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 9명이 얽히고 설킨 어둠의 커넥션이 쉽게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시청자의 두뇌까지 한껏 자극하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마약 제조와 유통, 일상 깊숙이 침투한 신종 마약 등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담한 실험이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빈틈 없는 이야기와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로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배우 지성이 주연한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극본 이현·연출 김문교)의 이야기다.
‘커넥션’이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시청률도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5월24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5.7%(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출발한 드라마는 가장 최근인 지난 22일 11.1%까지 올랐다. 극중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극적인 긴장감이 높아진 덕분에 최근에는 기록 상승에 속도가 붙었다.
‘커넥션’은 성인이 된 고교 동창들이 마약 사건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지성은 가상의 한 지역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마약 전담반 형사인 재경 역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날로 활개 치는 악랄한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한 에이스 형사이지만, 드라마 초반 의문의 세력에 납치돼 신종 마약에 중독된 설정의 인물이다.
‘마약에 중독된 형사’가 주인공이라는 설정만 본다면 지극히 자극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를 설득시킨 건 다름 아닌 배우 지성이다. 신종 마약에 중독된 이후 주변 모두를 의심하면서 겉잡을 수 없는 미궁에 빠지지만, 지독한 금단 현상을 견디면서 범죄의 실체를 추적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설정과 전개가 반복되지만, 드라마 감상에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비현실을 현실로 연기하는 지성의 힘이다.
제작진 역시 마약을 다루는 만큼 접근 방식에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묘사나 표현은 극도로 자제하고, 마약이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또한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중독된 형사 재경이 그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더 초점을 맞췄다.
지성은 ‘커넥션’ 출연을 결정하고 ‘마약에 중독된 인물’을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15kg이나 감량했다. 마약 범죄를 추적하는 형사인 동시에 신종 마약에 중독된 극과 극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분명 한 명의 인물을 연기하지만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이도록 하는 다채로운 표현을 위한 과정이기도 했다.
지성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마약에 중독된 나, 마약을 이겨내려는 나, 중독된 상태를 즐기고 싶은 나까지, 여러 상황을 구분하고 혼란스럽게 싸우는 과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커넥션’은 자신을 마약 중독에 빠트린 의문의 세력을 추적하는 형사 재경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삼아, 그 사건을 둘러싼 고교 동창생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의 비밀을 곳곳에 배치해 극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지성을 중심으로 지역 신문사의 기자 윤진 역의 전미도, 막강한 검찰 권력을 휘두르면서 사건을 은폐하는 검사 태진 역의 권율,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수하에 두고 범죄를 저지른 유력한 기업의 후계자 종수 역의 김경남, 윤진과 사건을 추적하는 보험설계사 주송 역의 정순원까지 누구 한 명 빠짐없이 역할에 녹아든 노련한 연기력을 과시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총 14부작인 ‘커넥션’은 앞으로 4회 분량의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다. 쉼 없이 이야기를 펼쳤지만, 아직 풀어야 할 비밀은 여전히 베일 속이다. 향후 시청률 상승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먼저 지성에게 의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닥터’의 정체가 의문을 키운다. 마약 제조범으로 의심되는 닥터는 ‘커넥션’의 이야기를 시작한 또 다른 인물 준서(윤나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푸는 결정적인 열쇠다.
또한 준서 사망 사건에 대한 진실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과연 고교 시절부터 이들 동창들에게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고 ‘용서’를 구하려는 이의 죽음과 그에 얽힌 마약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커넥션’에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유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