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지난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팬 미팅 ‘2024 버니즈 캠프’에서 불렀던 ‘푸른 산호초’ 무대가 일주일이 넘게 지난 아직까지도 한일 양국에서 화제다. 이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보통 어느 가수의 공연은 그 가수 팬들만의 관심사다. 그래서 공연 내용을 일반 매체들이 소개하는 일이 거의 없다. 국민가수급이거나 해외 톱스타급 정도 돼야 공연 내용이 매스컴을 타는데, 그 경우에도 보통 주말에 공연을 하면 그 다음 주 초 정도까지 잠깐 화제가 되는 수준이다. 우리 국내로 치면 임영웅, 방탄소년단 정도가 아니라면 화제성이 일주일 이상 유지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뉴진스는 데뷔한 지 이제 1년11개월밖에 안된 신인급 가수로, 일본에선 최근에서야 정식 데뷔했다. 데뷔하면서 연 첫 팬미팅이 이번 도쿄돔 행사였다. 그러니까, 이번 행사가 정식 공연도 아니었던 것이다. 팬미팅은 공연보다 더욱 주목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뉴진스는 공연도 아닌 팬미팅으로, 그것도 신인급 가수로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킨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솔로 무대였다. 보통 그룹이 공연할 때 막간에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솔로 무대를 선보이는데 일반적으로 관객 서비스 이벤트 정도의 성격이다. 이번 ‘푸른 산호초’도 그룹의 정식 노래 무대가 아닌, 다른 가수 곡의 커버 이벤트 무대였다. 이 정도면 더더욱이나 팬이 아닌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푸른 산호초’ 공연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이 나타나면서 그 신드롬이 아직까지도 꺼질 줄을 모르는 것이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다. 거의 사회 현상급이라고 할 만하다.
첫 날 공연에 ‘푸른 산호초’가 등장하자마자 큰 함성이 터졌다. 곧바로 일본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진입할 정도로 화제가 됐고, 둘째 날엔 사람들이 ‘푸른 산호초’ 공연을 기대하며 모여들이 첫째 날보다 더 큰 호응이 터졌다.
이 노래는 일본의 1980년 히트곡이다. 44년 전 노래이지만 일본의 젊은이들까지 아는 이유는 이 곡이 국민가수의 국민히트곡이기 때문이다. 바로 ‘영원한 아이돌’로 불리는 마츠다 세이코의 대표곡으로, 일본의 ‘좋았던 시절’인 1980년대를 상징한다. 그래서 일본의 중년남성들까지 반응하면서 폭 넓은 신드롬이 터지자 일본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이 소식을 다루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의 힘은 단지 향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노래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 곡을 들으면 뭔가 아련하고 애틋한 정서를 느끼면서 빠져들게 된다. 그야말로 불멸의 명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니의 무대가 한국에서도 크게 관심 받았다.
얼마 전 MBN ‘한일가왕전‘에서 일본 출연자들이 이 노래를 불렀을 때도 우리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다. 그럴 정도로 이 곡의 힘이 강하다. 이번 하니의 무대가 놀라운 것은 그 ’한일가왕전‘의 일본인들보다도 더 아련하게 이 곡의 정서를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원곡보다도 더 청량순수한 느낌으로 소화했다. 일본에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하니 정도로 ‘청량의 끝’를 보여준 사람은 드물었다고 한다. 신인급의 가수가 도쿄돔 그 큰 무대에서 어떻게 그렇게 여유 있게 가창하며 관객을 휘어잡았는지 놀랍기만 하다. 하니의 목소리,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니는 베트남계 호주인이다. 그런 하니가 케이팝 걸그룹이 되어 한국에서 트레이닝 받고 일본에서 일본의 국민히트곡을 부른 것이다. 이 시대 케이팝 국제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원래도 뉴진스 바람이 심상치 않았었는데 이번 팬미팅이 하니의 무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화제을 모으면서 뉴진스의 일본 내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 일본 스포츠신문들이 뉴진스 팬미팅 특별판을 발행했을 정도다.
얼마 전 ‘한일가왕전’이나 이번 ‘푸른 산호초’ 신드롬은, 제이팝에도 만만치 않은 음악적 자산이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런 자양분도 잘 흡수해 우리 케이팝이 보다 다변화되는 계기기 되면 좋겠다. 그나저나 팬미팅 정도로 이렇게 대박을 쳤는데, 과연 뉴진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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