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100%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 자신의 포지션에 따라 세상을 달리 바라본다. 부동산에 관한 시선이 그렇다.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은 대체로 집값이 우상향할 것이라고 믿는다. 당연히 집값 상승에 대한 근거는 꽤 있다. 반대로 집값에 거품이 심하다고 판단하며 집을 사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부동산 시장을 어둡게 전망한다. 물론 그들의 이론에도 근거는 있다.
그래서 같은 경제 현상을 놓고도 사람들은 제각각 다르게 판단한다. 같은 달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하지만 개인적인 신념을 내려놓고 객관적인 현상만 바라볼 필요도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 서울 집값만 놓고 보면 6주 연속 상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폭은 커지고 있다. 2022년에 큰 폭으로 내렸던 집값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아예 최고가를 갈아치운 아파트도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는 집값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원인을 알아볼 때다. 돈의 흐름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따져보는 것 자체가 경제 공부다. 신념은 잠시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전세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년 내내 상승했다.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전세 수요는 주로 신축 아파트에 몰린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 급증 때문에 신축 아파트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전셋값이 오른 것이다. 또한 대규모 빌라 전세 사기에 따른 공포감 때문에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몰린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유는 더 있다. 2020년 시행된 주택임대차2법 영향으로 전셋값이 더 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임대차2법의 핵심은 전세 계약 2년이 끝나면 세입자가 요구했을 시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연장하는 과정에서 집주인은 보증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다. 즉, 이 법에 따라 세입자는 2년+2년 동안 큰 폭의 보증금 인상 없이 거주할 수 있다. 올해 7월은 이 법이 시행된 지 딱 4년이 되는 시기다. 집주인 입장에선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지난 4년 동안 올리지 못한 전셋값을 확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들은 점점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라고 판단한다. 이런 심리가 집값을 밀어 올린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아예 태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정부에선 자녀를 낳은 가정을 위해 파격 인센티브를 실시간으로 내놓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2년 이내에 출산한 가구가 집을 살 때 최저 1%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살 때만 적용된다. 정부는 이 제도의 혜택을 더 늘리기로 했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 3000만 원 이하일 때만 대출을 누릴 수 있었는데, 앞으론 이 기준을 2억 5000만 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사실상 소득 기준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눈에 띄게 확 늘었다. 강남, 마포, 용산, 성동구 외에 비교적 외면받았던 서울 외곽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곳에 있는 9억 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렸다. 이 아파트들은 신생아 특례대출 커트라인인 9억 원에 수렴하는 방식으로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
집값을 좌우하는 강력한 요소는 당연히 금리다. 집값뿐만 아니라 거시 경제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이다. 현재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실제로 꽤 많이 내렸다. 최저 금리 기준으로 보면 3년 만에 ‘2%대 상품’까지 등장했다. 한국은행이 아직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시중은행 금리부터 내려간 것이다. 이처럼 은행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당연히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린다. 돈이 풀리면 자산의 가격도 오른다.
요즘 상황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2004년 서울 평균 집값은 3억 4000만 원이었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대략 12억 원이다. 250% 올랐다. 그럼 같은 기간 동안 최저 시급은 얼마나 올랐을까? 정확히 247%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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