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7월호의 커버 스타이자, 동시대를 사는 이라면 그 누구라도 단번에 고개를 끄덕일 패션 아이콘이죠. 최근 카이스트 특임 교수 임명 소식부터 피스마이너스원 론칭, 최초의 샤넬 아시아 남성 앰배서더 임명, 빅뱅이라는 거대한 궤적까지, 지드래곤은 다년간 수많은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며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가 깨부순 가장 큰 고정관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단연 옷에 얽힌 성별의 경계일 테죠. 그저 여성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패션 아이템이 지드래곤에게 가닿아 완전히 새롭게 피어나는 순간을 함께 만나볼까요?
국내 젠더리스 룩의 포문을 연 아이템이죠. 1994년 서태지가 〈발해를 꿈꾸며〉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치마 패션에 이어, 지드래곤은 지난 2011년 일찌감치 이를 소화해냈습니다. 그는 치마를 걸친 채 무대뿐만 아니라 공항과 각종 공식 석상을 누볐죠. 플리츠 스커트, 플레어스커트는 물론 셔츠나 트렌치코트를 레이어드해 치마처럼 연출한 데서 그의 남다른 감각이 엿보이네요.
자칫하면 노블해질 수 있는 아이템인 진주도 그의 손길을 거치면 달라집니다. 다양한 소재의 네크리스와 함께 레이어드하기도 하고, 가벼운 티셔츠나 니트 차림에도 진주를 포인트처럼 매치하기도 하죠. 목걸이 외에도 팔찌, 브로치 등 그의 진주 사랑은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듭니다.
코코 샤넬 이전에 트위드는 남성을 위한 소재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오늘날 샤넬의 트위드 재킷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룩을 완성해주는 아이템으로 거듭났지만, 본래 트위드는 튼튼한 내구성 덕분에 농부와 사냥을 즐기는 귀족들 사이에서 널리 향유되어 왔습니다. 여성복과 남성복 사이, 그 오묘한 경계를 오가는 다채로운 컬러와 실루엣의 트위드 재킷을 그는 누구보다도 절묘하게 소화해내죠.
브로치를 지극히 고리타분한 아이템이라 여기는 건 오산입니다. 그에게 브로치란 쿨한 뱃지나 다름없으니까요. 반짝이는 큐빅부터 클래식한 펜던트, 진주까지, 그의 취향은 한 가지에만 매몰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단 한 개가 아닌 여러 개의 브로치로 과감한 믹스매치를 즐기는가 하면, 트위드 재킷이나 셔츠처럼 조심스레 다룰 만한 소재에도 고민 없이 레이어링을 선보이죠.
궁극의 젠더리스 아이템이죠. 사이즈부터 실루엣까지 하나같이 여성에게 최적화된 백도 그는 마치 커스텀 백처럼 너끈히 소화해냅니다. 때론 여성들조차도 매치하기 어려워하는 골드 체인마저 룩에 자연스레 녹여내기도 하고요. 백의 컬러, 패턴, 소재에 전혀 구애받지 않은 채 말이죠.
지드래곤은 남자 네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장본인이라 할 수 있죠. 핵심은 투박함입니다. 네일숍에서 갓 나온 듯 깔끔한 라인이 아닌, 거친 일본 록 밴드의 손톱에 칠해져 있을 법한 반항미가 포인트죠. 그는 다양한 컬러를 믹스하는가 하면, 큐빅이나 패턴으로 한층 화려한 네일을 완성합니다. 샤넬의 CC 로고, 나이키의 스우시, 피스마이너스원의 데이지 등 브랜드 로고를 활용하는 센스도 빼놓을 수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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