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에서 적어도 한 번씩은 지나친다는 국민 매장이 있죠. 바로 옷부터 식품까지 다양한 잡화를 판매하는 영국 대표 잡화점 막스 앤 스펜서(M&S)인데요. M&S가 런던 옥스퍼드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매장의 철거를 추진해 화제입니다.
런던 옥스퍼드 거리 458번지에 위치한 M&S의 마블 아치 매장은 1920년대 아르 데코 양식을 그대로 재현해 거리의 대표 명물로 통했어요. 코너의 꼭짓점에서 시작해 곧게 뻗어 나가는 자태를 뽐내는 이 건축물은 규칙과 대칭성이 특징인 아르 데코의 기하학적 미를 웅장하게 드러냈죠.
2021년 M&S가 돌연 해당 건물을 허물고 복합 쇼핑 단지를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오래된 동네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옥스퍼드 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동네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였죠. 현대 예술의 발자취와 다름없는 건물이 사라진다는 소식은 여러 건축가의 공분을 샀습니다.
해당 논란은 최근까지 이어졌는데요. 2022년 지방 당국의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철거 허가를 거절했고 M&S는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벌인 끝에 지난 3월 마침내 승소했습니다. M&S의 건물 철거가 위법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 거죠.
M&S는 사측에서 보유한 건물을 처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새로 지어질 복합 단지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 경제를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훨씬 지속 가능한 현대적 구조라고 피력하죠. 재건축이 유발하는 환경 문제 제기에는 ‘기존 건물 자재의 95%를 회수하고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타임스〉 기자 출신 작가 빌 브라이슨, BBC 리모델링 디렉터 마크 하인스를 포함한 몇몇 건축가와 언론은 매장 철거에 맹렬한 반대 의사를 전하고 있어요. 런던의 로열 내셔널 극장의 보수를 주도했던 건축가 스티브 톰킨스는 언론을 통해 ‘해당 건물은 내구성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개조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신문사 〈가디언〉 역시 M&S의 결정을 ‘공공 기물 파손 행위(Public vandalism)’이라고 표현했죠. 아르 데코 양식이 디자인 역사를 바꿔 놓은 주요 개념임을 고려할 때, 100년 건축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오히려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오는 7월 4일 예정된 영국 선거로 인해 철거 진행은 잠시 보류된 상황이에요. 현대적 개발과 유산 보존, 두 입장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역사적 유산으로 손꼽히는 건물이 사적 소유의 대상이 되었을 때, 건물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