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오로지 재미만을 위해 존재해도 된다고 여길 테지만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는 건 윤리에 관한 문제다. 만드는 이들이 기본적인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그에 기반하여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등으로 해당 채널의 지속성이 판단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유튜브 방송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방송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 나름의 선을 가지고 있는 후자와 달리 유튜브는, 수익을 창출할 통로만 제공해 줄 뿐 그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만 있다면, 무엇을 소재로 활용해도,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설사 진실인 척하는 허구일지라도 이 모든 것을 허용한다. 대신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차게 삐끗하여, 절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버렸을 때, 그에 관한 책임은 오롯이 해당 콘텐츠를 만든 당사자가 진다. 이는 실체가 있는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케이블방송이 지는 모양새보다 더 혹독한데, 바로 이전엔 긍정의 호응을 보내주었던, 일명 구독자라 불리는 이들이 등을 돌림으로써 직접 응징을 당하는 형태인 까닭이다. ‘피식대학’은 특정 지역 비하 논란으로 대중에게 비난 세례를 받은 후 적지 않은 구독자들이 이탈했고, 탁재훈이 진행하는 채널인 ‘노빠꾸탁재훈’에서는 출연한 한 걸그룹 가수가 함께 자리를 채운 일본 AV(Adult Video) 배우에게 AV 활동을 제안받는 장면이 그대로 송출되는 바람에 성희롱이 될 만한 발언과 상황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와 제작진이 사과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별 문제의식 없이, 여과 없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해졌다는 데 있다. 조금이라도 자체 검열의 시간을 가졌다면 누구나 멈칫할 만한 사안임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더 나아가 아예 인지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석해도 되겠다. 재미를 줄 수 있다면야 감수할 만한 침해 정도로 여겼던 건 아닐지. 어차피 법적으로 규제가 되는 특정한 선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있다고 해도 좀 넘나들어 주어야 화제의 물꼬를 틀 게 아니냐며, 수익이 우선인 곳에서 뭣이 중헌디, 라며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나, 분명한 건 이들이 한 가지 간과한 혹은 간과하지 말았어야 할 대목이 있는데 이제 제재의 시선이 도처에, 아니 이전보다 더 가까운 곳에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배신당한 구독자의 등 돌림은 한순간에 일어난다. 방금까지 깔깔대며 보다가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만한, 도덕성이 의심되는 거리가 발견되면, 비판하는 입장으로 가차 없이 돌아선다. 자신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그들의 수익 구조에 보탬이 되기를 선택하여 소비하는 것인 만큼, 그 선택이 어리석지 않길 바라니까. 어리석은 선택이라 판단되는 기준은 다름 아닌,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발휘해야 할 ‘정도’의 도덕적 민감성을 갖추었느냐는 것이다. 이는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좀 더 높은 성과를 얻고자 이 ‘정도’는 괜찮다며 살짝 눈 감는 바로 그 순간, 아주 선명하게 노출되는데 그간의 공든 탑이 무너지기 딱 좋은 때다. 결국, 아무리 수익성이 최우선이라며 재미의 여부만을 운운해도,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일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정도와 선이 있다. 게다가 그 마음을 얻는 일이 돈과 연결되어 있다면 더더욱. 이 이치를 놓치고 만다면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였던 바로 그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잃는 결말을 맞이하고 말 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노빠꾸탁재훈’,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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