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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쓸어버리는 ‘돌풍’… 강점도 약점도 분명한 문제작의 탄생

맥스무비 조회수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다. 지난달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돌풍이 몰아친다.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강렬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며 정신을 쏙 빼놓는다.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공격과 반격이 ‘랠리’처럼 오간다. 그 과정서 정치인, 검찰, 재벌의 암투와 모략이 오가고 권력의 민낯 또한 적나라게 하게 드러내며 흥미를 안긴다.

하지만 매회 거짓은 더 큰 거짓에 잠식되고, 한 걸음 내디디면 그보다 더 한걸음 내딛는 상황이 반복되는 숨 가뿐 전개 속에 이야기의 개연성과 등장인물들의 디테일이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본격 정치극으로서의 강점이 확실하지만, 반복되는 핑퐁게임 같은 전개가 야기하는 느슨한 약점도 노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극본 박경수·연출 김용완)에 대한 이야기다.

● 매회 휘몰아치는 사건의 연속 

‘돌풍’이 지난달 28일 베일을 벗었다.

이 작품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현직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사이의 대결을 그린다.

배우 설경구와 김희애의 출연만큼이나 ‘추적자 더 체이서'(2012년) ‘황금의 제국'(2013년) ‘펀치'(2014년)를 통해 ‘권력 3부작’을 완성했던 박경수 작가가 ‘귓속말'(2017년)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설경구는 1994년 ‘큰 언니’ 이후 무려 30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했다.

‘돌풍’은 1회부터 여지를 두지 않고 직진한다. 박동호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장일준(김홍파) 대통령 시해를 시도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매회 강렬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2회에서 박동호는 거대 재벌인 대진그룹의 후계자인 강상운(김영민) 부회장의 발목을 잡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3회에서는 대통령 권한 대행에서 물러나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다. 정수진은 박동호의 강력한 맞수다. 대통령 시해를 시도한 박동호의 약점을 잡고 그의 주변을 계속해서 흔들며 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돌풍’은 자신의 신념과 욕망, 목적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인물들의 대립부터 계속해서 뒤바뀌는 공수(공격과 수비)의 대결, 다음 에피소드를 궁금하게 하는 ‘클리프 행어 엔딩'(마지막 부분에서 충격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이 돋보인다. 전체 12부작으로 비교적 호흡이 긴 드라마이지만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빠른 전개로 속도감을 갖춘 게 특징이다.   

극중 박동호 역의 설경구(왼쪽)와 서울중앙지검장 이장석을 연기한 전배수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 “숨 막히는 세상을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돌풍’은 박경수 작가의 염원이 다분히 투영된 제목이다. 극중 박동호의 친구이자 박동호가 세상을 뒤엎으려는 시작점에 함께 있던 서기태(박경찬)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돌풍”이라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숨 막히는 오늘의 세상 다 쓸어버리고”라고 답한다.

박경수 작가는 “백마 타고 온 초인을 믿지 않지만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니까 그런 초인을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면서 “현실에서 불가능한 인물을 드라마 속에서라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 초인이 답답하고 숨 막히는 세상을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끝내 타협하지 않고, 내미는 손을 거부하고도 몰락을 선택하는 자에게 관심이 많다”면서 “제가 그리는 인간은 몰락하는 인간, ‘돌풍​’의 박동호도 그런 인간의 한 변주”라고 말했다.

극중 “나는 단 한 번도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 적이 없다. 나를 위해서 했지. 추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는 나를 위해서, 불의한 자들의 지배를 받을 수 없는 나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박동호의 대사는 현실 정치의 답답함을 대변하는 듯하다. 설경구는 대통령 시해조차 불사하며 악이 되어버린 박동호의 저돌적인 모습을 통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을 넘어선 ‘다크 히어로’의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민주주의를 염원한 민주 투사였지만, 시간이 흘러 재벌가와 결탁한 정수진은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는 신념을 가진 정치가다. 김희애는 차기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야심가인 정수진을 통해 악어의 눈물은 기본이요, 박동호를 몰락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박동호의 최대 적수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정수진을 연기한 김희애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 반복되는 대결의 ‘패턴’… 초반 긴장감 하락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력이 돋보이지만 ‘돌풍’은 초반부터 마지막 회까지 쉴 틈 없는 사건과 반전을 쏟아내다 보니 중반부터 두 사람 간 대결의 ‘패턴’이 읽히며 초반에 형성한 긴장감이 사라지는 듯한다.

또한 자연스럽게 극중 박동호, 정수진, 장일준, 대통령 비서실장 최연숙(김미숙)에게서 대한민국 정치계의 여러 인물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또한 역대 대통령들을 상징하는 사건들이 이들 인물의 서사에 스며들어 있다. 현실 정치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그만큼 피로감도 함께 몰려온다. 결국 시스템의 변화보다 한 사람의 영웅적인 행동이 변화를 이끈다는 결말 역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럼에도 ‘돌풍’은 넷플릭스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상케 하는 정치인들의 치열한 수 싸움과 한국 정치사가 야기한 문제를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돌풍’은 1일 기준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1위 자리에 올라와 있다.

맥스무비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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