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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폭소보다 실소를 유발하는 ‘핸섬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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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가이즈
이성민(왼쪽)·이희준 주연의 코믹 호러물 ‘핸섬가이즈’가 26일 개봉한다./제공=뉴(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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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와 실소는 엄연히 다르다. 폭소와 달리, 실소는 거듭될수록 뒷맛이 개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내가 저걸 보고 웃고 있나’ 싶은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따라서 코미디물이라면 당연히 폭소를 지향하되 실소는 지양해야 한다.

26일 개봉하는 ‘핸섬가이즈’는 공포영화의 외피를 둘러싸고 있지만, 코미디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악령이 갇혀있는 숲속 외딴집을 배경으로 피칠갑과 사지절단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주인공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와 극적 설정이 웃음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하기 때문이다.

험상궂은 외모의 시골 노총각이지만 서로를 섹시가이와 터프가이로 굳게 믿고 사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새 보금자리인 숲속 외딴집으로 이사가던 중 ‘성빈'(장동주)과 ‘미나'(공승연) 일행이 치어죽인 도로위 염소 사체를 수습하고, 이 모습을 목격한 경찰 ‘최소장'(박지환)과 ‘남순경'(이규형)은 두 사람이 사람 시신을 수습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미나’는 ‘재필’과 ‘상구’의 집 인근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자신을 대하는 ‘성빈’의 속마음을 알게 된 뒤 별장 인근을 배회하다 강물에 빠지고 ‘재필’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성빈’은 ‘미나’가 자신의 추잡스러운 비밀이 담긴 핸드폰을 가져간 것으로 오해하고 ‘미나’를 찾아나서는데, 하필이면 이 때 ‘재필’과 ‘상구’의 집 지하실에 봉인돼 있던 악령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캐릭터와 설정은 바교적 익숙하다. 원작인 ‘터커 & 데일 Vs 이블’부터 어른들의 눈을 피해 놀러간 별장에서 살인마에게 치례로 희생당하는 청춘남녀 등 슬래셔 호러의 오랜 클리셰들을 코믹하게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덤 앤 더머’의 분위기를 더해 주인공인 두 남성 캐릭터의 얼간이같은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 숲속 외딴집에서 벌어지는 악령과의 사투는 ‘이블 데드’ 등에서 빌려와 새로 가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코미디에 오컬트·스플래터·슬래셔 등 공포영화의 다양한 하위 장르들을 뒤섞는 시도가 나름 가상하다. 성공의 관건은 새로울 게 하나도 없는 재료들을 우리 식의 양념을 뿌려 얼마나 잘 버무렸느냐에 달려있는데, 안타깝게도 ‘핸섬가이즈’는 시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실소를 안겨주는데 그친다.

우선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수록 그 안의 인물들은 최대한 시치미를 뚝 떼고 진지하게 연기해야 웃음의 강도가 올라가지만, ‘핸섬가이즈’ 속 인물 대부분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관객을 웃기려 한다. 이를테면 ‘SNL’의 단편적이 콩트 연기가 거의 모든 출연진에 의해 1시간 41분 동안 계속된다는 얘기다. 보는 처지에서는 헛웃음을 짓다 빨리 지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연기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시퀀스가 웃음 유발에만 치중하다 보니 줄거리의 흐름이 툭툭 끊긴다. 이 같은 류의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건·사고가 눈덩이처럼 서서히 불어나 수습이 불가한 수준까지 커지는 걸 봐야 가장 재미있는데, 시퀀스 사이의 연결이 헐거워 감흥이 덜하다.

비슷한 톤 앤 매너를 지닌 한국 영화로 지난 2004년에 개봉했던 ‘시실리 2㎞’가 있다. ‘핸섬가이즈’를 관람한 뒤 ‘시실리 2㎞’를 보면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적어도 이 장르에서는 만듦새 등의 수준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걸 실감할 듯싶다. 15세 이상 관람가.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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