디 있는지 다 알잖아 내 몸 어딘가에 내 차 밑에 GPS,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너는 왜 왜 왜, 어찌 알고 있는데’
동방신기 출신 김재중이 지난달 26일 발매한 데뷔 20주년 앨범에 수록된 곡 ‘하지마’의 가사다. 김재중은 데뷔한 후 20년 동안 꾸준히 사생 피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팬에게 뽀뽀를 당한 일화부터 집에 있는데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받은 경험도 털어놓으며 “늘 죄수처럼 지냈다”라고 말했다.
김재중은 SNS에 사생 택시 운영사의 광고를 공개하며 외국인 사생을 대상으로 한 투어 상품을 비판한 것에 이어, 자신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은 사생을 저격한 곡을 발표하면서 다시 ‘사생 문제’를 상기시켰다.
사생 문화는 케이팝(K-POP) 아이돌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했다. 초기에는 단순히 공연장이나 연습실 앞에서 기다리며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요청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생팬의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다. 이들은 아이돌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적인 스케줄까지 추적하며, 심지어는 아이돌이 거주하는 집이나 호텔 방까지 찾았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이 ‘삐뚤어진 관심’으로 변하면서 ‘사생팬’이라고 불렸지만 이제 연예인에게 정신적 고통과 위협을 가하는 존재가 돼 ‘팬’이 아닌 ‘사생’ 혹은 ‘사생범’이라고 불리고 있다.
사생을 쉽게 볼 수 있는 장소는 공항이다. 연예인의 비행 정보를 알아내 따라붙는 행위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출국일에는 수많은 사생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은 아수라장이 된다. 이들은 출국장에 함께 줄을 서 입국 과정을 촬영하고, 탑승 직전까지 항공사 VIP 라운지 앞에서 셔터를 눌러댄다. 심지어는 연예인의 비행 정보, 좌석까지 알아내 옆자리에 앉아 이동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제 공항 사생은 ‘애교 수준’이다. 소속사들은 스케줄이 끝난 연예인 차량을 따라오는 행위, 거주지를 비롯한 사적인 공간에 무단으로 방문하고 촬영하는 행위, 개인의 신상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행위 등 연예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행위를 멈출 것을 매번 경고하지만, 소용이 없다.
엔시티(NCT) 재현은 미국 콘서트 투어 당시 호텔방에 사생이 무단으로 침입해 물건을 찍고 사진을 게재하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방탄소년단(BTS)정국은 팬들에게 자신의 집에 허락 없이 음식을 배달시키지말라고 당부했고,RM은 예매기차 티켓정보가 코레일직원에 의해 유출,개인정보가 열람되는 피해를 당했다.
변우석은 팬미팅을 위해 방문한 대만에서 사생들이 하루 10여대의 차를 빌려 호텔까지 찾아간 일이 현지언론에 보도되기도했다.
심지어 보이스피싱 수법까지 동원되는 사례도 발생했었다. 세븐틴 도겸은 위버스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걸려온 전화에 방송을 잠시 끊었다. 이후 도겸은 “승관인 줄 알고 받았는데 승관이 이름으로 하고 전화했네”라며 발신자 번호를 조작해 전화를 걸어온 상황을 알렸다. 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발신 번호 뒷자리가 일치하면 단말기 주소록에 등록된 이름이 표시돼 피해자가 가족·지인 전화로 오해, 보이스피싱에 쉽게 휘말리게 만드는 수법이다.
아이돌의 사생활과 스케줄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사적인 공간과 시간을 하는 사생의 행동은 아이돌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유발한다. 이는 아이돌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엔시티 드림(NCT DREAM) 런쥔은 컨디션 난조와 불안증세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후, 사생 피해를 팬들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SM,하이브를 비롯해 아이돌 소속사들은 이같은 문제를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완벽한 제재가 되지는 않고 있다.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공식 스케줄이라 해도 자세한 일정은 공개하지 않는데, 사생들이 늘 와 있다. 관련 직원들이 줄편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숙소나 집에 찾아오면 주민들의 피해 신고가 들어온다. 사생은 자신들의 행동이 범죄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다. 어느 수준이어야 ‘감수하라’라고 연예인이게 말할텐데, 이제 그 도를 넘어서, 지켜보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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