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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실수 반복되면 고의”…글로벌 최대 OTT의 무책임 [기자수첩-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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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반복된 잘못을 저지르다 보면, 아무리 사과를 해도 그저 상황을 무마하려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고, 상대로 하여금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 글로벌 최대 OTT 넷플릭스가 그런 처지다.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지난 2일 ‘김치’를 중국식 매운 채소 절임을 뜻하는 ‘리바이차이’(辣白菜)로 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시리즈 ‘슈퍼리치 이방인’ 6회에서 상위 1% 부자들이 김장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때 김치를 ‘라바이차이’로 표기하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일부 개정,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辛奇)로 명시한 상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많은 네티즌이 제보해줘서 알게 됐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즉각 항의 메일을 보냈다”며 “중국의 ‘김치 공정’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에 최대한 빨리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넷플릭스는 ‘슈퍼리치 이방인’ 내에 있었던 ‘라바이차이’라는 표기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했고, 표기를 변경할 것이라고 알렸다. 넥플릭스 측은 “한자를 사용하는 해외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라바이차이’라는 표기를 사용했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고, 향후 표기를 변경해 오역을 바로 잡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 이번 넷플릭스의 사과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한 달 전에도 ‘더 에이트 쇼’의 스페인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해서도 “동해가 일부 언어의 자막에서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에 있다. 유사한 사례가 없을지 검토하고 추후 번역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는 독일어·헝가리어 등 6개 언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라고 자막 송출했고, 드라마 ‘하백의 신부’를 서비스하면서 프랑스어 자막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 오리지널 시리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했다. 더해 넷플릭스 일본은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의 소개 글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暴動)이라고 설명하는 등 한국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번역도 이어졌다.

넷플릭스의 대처는 한결 같았다. 이들은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사안에 큰 경각심을 갖는 듯 보이진 않는다. 지난해 테드 서랜도스 CEO가 방한해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4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글로벌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써 다양한 국가에서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선 보다 세심한 배려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인 책임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말뿐인 사과만 반복하고, 각 국가의 역사적, 문화적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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