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
」
오늘 화보 촬영 어땠나요
〈굿파트너〉에서 연기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이 좀 시니컬해요. 여기 와서 웃으려니 초반엔 어색했어요. 요즘은 드라마 촬영 마치고 작품 홍보에 들어가는 분위기거든요? 촬영하는 중간에 화보를 찍으니 옛날 생각도 나더라고요. 옛날엔 많이들 그랬거든요.
옛날이라니요. 본인이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아우, 그럼요! 저, 옛날 사람이죠(웃음).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가 〈굿파트너〉 극본에 참여한 만큼 생생한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도 높은데요. 특별히 팁을 얻은 게 있나요
일단 제가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애청자였어요. 지금도 케이블에서 재방송을 자주 하는데, 새벽에 잠이 안 오면 엄마랑 둘이 앉아서 보곤 했죠. 그런 간접경험이 조금 도움이 되지 않나 싶어요. 작가님으로부터는 이혼 전문 변호사와 그들이 쓰는 언어에 대한 팁을 많이 얻었어요.
혼인율은 줄고 이혼율은 늘어나는 우리 사회에 〈굿파트너〉가 어떤 메시지를 줬으면 하나요
딱 반반 아닐까 싶어요. 숙려 기간 동안 가족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메시지 반,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혼이라는 제도가 그리 나쁜 건 아니라는 메시지 반.
그나저나 본의 아니게 신혼에 본격 이혼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2022년에 식을 올렸죠
안 그래도 난감한 일이 있었어요. 캐스팅 기사가 나기 전에 작가님과 미팅을 가졌어요. 미팅 후 작가님이 제 인스타그램을 팔로해서 저도 맞팔하려고 계정에 갔는데 ‘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딱 쓰여 있는 거예요. 그때 제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여서 어떡하지 싶더라고요(웃음). 한편 작가님은 나를 팔로했는데, 내가 안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연예인병 걸렸다고 생각하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캐스팅 기사가 보도되기를 이렇게 기다려본 게 처음이라니까요.
2016년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는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한미모를 연기했어요. 한미모와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이 만나면 어떨 것 같나요
사업적으로는 완벽한 ‘굿 파트너’일 것 같은데요? 하지만 성격적으론 안 맞을 거예요. 차은경은 MBTI로 치면 F의 감성을 공감하는 인간이 아니기에 한미모와 인간 대 인간으로 가까워지긴 힘들지 않을까요?
한편 차은경이 2019년 작품인 〈VIP〉에서 남편 불륜 문제로 상심했던 나정선의 이혼 변호를 맡게 된다면요
그러면 이상윤 배우가 맡았던 남편 캐릭터가 최악의 결말을 맞는 거죠. 남편을 ‘박살’내고 끝내지 않을까요(웃음)!
첫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2002)를 찍을 때 기억나세요? 최고 시청률 42%를 찍었죠
그때는 방송 3사뿐이라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꼬마일 때만 해도 밤 12시가 되면 화면 조정 시간과 함께 애국가가 나오면서 방송이 종료됐어요. 방송을 볼 수 없으니 그냥 자는 수밖에 없었죠(웃음). 그때와 비교하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지금은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좋잖아요. 연기자는 그런 흐름에 맞춰 잘 흘러가야 하고요.
장나라 인생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요? 2000년대의 시작을 알린 〈뉴 논스톱〉 때일까요
맞아요. 〈뉴 논스톱〉이 없었어도 연기와 노래를 병행했겠지만 과정은 많이 달랐겠죠. 〈뉴 논스톱〉 출연 전에는 사실 1집 앨범 활동을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 상태에서 작품에 합류했는데, 감독님이 주요 장면에 제 노래를 막 집어넣으시는 거예요. 주변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살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성장한다고 느낄 때도 있고, 정체기 같을 때도 있고, 정체기보다 못할 때도 있죠. 하지만 어떤 순간이든 똑같이 열심히 해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걸 빠르게 구분하고, 내 의지로 고칠 수 있는 거라면 어떻게든 결괏값을 내기 위해 노력해요. 하지만 의지만으로 안 되는 게 있잖아요? 제 한계를 넘어선 일이라는 판단이 서면 빨리 포기하고 다음을 모색하죠. 시간과 함께 합리적인 인간으로 변해온 것 같아요. 의도적으로 노력했죠.
〈고백부부〉(2017)에서 엄마를 연기한 김미경 배우가 인터뷰에서 장나라 씨를 친한 친구로 꼽았더군요. 생각이 깊다고요. 나이에 갇히지 않고 친구가 되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하하. 그건 선생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신 거고요. 오히려 제가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면 너무 좋죠. 어떤 편견도 없고, 두루두루 많은 지혜를 섭렵하신 분이에요. 저는 선생님이 ‘국민 엄마’로 불리는 데 약간 불만이 있어요. 얼마든지 많은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데, 엄마에 국한하려는 시선이 저는 조금 안타까워요.
배우에게 타이틀이라는 게 종종 걸림돌이 되기도 하죠. 이미지라는 게 참 무섭고요
맞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데뷔 2년 차도 안 됐을 때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쟤는 귀여운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 심지어 그걸 칼럼 기사로 쓰는 분도 있었어요. 황당했죠. 겨우 두 작품밖에 안 한 제 한계를 규정 짓는 게. 패기가 넘칠 때라 ‘괜찮아. 나는 다 할 수 있어!’ 이랬던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뭐랄까. ‘여태까지 잘 버텼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 버텨준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해 주고 싶고요.
현장에서 만나는 동료에게 어떤 파트너로 기억되고 싶나요
연기하는 동료들에겐 재밌는 사람, 그리고 기대가 되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스태프들에겐 함께 일하기 편안한 연기자로 인식되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촬영감독인 남편과 결혼한 후 스태프들을 더 배려하게 됐을까요
확실히 그래요. 결혼해서 같이 살아보니 제가 인지했던 것보다 스태프들이 훨씬 많은 시간을 일하더라고요. 처음엔 주말에도 일하러 나가니까 ‘거짓말 아냐?’ 이랬어요(웃음). 촬영현장만 나가는 배우들과 달리 스태프들은 그 현장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열과 성을 쏟아요. 그 과정을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2001년 데뷔 이후 24년간 롱런 중입니다. 대중이 바라는 기대치와 내 기대치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비결은
둘 사이의 균형이라기보다 각각의 포지션에서 잘 살아보려고 노력해요. 먼저 대중이 보는 나. 저는 그 기대에 무조건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직업인으로서의 저’니까요. 맞춘다고 해서 그것이 힘드냐! 아뇨. 너무 많은 걸 받는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 걸요. 가령 캐스팅 자리에서 누군가가 장나라보다 연기 잘하는 사람을 찾으라 했다고 가정해 봐요. 제가 찾아도 1시간에 100명 넘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건 큰 축복이죠. 그래서 딱히 균형을 맞추려 하지 않아요. 개인적인 삶은 알아서 잘 즐기고, 일할 땐 상황에 최대한 맞춰 살아가고 있어요.
이것이 연륜이군요
아유, 양심상 연륜이라도 있어야죠. 연륜마저 없으면 어떡해요.
하하. 본인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나요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남지현
」
실물로 보니 좋은 의미에서 인상이 다르네요. 사람들이 당신을 어떤 이미지로 보는 것 같나요
특별히 강한 인상 같지는 않아요. 그냥 밝고, 맑고, 긍정적으로 사는 친구인가 보다 하지 않을까요?
그런 시선이 실제의 본인과 일치하는지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대중이 절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에요. 가까운 사람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사람이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데, 어떻게 그걸 일찍 깨달았나요
하하. 어릴 때부터 일해서 그런가? 배우라는 직업은 늘 시선에 갇혀 살잖아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보는 사람에 따라 그렇게 안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도요.
반대로 별 뜻 없이 한 건데 타인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좋게 보는 경우도 있죠
맞아요. 그럴 수도 있어요. 확실한 건 그게 어느 쪽이든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게 자신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삶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인 것 같아서요.
‘남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웃음). 〈굿파트너〉 얘길 해볼까요?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소감은
대본이 술술 잘 읽혔어요. 이혼 팀 고정 멤버로 장나라 선배님과 김준한 · 표지훈 배우 그리고 저, 이렇게 네 명이 등장하는데 회차별로 에피소드 주인공들이 또 등장해요. 이 구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행되는 구조가 재밌었어요. 그리고 ‘가사 재판’은 다른 재판과 달리 의뢰인을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개인사가 밀접한 사건들이라 그런 지점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이혼 변호사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적지 않은데 〈굿파트너〉만의 차별 포인트는 뭘까요
오피스물 성격이 강한 드라마예요. 직업인으로서 이혼 변호사를 만나는 재미, 그리고 이혼 팀 네 명이 사건을 대하는 입장이 굉장히 달라서 그 차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어요.
이혼 사유 1위가 ‘성격 차이’라더군요. 그런데 부부뿐 아니라 친구나 동료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결이 맞는 건 중요하잖아요? 나와는 생각이 너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요
관계에 있어서 항상 잘 맞는 사람만 만날 수도 없고, 절대적으로 안 맞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서로의 입장 차이는 어떤 경우든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뭔가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싶으면 조심스럽게 물어봐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혹시 제가 잘못 이해했을까요?”라고요. 그러면 몰랐던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제가 상대를 오해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요.
하지만 부부끼리는 치약 같은 사소한 걸로도 싸운다는데
그러니까요. 그런데 제가 결혼을 안 해봐서(웃음)! 그건 완전 다른 차원의 얘기일 것 같아요. 이성 관계이자 가족이면서 엄청 복잡한 관계이기에 저도 궁금해요. 언제고 마주할 미지의 세계가.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배우 역시 타인의 삶을 살피고 잠시 살아낸다는 점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전공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지요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도움은 받아요. 왜냐하면 심리학 과제를 할 때 연구 대상으로 삼을 게 자기밖에 없거든요(웃음). 특히 상담심리학, 행동심리학, 가정심리학 등 분야에 맞춰 같은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과제를 해야 해요. 주어진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봤던 경험이 연기할 때나 캐릭터를 해석할 때 도움이 되죠.
나를 대상으로 과제를 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가령 가정심리학이라면 ‘자신의 성장 과정 중 가장 중요했던 이벤트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그것이 현재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서술하시오’라는 게 과제거든요. 그럼 인생을 복기하게 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삶의 구간구간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별일 아니다 생각했던 일이 나에겐 중요한 사건이었음을 깨닫기도 하죠.
그럼 질문! 어린 시절 가장 큰 이벤트는 뭐였나요
아무래도 일찍이 직업에 노출된 것? 학교에서 학업 수행 능력을 기르는 것 외에 연기 경험을 습득한 거죠. 그게 제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많이 미쳤어요. 특히 대인관계에요. 학생과 달리 촬영장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죠. 덕분에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또래 친구보다 일찍 늘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좋은 어른을 많이 만났어요. 부모님의 도움도 컸죠. 많이 감사해요.
일을 처음 시작한 건 본인 뜻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아요
제 뜻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의 강요도 아니었어요. 제가 어릴 때 〈전파견문록〉이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유행이었어요. 엄마가 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신청했는데, 거기에 뽑혀서 출연하게 됐죠. 그걸 본 드라마 감독님이 작품에 캐스팅하셨고요. 그렇게 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된 거예요.
어머니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매니저 역할을 해주셨다고요. 어머니로서는 두 가지 마음이 있으실 것 같아요. 아니까 안심되고, 아니까 반대로 걱정되는
아! 제 입장에선 아시니까 편해요(웃음). 어쨌든 부모님은 자식을 걱정하잖아요. 그랬을 때 배우가 규칙적으로 일하는 직업은 아니다 보니 이 일의 생리를 모를 경우 질문이 많이 생길 수 있어요. 가령 “다음 작품은 언제 해?” 같은. 그게 한없이 가벼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질문인데 저희 엄마는 그런 질문 자체를 안 하세요.
가장 친밀한 사람이 나를 가장 이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겠군요 정말 그래요. 남지현을 이야기할 때 ‘바른’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습니다. 실제로 구설수 한 번 없었죠. 어떻게 그렇게 꼿꼿하게 올 수 있었나요
주변에 좋은 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래요. 그런 건 저 혼자 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운 좋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대중이 좋게 생각하는 것과 잘 맞아떨어진 점도 있죠.
최근 남지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지금 혼자 살아요. 독립 3년 차인데, 살림하는 게 의외로 재밌더라고요. 유튜브에서 살림 꿀템 찾아보는 것도 재밌고요.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양이 집사들은 일과가 정해져 있어요. 고양이를 돌보고, 청소하고, 밥해 먹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찾아보다 보면 하루가 ‘순삭’! 그런 소소한 것들이 제 일상에 안정감을 줘요.
애니메이션을 보는 취향이군요
실제 사람이 나오는 걸 보면 직업상 단순 감상이 안 되거든요. 비 오는 장면을 보면 ‘아, 저거 찍을 때 진짜 힘들었겠다’, 절절한 감정 신이 나오면 장면 자체에 몰입하기보다 ‘와, 연기 진짜 잘한다!’ 이러고(웃음).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는 재미없는 작품도 계속 봐요. ‘뭐가 날 지루하게 만든 거지?’ 하고 분석하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대중이 영화나 드라마를 소비할 때의 심정을 알게 됐죠.
남지현의 삶의 질을 올려준 아이템은
살균만 되는 섬유유연제가 있어요. 향이 안 나는. 제가 향기 나는 걸 안 좋아해서 섬유유연제 쓸 때마다 정말 소량만 썼거든요. 그런데 유레카! 얼마나 유용한지 몰라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