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았던, 오랜 기억 속의 집을 떠올리면 누구나 마음이 아련해진다. 어린이를 위한 예술 교육을 하는 ‘클랩’ 스튜디오의 김민정 대표는 두 아들의 엄마로서 아이들이 유년시절의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집을 찾다가 성북동에 있는 지금의 집을 발견했다. 이전에 김민정 대표의 가족은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 살았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커뮤니티 센터가 있어서 사는 내내 만족스러웠지만,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골목 탐방 등 동네만의 정취와 고즈넉한 매력을 찾기는 어려웠다. “주말마다 새로운 집 탐방에 나섰죠. 신혼 때 살던 한남동을 비롯해 평창동, 구기동, 부암동까지 비교적 자연에 가까운 동네를 다녔어요.” 이곳은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빌라지만 안팎으로 관리가 잘돼 있고, 무엇보다 집 내부의 독특한 구조와 흥미로운 디테일이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빌라 내부는 거실과 방 3개, 화장실 3개를 갖춘 구조지만 하나의 방에 연결된 또 다른 방이나 2층 다락방, 방마다 마련된 크고 깊숙한 붙박이장 등 넉넉한 서비스 공간을 갖추고 있다. 김민정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미지와 함께 집을 다듬어보기로 했다. 마미지 디자이너는 이전에도 클랩 스튜디오의 사무실 디자인을 진행하며 김민정과 가족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다. 마미지 실장은 맑은 질감의 바닥 타일과 단단한 오크 무늬목, 유리블록 벽 등 오래된 기본재를 최대한 살려 복잡한 공사를 최소화하고 아이코닉한 디자인 가구와 고경애 작가의 매력적인 페인팅 작품을 더해 분위기를 정돈해 나갔다.
거실의 은은한 하늘색 소파, 2층 다락 공간의 핑크색 카펫 등 곳곳에 사용된 컬러 포인트도 집 안에 활기를 더한다. 안방과 연결된 서재는 이 집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공간이다. 양문형 유리문을 열어 안방보다 조금 더 높은 바닥을 딛고 올라가면 레트로 스타일의 타일 바닥과 한쪽으로 기울어진 외쪽지붕, 창밖으로 푸른 나무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마미지 실장은 창문 아래에 비초에 시스템과 데스크를 설계해 빈틈없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곳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남편의 재택 업무와 취미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실과 다이닝 룸 사이의 계단을 올라가면 박공지붕 천장이 드러나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다락방이 나온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아이들도 단번에 반해버린 곳. 방이라고 하기에는 2층 규모에 가까운 이곳에서 언젠가 소규모 클래스도 진행할 생각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네 산책으로 주말을 열고 있어요. 매주 새로운 골목길을 발견하죠. 무엇보다 차가 아닌 새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만족스러워요.” 다정한 이 가족이 새로운 집에서 보낸 시간은 아직 한 계절 남짓이지만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한 듯 매 순간이 따스하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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