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영화 ‘탈주’의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묵직한 목소리 아래 처절한 자유몸짓의 이제훈, 발목잡는 현실의 날선 눈빛 구교환. 가로막는 현실을 꿰뚫고 자유를 향해 달리는 94분간의 탈주가 곧 극장가를 찾는다.
3일 개봉되는 영화 ‘탈주’는 DMZ 북한 최전방부대에서 내일을 위해 탈주를 시작한 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뒤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이 작품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하경 여행기’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 특유의 간결한 표현과 함께, 이제훈 특유의 묵직함과 구교환 고유의 독특한 날카로움, 그 사이의 복합적인 성격을 표현하는 홍사빈까지 3인의 서로 다른 색감이 ‘자유’를 향한 현실성 어린 질주를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으로 그려낸다.
긴박감 어린 질주쾌감의 ‘탈주’ 속 또 다른 포인트는 이제훈의 목소리와 몸짓, 구교환의 눈, 홍사빈의 표정이다. 우선 이제훈은 탄탄하면서도 날렵한 피지컬은 물론 무게감 있게 누르는 듯한 굳은 말투로 10년 만기 전역을 앞둔 중사로서의 면모를 표현한다.
이러한 특성은 탈주 순간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된다. 많은 발놀림 끝에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와 마찬가지로, 위기와 긴박감, 빠른 속도감이 오고가는 순간에서도 태연한 듯 묵직하게 접근하는 규남의 모습은 기존 이제훈을 상징하는 매력과 비슷하면서도 생소한 느낌을 준다.
또한 구교환은 보위부 장교이자 상관으로서 규남의 탈주를 막기 위한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날카로운 빌런면모를 보이는 가운데, 스타일링 측면만큼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에서 다양한 변화들이 두드러진다. 첫 등장에서부터 비쳐지는 각잡힌 날렵함이나 섬세함, 눈빛의 날카로움들이 규남의 탈주와 맞물리면서 점점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워지다가 결국 헝클어진다.
자신의 현실을 망가뜨리는 것들에 대한 분노 또는 이상을 향해 갈 수 없는 자신과는 다른 규남을 향한 질시, 규남을 향한 어린시절부터의 연민 등이 복잡하게 서린 눈빛과 그 일그러짐은 탈주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홍사빈은 표정에서 주목할만 하다. 규남의 계획을 알아채고 동조하려는 분대원 동혁으로 변신한 그는 규남의 탈주를 은연중에 묶어두려는 현상의 전략에 따른 희생양이 됐다가, 결국 같은 탈주 길에 오르는 과정을 겪는다.
초반부터 줄곧 이어지는 순수함부터 탈주과정에서의 처절함까지 작품에 담긴 다양한 감정과 전개과정들이 홍사빈 표 동혁과 결을 같이하는 듯 다채롭게 펼쳐지는 바가 돋보인다.
배우들의 포인트와 함께 영화 전반에서 북한 내에서의 일방적 탈주만을 조명했다는 점도 특별하다. 북한이라는 배경이 주는 남북대립 등의 이데올로기적 내용이 아니라, 자유욕망과 현실제재의 양면에 집중하고 다른 것들을 배제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보편공감대를 이끌었다는 게 돋보인다.
여기에 송강, 이솜, 이호정, 신현지 등 카메오들은 장면요소에서나 스토리라인에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현상(구교환)의 러시아 유학시절 친구 선우민으로 등장하는 송강은 특유의 비주얼매력과 함께, 닿기 어려운 이상향이자 현실안주를 자극하는 요소로서 자리한다.
또한 이솜-이호정-신현지 등은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현실캐릭터감과 함께, 자유를 바라는 일반 소시민들의 열망과 응원으로서의 느낌을 준다.
이처럼 영화 ‘탈주’는 94분간의 탈주 직진 쾌감과 반전 등의 포인트는 기본, 이제훈과 구교환, 홍사빈 세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들을 담백하고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 ‘탈주’는 7월3일 극장가에서 개봉된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4분이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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