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지지 않는 별
그의 치열했던 인생
유비, 한일전의 사나이, 울산 현대의 레전드, 월드컵 올스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이강인의 첫 축구 스승. 이는 모두 한 명만을 위한 수식어다.
투병 중에도 만약 시간이 주어진다면 축구 경기를 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축구를 사랑했던 유상철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3년이 되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를 아쉬워하며, ‘날아라 슛돌이’에서 인연을 맺은 축구 선수 이강인은 유상철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뼈가 부러져도 꺾이지 않는 의지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유상철은 1994년 현대 호랑이에 입단해 선수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K리그와 J리그의 다양한 팀들을 넘나들며 활약을 벌였는데, 어느 팀에 가든 명확한 포지션 없이 그때마다 필요한 부분을 소화해내는 것이 엄청난 능력이었다.
유상철은 이러한 장점과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성격 덕 국가대표로서도 큰 활약을 했는데, 특히 히딩크가 자서전에서 밝힌 2001년 멕시코전 이야기가 유명하다.
당시 경기 도중 유상철은 코뼈가 부러져 히딩크가 교체를 하려고 했으나, 유상철이 뛸 수 있다고 계속 우겨서 결국 히딩크가 말리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코를 맞으면 뼛조각이 뇌로 넘어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헤딩슛을 날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2002년 월드컵에는 폴란드전에서 추가골을 넣어 대한민국의 월드컵 사상 첫 우승에 기여하며 국민들의 찬사를 얻었다.
이어 2004년 올림픽 와일드카드로 선발되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무릎 부상으로 인해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출전하지 못했다.
월드컵 스타의 안타까운 고백
유상철은 2006년 은퇴를 하면서 한 가지 고백을 털어놓았는데, 선수 생활 내내 시력 검사를 거부한 이유가 왼쪽 눈이 실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왼쪽 눈으로는 형태만 보이는 상태이며 병원에 가도 고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선수 생활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즉, 유상철은 옆에 뛰는 사람이 같은 팀인지 다른 팀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혼자서 외롭고 치열한 싸움을 버텼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눈 때문에 죄책감에 휩싸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너무 힘들고 선수를 못할 것 같아 어머니에게만 말했는데 어머니가 자신의 눈을 가지시라고 하시더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별이 지다
유상철은 선수 은퇴 이후 축구 감독으로 활동하였으나,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다양한 팀을 전전해야 했다. 그러다 2019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당시 그는 췌장암 4기 진단 사실을 밝혔다. 이에 수많은 축구 팬들과 선수들, 감독들, 그리고 그가 선수로 뛰었던 일본 팀에서도 그의 쾌유를 기원했다.
그가 감독으로 이끌었던 마지막 경기에서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극적으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하자, 팬들은 그가 병마를 이겨내기를 기원하며 ‘남은 약속 하나도 꼭 지켜 줘’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 경기 이후 유상철은 스스로 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으나,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를 명예 감독으로 선임하고 완치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2021년 6월 7일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너무 이른 죽음은 축구 팬들을 비롯하여 모두에게 슬픔을 안겼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왼쪽 시력을 잃었는데도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대단한 선수”, “한국에게 첫 승을 안겨 준 폴란드 골은 잊지 않을 겁니다”, “내 인생 최고의 선수 편하게 쉬세요” 등 그를 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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