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티셔츠 컬렉션에 대한 소소한 에세이 ‘무라카미 T, 내가 사랑한 티셔츠’를 출간했습니다. 그는 ‘어쩌다 보니 티셔츠 수백 장, 그러다 보니 에세이 열여덟 편’이라며 자신의 티셔츠 사랑을 자랑하죠. 이 글을 적는 필자도 무라카미를 대적할 만큼 티셔츠가 정말 많습니다. 4계절 내내 요리조리 돌려 입을 수 있는 것에 이만한 아이템이 없죠. 니트 카디건에도 박시한 레더 재킷에도, 레이스 슬립 위에도, 데님은 물론 포멀한 슬랙스에, 벨트를 종류별로 매칭하면서 하이힐과, 스니커즈와, 하찮은 플립플롭과도 어울립니다. 이렇게 티셔츠에는 쿨하게 만드는 매력이 가득합니다.
올여름 트렌드 반열에 오른 그래픽 티셔츠, 이들의 찐 매력 정도는 ‘얼마나 빈티지한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빈티지 그래픽이 환영받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단 찐 빈티지 그래픽을 대적할 만큼 감도 높은 그래픽을 찾기 어렵다는 것(결국 아카이브는 빈티지에서). 그도 그럴것이 60,70년대 격동기를 지난 미국은 경제와 문화 급 성장속에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그러므로 실존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보기 좋게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판매를 목적으로한 물건에는 ‘자아’가 생겼고 이것에 힘입어 디자인과 각종 예술 문화 사업은 부흥했습니다. 실로 빈티지 마켓에서 70,80,90,00년대 아메리칸 빈티지 티셔츠는 패션 브랜드의 ‘현행’ 못지않은 가격이 책정되며 이마저도 ‘SOLD’인 경우가 대다수죠.
그래서 모았습니다. 현직 패션 에디터, 패션 마케터,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쇼핑하는 장소말이죠. 이들이 그래픽 티셔츠를 헌팅하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리리썬 | LILISUN
‘스타일 좀 좋다’라는 사람들 즐겨찾기에 추가되어 있는 곳. 빈티지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대구 소재의 빈티지 숍 ‘리리썬’입니다. 이곳은 오프라인 못지않게 온라인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이 활발합니다. 대구에 있음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수없이 태그 했을 정도죠. 소규모지만 매우 알차게 운영 중인 리리썬. 사장님의 안목이 돋보이는 티셔츠 셀렉션은 믿고 고를 만큼 훌륭하고, 드라이 크리닝을 할 정도의 세심함이 묻어나죠.
lilisun.kr/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공평동 11-3번지 1층
스틸나이스 | STILL NICE
쇼핑은 뭐니 뭐니 해도 손맛이죠. “스틸나이스는 뭐 하는 곳이죠?”라고 물었더니 “우리는 중고 상품 스토어입니다. 기본적으로 세컨드 핸드(위탁 상품)을 판매하고 플리마켓, 팝업 스토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가로수길 명소던 (구)아우어 베이커리 자리에 들어선 거대한 ‘중고 패션 상품 스토어’ 스틸 나이스. 이름 그대로 ‘좋은 기분을 가지세요’ 혹은 ‘좋은 상품을 가지세요’라는 이곳은 ‘GOOD TRADING LABEL(훌륭한 거래 레이블(메이커))’라는 문구를 큼직하게 적을만큼 쇼핑에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느껴집니다.
이곳의 장점은광범위한 온라인 중고 거래에서의 피로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알짜배기만 모아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게시한 것. 또 다른 추천 이유는 이곳에 옷을 위탁하는 멤버들에 있습니다. 패션, 디자인, 건축 등 각계의 패션 피플들의 손을 거친 제품이 한가득.이렇다 보니 특별한 브랜드 라인업도 눈에 띕니다. 기마구아스(gimaguas), 팔로마 울(Palomawool), 캐피탈(Kapital)같은 ‘핫’한 브랜드부터 폴로 랄프 로렌, 아디다스, 나이키, 슈프림, 스투시와 디올, 샤넬, 에르메스 등 전방위적인 리스트가 존재하죠. 물론, 누구나 위탁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헌 것이 누군가에겐 새것이 될 수도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동참해 보시길.
instagram.com/stillnice_official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대로 162길 39
옴니피플 헤비 | OMNIPEOPLE_HEAVY
이렇게 다양하고, 이렇게 많을 수 있다니.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옴니피플의 방대한 셀렉션은 그 규모부터가 압도적. 여기에 감도높은 인테리어와 제품 셀렉션은 들어서는 순간 빈티지에 대한 진정성마저 느껴집니다. 총 일곱 개의 오프라인 숍은 ‘메이저’로 보이는 네 곳과 창고형의 ‘마이너’한 세 곳이 다른 콘셉트로 운영 중입니다. 이중 추천하는 두 곳은 홍익대학교 앞 서교동에 위치한 옴니피플 헤비와 압구정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옴니피플 갤러리입니다. 컬러와 종류, 취향에 따라 정리된 셀렉션이 압권이죠. 일본에서는 헤 질수록, 오래 묵을수록 가치를 가지는 문화가 있듯, 이곳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잘 선별된 옷장에서 그 못지않은 제품들이 즐비합니다. 나를 위한 아주 적당한 티셔츠는 분명 존재하기 마련!
omnipeople.co.kr/location.html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29나길18 (서교동 335-35)
주소 | 서울특별시 언주로 152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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