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meme)이나 트렌드와 관련해서 ‘어떤 밈이 TV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면 그건 이미 유행이 지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인해 유행이 소모되는 기간이 극도로 짧아졌다는 것과 더불어, 유행이 시작되는 곳 역시 TV나 활자 매체와 같은 기성 미디어에서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와 같은 뉴미디어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음악 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쇼츠와 릴스, 틱톡의 유행과 맞물려 숏폼 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은 곡이 역주행해 각종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진짜 최신 유행곡, 인기곡을 알기 위해서는 음원차트가 아니라 숏폼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인터뷰의 주인공 규빈 역시 이런 숏폼 미디어를 통해 급격하게 그 이름과 음악을 알리고 있는 가수다.
17살 소녀 규빈이 부른 ‘Really Like You(리얼리 라이크 유)’는 25일 기준 릴스에서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 합산 약 25만 회 배경음악으로 사용됐으며, 가장 많이 플레이된 영상의 조회수가 약 4967만 회로 5000만 회에 육박하고 있다.
같은 시점 릴스에서 뉴진스의 신곡 ‘How Sweet(하우 스위트)’가 약 17만 2천 회, 에스파의 ‘Supernova(슈퍼노바)’가 약 8만 4천 회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는 것과 비교하면 규빈의 ‘Really Like You’가 얼마나 큰 인기를 얻었는지 보다 가늠하기 쉬울 것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규빈은 Z세대를 넘어 알파 세대 픽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음악을 음원 차트 상단에서 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상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규빈이 26일 발매하는 두 번째 싱글 ‘Satellite(새틀라이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시점 여자 솔로 가수 최고 유망주로 꼽히고 있는 규빈과 만나 신곡 ‘Satellite’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Satellite’에 대해 규빈은 “10대의 이면에 잠재한 혼란, 걱정 등에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듣는 사람마다 약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곡이다. 들을 때의 감정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듣는 사람도 그걸 염두에 보면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조금은 진중한 메시지를 담은 ‘Satellite’인 만큼, 마냥 밝고 즐겁고 사랑스럽던 ‘Really Like You’와 달리 음악적으로도 구성에 긴장감을 더했다.
규빈은 “벌스는 덤덤하게 부르다가 훅에서 점점 고조되고, 브릿지에서 시원하게 터져 나온다. 심심한 구석이 없는 다채롭고 신비한 곡이다”라며 “또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 중 가장 도전적인 노래다. 노래 자체도 그렇고 이끌어 가는 분위기도 그렇고 새롭고 도전적인 활동이 될 것 같다. 무대에서도 라이브와 퍼포먼스를 같이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사실 이미 ‘Really Like You’가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이번 곡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편이 안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규빈의 선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규빈은 “솔직히 ‘Really Like You’로 큰 사랑을 받아서 비슷한 결을 가야 하는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도 이번 활동에서는 ‘Really Like You’의 규빈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단순히 10대의 발랄하고 귀여운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이런 분위기 노래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것이 내 목표다”라고 신곡을 발표하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규빈이 지금까지 발표한 곡을 모두 즐겨온 팬이라면, 이 설명을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규빈이 지난 4월 발표한 김종완과의 컬래버레이션 곡 ‘Special(스페셜)’과 ‘Satellite’의 곡 분위기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묻자, 규빈은 김종완에 대한 깊은 감사를 먼저 꺼냈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김종완 선배님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입을 뗀 규빈은 “김종완 선배님과 컬래버레이션은 원래 더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던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차분한 감성의 발라드를 부를 예정이었는데, 김종완 선배님이 ‘Really Like You’를 부르는 것을 보고 미디움 템포의 곡으로 새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기존 곡을 엎고 완전히 새로운 곡을 쓴 것이 ‘Special’이다. 김종완 선배님이 프로젝트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져 정말로 너무 감사했다”라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Special’을 받아 들어보았는데, ‘Satellite’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또 놀랐다. 의도한 연결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운명적인 곡이라고 느꼈다”라고 ‘Special’과 ‘Satellite’를 만난 것을 기뻐했다.
물론 ‘Special’과의 연결점이 있다고 해서 ‘Satellite’가 규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명제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규빈은 ‘Satellite’의 이미지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줄 여러 장치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세르비아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다.
규빈은 “촬영하는데 날씨 운이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다. 무드가 있어야 하는 파트에서는 비가 오고, 밝은 분위기를 찍어야 할 때는 해가 쨍하고 떴다. 하늘이 돕는 것 같았다”라며 “사실 촬영하면서 고생도 많았다. 땅에 눕는 장면이 있는데, 그 주변이 온통 동물들의 배설물이기도 했고 10cm 힐을 신고 들판을 달리는 장면도 힘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스태프도 모두 고생했는데, 그만큼 결과를 얻은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두 번째로 ‘Satellite’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비장의 카드는 퍼포먼스다. 규빈은 이번 ‘Satellite’의 무대를 위해 16인조 백댄서와 함께하는 대규모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규빈은 “‘Satellite’를 그냥 음악만 들으면 스탠딩 마이크에 밴드 같은 느낌인데 안무가 있다. 나도 처음 봤을 때 너무 대단해서 깜짝 놀랐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최영준 안무가가 ‘위성’을 표현한 퍼포먼스를 구성해 줬다. 음악방송에서 출연하면 모든 무대를 핸드 마이크로 라이브로 소화할 계획이다. 하이라이트 구간이 라이브로 부르기 쉽지 않은 구간인데, 춤을 추면서 보여주는 게 나에겐 큰 도전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고, 빨리 보여주고 싶다”라며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규빈의 이런 도전과 자신감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전망은 매우 밝다. 앞서 말했듯이 규빈은 이미 ‘Really Like You’로 Z세대와 알파 세대의 원픽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기를 체감하고 있는지 묻자, 규빈은 “솔직히 진짜 현실인가 싶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차트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보고 있는데도 안 믿겼다.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고 해외에서 자꾸 내 노래를 가지고 올려주거나 하는 걸 보고 정말 감사했다. 내 노래를 즐기고 좋아해 준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물론 규빈은 통통 튀는 10대답게 감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기쁨도 만끽하고 있었다.
규빈은 “너무 놀라고 기쁘니까 차트에 진입한 화면을 프린트해서 방문에 다 붙여 놨다. 그냥 차트에 오르고 해외에서 인지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소중했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는 가수가 되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게 얼떨떨하고 실감이 안 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대만이나 일본에서 특히 인기를 많이 얻어서 지금부터 중국어와 일본어를 배워야 하나?’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규빈은 “10대 여자 솔로 가수가 오랜만이기도 하고 ‘Really Like You’가 내 매력과 함께 10대의 통통 튀는 이미지를 너무 찰떡같이 잘 표현해서 그런 것 같다”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아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닌 게, 규빈은 ‘Really Like You’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 정말로 진심이었다.
규빈은 “녹음할 때도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너무 신이 났다. 그런 모습이 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기분 좋게 하는 것 같다. 그런 진정성과 신나는 에너지가 느껴져서 더 잘 된 게 아닌가 싶다”라며 웃었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넘어 이런 통통 튀는 매력이 규빈을 최고의 기대주로 꼽는 이유라는 것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또 규빈 자신도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의욕이 충만해 있었다.
규빈은 “개인적으로 테일러 스위프트와 아이묭을 좋아한다. 그런 스타들처럼 대형 페스티벌이나 콘서트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자작곡도 연습하고 있어서, 이후 발매할 정규앨범이나 EP에 수록하려고 한다”라고 더 많은 재능과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그는 “일단은 이번 ‘Satellite’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고, 특히 국내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다”며 “오래오래 음악 하는 게 꿈이기도 하고, 틀에 갇히지 않은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 규빈이라는 가수를 들으면 폭넓은 이미지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그게 지금 가장 바라는 일이다”라고 덧붙여 오래오래 다양한 음악과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가수가 될 것을 약속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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