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처음 선보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새 시즌 개막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됐나
뉴욕대를 졸업한 다음날 서울에서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 연습을 시작했으니 12년째다. 서울은 공연 등 일정이 있을 때 찾는 편이고, 뉴욕에 머물면서 브로드웨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원조 올리버’ 정욱진 배우가 함께하는 한편, 박진주 배우 등 새로운 얼굴도 많다. 이전 공연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음악이나 대사가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3년 만에 참여한 연습이다 보니 배우들에게 지문에 담기지 않은 서브 텍스트나 대사 의도를 설명하면서 스스로도 작품 의미를 다시 상기하는 중이다.
올가을엔 브로드웨이에 입성한다. 소극장에서 시작한 한국 창작 뮤지컬이 1000석 규모의 극장에 진출하는 건 최초인데
정말 감사하고 큰 행운이다. 8년 전, 뉴욕 낭독 공연 직후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드와 손잡고 2020년 애틀랜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다. 그해 가을 브로드웨이에 입성할 계획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지연됐는데, 10월 17일 ‘벨라스코 시어터’에서 정식 개막한다.
브로드웨이 제작진이나 출연진과 케미스트리는 어떤가. 드라마 〈글리〉의 블레인 앤더슨 역으로 알려진 대런 크리스가 올리버 역을 맡았는데
연출가 마이클 아덴을 비롯해 제작진과 출연진이 같은 또래여서 잘 뭉친 것 같다. 대런 크리스는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다. 캐스팅 직후 먼저 연락해 오거나 녹음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제작 환경과 한국이 다른 점은
일찍이 공연 산업화를 이룬 미국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체계적인 시스템은 좋은 점도 있지만,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합이 되레 여러 제약을 불러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창작에 폭발적 원동력이 될 때도 있다.
데뷔작부터 세 작품을 연달아 협업한 작곡가 윌 애런슨의 반응은 어땠나. 업계에선 ‘윌휴 콤비’로 불릴 만큼 각별한 사이로 알고 있다
우리가 같이하지 않았다면 이루지 못했을 일이라 서로에게 감사했다. 둘 다 좋은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뿐이다.
〈어쩌면 해피엔딩〉부터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까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계속해서 만드는 이유는
아직 나와 다른 인물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없다. 반면 윌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더라. 인생의 모든 운을 창작 파트너 윌을 만나는 데 다 써버린 것 같다(웃음).
팟캐스트 〈커튼콜〉에 출연해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한다면 이건 축복일까, 저주일까’라는 생각으로 〈일 테노레〉를 썼다고 했다. 그 해답을 찾았나
축복이자 저주인 것 같다. 〈일 테노레〉의 경우 ‘꿈을 이뤄야만 가치 있는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쓴 건 아니다. 꿈이 있든 없든, 그 꿈을 이루든 실패하든 간에 도전하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감내하는 게 인생이고, 인생이란 비극적이지만 딱 그만큼 아름다운 것 같다.
문예 창작과 미술을 전공한 뒤 대중가요 작사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삶의 다양한 경험이 작품을 만드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
작가라는 직업이 재밌는 이유는 모든 경험이 작품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 가지를 집중해서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런데 첫 작품을 하면서 ‘그동안 먼 길을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 일을 하기 위해서였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관객에게 꼭 공연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 준다면
모든 걸 손안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나와 공연을 본다는 건 태블릿으로 보는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일 거다. 극장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공기를 나눠 마시고 내가 누구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 무대 위 배우들을 통해 재확인받을 수 있는 경험을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계획은
올여름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로 연출 데뷔를, 연말엔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 초연을 앞두고 있다. 그 후엔 윌과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단편영화를 제작하려고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