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자발적 고립을 위한 집

엘르 조회수  

선베드 하나가 단출하게 놓인 옥상.

선베드 하나가 단출하게 놓인 옥상.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전면의 벽과 2층 바닥을 모두 터 개방감 높은 주방을 완성했다.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전면의 벽과 2층 바닥을 모두 터 개방감 높은 주방을 완성했다.

벽과 천장, 바닥, 가구를 하나의 색으로 통일한 거실. 안쪽에 그림자가 진 부분은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다.

벽과 천장, 바닥, 가구를 하나의 색으로 통일한 거실. 안쪽에 그림자가 진 부분은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다.

계단 벽에 걸어둔 ‘덕(德)’. 가장 좋아하는 글자를 붓으로 써 오갈 때마다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계단 벽에 걸어둔 ‘덕(德)’. 가장 좋아하는 글자를 붓으로 써 오갈 때마다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섬세이’ 대표 이창혁의 집은 막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새집처럼 간결하다. 거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누군가 생활을 하는 곳일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 거실에는 별다른 물건 없이 소파와 테이블만 덩그러니 놓였고, 2층엔 침구와 프레임으로 구성된 단출한 침실만 있을 뿐이다. 바닥과 천장, 벽, 심지어 가구까지 베이지 톤으로 통일한 이 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너른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과 정원밖에 없다. “이곳은 ‘고독의 집’이어야 했어요. 혼자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눈에 거슬리는 것을 줄였죠. 전체적으로 색을 하나로 통일하고, 곳곳에 빌트인 수납공간을 확보했어요. 틈틈이 정리해 최대한 비워진 상태로 두려고 해요.”

예전 그의 집은 한강이 보이는 성수동의 고급 오피스텔이었다. 이른 나이에 시작한 사업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비교적 빨리 경제적 여유를 얻었지만 삶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돈과 시간이 주어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따라가기 바쁘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걸 생각할 틈이 없었죠. 도시와 사람, 주변의 잡음으로부터 저를 분리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적한 판교 주택단지에서 발견한 이 집은 자발적 고립을 위한 공간으로 충분했다. 용적률을 가득 채운 다른 집과는 달리 이 집은 땅의 절반만 차지한 채 조용한 정원이 있어 한결 여유로웠다. 리모델링은 ‘논스페이스’를 이끄는 신중배 디자이너와 함께 했다. 과거 섬세이의 전시공간을 디자인한 믿음직한 파트너다.

사시사철 충분한 햇빛이 드는 주방. 1~2층을 잇는 입체적인 흐름의 계단. 욕실 역시 레너베이션 단계에서 일부분 터서 하늘을 보며 샤워를 즐길 수 있다. 2층에서 내려다본 주방. 천장에 매단 가느다란 조명이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주방을 환하게 만드는 창은 원래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동트는 아침에 충분한 햇빛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디자이너가 제안한 것이다. 혼자 사는 집으로 방이 여러 개일 필요가 없었기에 주방 천장 역시 2층까지 과감히 텃다. 출근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수요일을 제외하면 이창혁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서재 책상에 앉아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주로 ‘멍때리는’ 시간이 많다. “수준 높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었죠. 그러다 존경하는 철학 교수님 집에 갔는데, 깜짝 놀랐어요. 뭐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예요. 화려하진 않지만 어딘가 단단해 보이는 집이었죠. 교수님은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그래야 스스로 질문할 수 있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알고 추구하다 보면 덕(德)이 쌓인다고 하셨죠.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고 내면을 꾸준히 파고든 결과, 집은 고유한 흔적으로 채워졌다. 1~2층 사이 계단에는 붓으로 쓴 ‘덕(德)’을 걸어두고, 곳곳에 좋아하는 작은 불상과 그림을 배치했다. 현관문 손잡이에는 스스로 붙인 이름 ‘혁이창’을 한자로 보일 듯 말 듯 새겼다. 브랜드 대표로서 그의 목표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가전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계곡의 바위를 모티프로 한 보디 드라이어, 일렁이는 빛을 만드는 캔들 워머, 최근엔 산소발생기를 개발하고 있다. “저는 자연을 좋아해요.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한 끝에 기술을 통한 자연의 재현을 떠올리게 됐죠. 나에 대한 탐구가 결국 브랜드 정체성으로 이어졌어요. 잘되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거고, 잘 안 되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거예요. 원하는 대로 해봤으니까요. 그 모든 과정에 이 집이 든든한 조력자가 돼줄 겁니다.”

2층 침실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2층 침실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서재. 이사 오기 전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들과 잘 어우러지도록 어두운 목재로 내부를 마감했다.

서재. 이사 오기 전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들과 잘 어우러지도록 어두운 목재로 내부를 마감했다.

엘르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연예] 랭킹 뉴스

  • 지수♥로제, 블랙핑크 내전 "내가 더 사랑해" 애정 가득
  • 장원영, 첫사랑→레트로 감성까지…미모가 열일중
  • [가요무대 출연진] 신청곡 라인업·선곡, 옛 친구
  • 비, 서희원 추모 이어 대만 팬 또 울렸다…보디가드 무시→퇴근길 팬서비스 [MD★스타]
  • 벨기에 히든 디자인 마스터
  • 이나연, ♥남희두에 또 반할라 "동메달 남친, 좀 멋지다"

[연예] 공감 뉴스

  • GD·차은우→장원영…금융권, 연예계 ★들의 전쟁
  • 얼굴 보기 힘들었던 심은경의 깜짝 놀랄 근황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퇴마록'이 온다
  • “故 김새론, 최근 ‘김아임’으로 개명 후 카페 개업·연예계 복귀 준비해”
  • 김새론 측근 "사망 소식 충격…1월까지도 복귀 논의"
  • 배우 김새론 자택서 숨진 채 발견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이런게 현실 드림카” 포르쉐 가격, 벤츠 AMG CLE 53 카브리올레 출시
  • “가격 2배? 타스만 사겠네” 7천짜리 포드 브롱코 잘 팔릴까 한숨 푹
  • “렉스턴 픽업 계약 취소!” 3천짜리 기아 타스만 역대급 스펙
  • “옵션 비싸겠네” 현대차 신차에 들어갈 역대급 기능 공개
  • “25년만의 후륜 구동 볼보” 아이오닉부터 테슬라까지 잡으러 온다!
  • “도대체 언제 나와?” 예비 오너들 목 빠지게 하는 EV5 알아보기
  • “겨울에도 끄떡없는 BYD 전기차?” 믿기 어려운 저온 주행거리에 갑론을박
  • “부모님 얼굴 좀 보자” 횡단보도 시민까지 위협한 무개념 10대 폭주족들
//php echo do_shortcode('[yarpp]'); ?>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벌써 문의 폭주?”… 가장 빠른 ‘3대 봄꽃 축제’

    여행맛집 

  • 2
    권성동 "이창수 지검장, 직무 정지 74일 만에 첫 변론…헌재 형평성 상실 보여줘"

    뉴스 

  • 3
    명가가 돌아왔다! '박진섭-전진우 연속골' 전북, 김천에 2-1 역전승...포옛, K리그1 데뷔전 '첫 승'

    스포츠 

  • 4
    '여기서 잘해서 바르셀로나 갈게요!'...빌라 임대 떠난 '문제아' 드림클럽 이적 포기 안 했다

    스포츠 

  • 5
    '정규리그 15번째' 우승 달성! 우리은행, KB스타즈 46-44로 제압...13번째 챔결-11번째 통합 우승 도전

    스포츠 

[연예] 인기 뉴스

  • 지수♥로제, 블랙핑크 내전 "내가 더 사랑해" 애정 가득
  • 장원영, 첫사랑→레트로 감성까지…미모가 열일중
  • [가요무대 출연진] 신청곡 라인업·선곡, 옛 친구
  • 비, 서희원 추모 이어 대만 팬 또 울렸다…보디가드 무시→퇴근길 팬서비스 [MD★스타]
  • 벨기에 히든 디자인 마스터
  • 이나연, ♥남희두에 또 반할라 "동메달 남친, 좀 멋지다"

지금 뜨는 뉴스

  • 1
    "보약 아니다…" 속이 불편할 때 먹으면 산삼만큼 좋다는 '한국 음식'

    여행맛집&nbsp

  • 2
    화장실 변기보다 20배 더럽다는 '이것'…침대에서 당장 치워야 합니다

    여행맛집&nbsp

  • 3
    [월요기획-개헌론 키워드 '지방분권'] 개헌은 이구동성, 방향은 동상이몽

    뉴스&nbsp

  • 4
    캠핑…좋아하세요?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아웃도어캠핑&레포츠페스티벌'

    뉴스&nbsp

  • 5
    [르포] 뜸한 발걸음·사업자 철수 의사…썰렁한 '상상플랫폼'

    뉴스&nbsp

[연예] 추천 뉴스

  • GD·차은우→장원영…금융권, 연예계 ★들의 전쟁
  • 얼굴 보기 힘들었던 심은경의 깜짝 놀랄 근황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퇴마록'이 온다
  • “故 김새론, 최근 ‘김아임’으로 개명 후 카페 개업·연예계 복귀 준비해”
  • 김새론 측근 "사망 소식 충격…1월까지도 복귀 논의"
  • 배우 김새론 자택서 숨진 채 발견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이런게 현실 드림카” 포르쉐 가격, 벤츠 AMG CLE 53 카브리올레 출시
  • “가격 2배? 타스만 사겠네” 7천짜리 포드 브롱코 잘 팔릴까 한숨 푹
  • “렉스턴 픽업 계약 취소!” 3천짜리 기아 타스만 역대급 스펙
  • “옵션 비싸겠네” 현대차 신차에 들어갈 역대급 기능 공개
  • “25년만의 후륜 구동 볼보” 아이오닉부터 테슬라까지 잡으러 온다!
  • “도대체 언제 나와?” 예비 오너들 목 빠지게 하는 EV5 알아보기
  • “겨울에도 끄떡없는 BYD 전기차?” 믿기 어려운 저온 주행거리에 갑론을박
  • “부모님 얼굴 좀 보자” 횡단보도 시민까지 위협한 무개념 10대 폭주족들

추천 뉴스

  • 1
    “벌써 문의 폭주?”… 가장 빠른 ‘3대 봄꽃 축제’

    여행맛집 

  • 2
    권성동 "이창수 지검장, 직무 정지 74일 만에 첫 변론…헌재 형평성 상실 보여줘"

    뉴스 

  • 3
    명가가 돌아왔다! '박진섭-전진우 연속골' 전북, 김천에 2-1 역전승...포옛, K리그1 데뷔전 '첫 승'

    스포츠 

  • 4
    '여기서 잘해서 바르셀로나 갈게요!'...빌라 임대 떠난 '문제아' 드림클럽 이적 포기 안 했다

    스포츠 

  • 5
    '정규리그 15번째' 우승 달성! 우리은행, KB스타즈 46-44로 제압...13번째 챔결-11번째 통합 우승 도전

    스포츠 

지금 뜨는 뉴스

  • 1
    "보약 아니다…" 속이 불편할 때 먹으면 산삼만큼 좋다는 '한국 음식'

    여행맛집 

  • 2
    화장실 변기보다 20배 더럽다는 '이것'…침대에서 당장 치워야 합니다

    여행맛집 

  • 3
    [월요기획-개헌론 키워드 '지방분권'] 개헌은 이구동성, 방향은 동상이몽

    뉴스 

  • 4
    캠핑…좋아하세요?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아웃도어캠핑&레포츠페스티벌'

    뉴스 

  • 5
    [르포] 뜸한 발걸음·사업자 철수 의사…썰렁한 '상상플랫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