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가 ‘차별화 경험’을 내세운 콘텐츠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체인 3사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단독 개봉’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실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극장가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사 영화관에서만 찾을 수 있는 ‘영화적 경험’을 통해 관객을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최근 유튜브 크리에이터 ‘사내뷰공업’을 대표하는 ‘다큐 황은정’의 후속 시즌 ‘다큐 황은정: 스마트폰이 뭐길래’를 오는 7월3일 단독 개봉한다고 밝혔다.
‘롯시에서 가볍게 즐기는 유튜브 무비’라는 슬로건을 내건 롯데시네마는 사내뷰공업과 협업을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국내 최초로 극장에서 선보이게 됐다.
‘다큐 황은정’은 1996년생 ‘얼짱’ 지망생 황은정(김소정)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시리즈 누적 2000만 조회수를 자랑한다. 2011년 중학교 3학년생이 된 황은정이 어머니께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철저한 현실 고증’을 통해 그렸다.
롯데시네마는 극중 배경이 되는 2011년 당시 물가를 적용, 7000원의 관람료를 책정했다.
롯데시네마는 또 일부 영화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지난 15일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점에서 몰입형 체험 공간인 ‘라이브 시네마’를 선보이고 있다.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영화관’을 뜻하는 ‘라이브 시네마’에서 관객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연기자와 함께 ‘롤플레잉 체험’을 한다.
관객과 연기자가 협동해 각 공간마다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는데, 영화관이라는 장소의 특색을 활용해 관객이 직접 스크린에 들어가 있는 듯한 ‘영화적 체험’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반응은 뜨겁다. 3~5명의 한정된 관객이 100분간 체험할 수 있는 ‘라이브 시네마’의 티켓 가격은 24만원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7월 주말 회차가 이미 매진됐다.
CJ CGV도 그동안 본 적 없던 형식의 영화를 선보이는 중이다.
배우 손석구가 주연하고, 현대자동차가 제작에 참여한 ‘밤낚시'(감독 문병곤)로, 13분 분량의 단편영화이다. 쇼트폼(짧은 동영상) 형식의 콘텐츠를 상영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티켓 가격도 파격적이어서, 1000원이다.
이에 쇼트폼처럼 빠르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취지로 ‘스낵무비’로 불리고 있다.
영화는 한 남성(손석구)이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겪는 의문의 사건을 그린 스릴러물로, 지난 14일 개봉해 25일 현재까지 3만305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관람했다.
당초 2주차 상영을 예정했지만, 관객 인기에 힘입어 기간을 연장했다. 금~일요일만 상영했던 1, 2주차와 다르게 3주차부터는 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 관객과 만난다.
“짧지만 강렬하고 신박하다” “천원의 행복” “상영시간, 관람료 모두 놀라움” “아쉬우니까 장편 만들자” 등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메가박스는 이번 달부터 세계 곳곳의 유명 미술관과 작품 및 예술사를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미술 강연 프로그램 ‘시네도슨트’ 시즌2를 시작했다.
지난달 마무리한 시즌1의 최고 좌석판매율이 80%에 육박했을 정도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화가로 변신한 배우 박신양이 강연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이 멀티플렉스가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것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통해 팬데믹 시대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불황을 이겨내고자 함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 패턴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영화를 보는 관념과 행태가 달라지면서 극장이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획기적인 방법이 나올 때까지 극장가가 여러 시도를 통해 꾸준히 변화해가려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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