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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두광 머리’ 완성한 그가 생각하는 “VFX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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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맥스무비와 인터뷰를 한 스튜디오하이 정재훈 대표. 사진제공=스튜디오하이
최근 맥스무비와 인터뷰를 한 스튜디오하이 정재훈 대표. 사진제공=스튜디오하이

“처음에 김성수 감독님이 당황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직원이 7명밖에 되지 않는 회사에서 200억원 넘는 대작의 CG(컴퓨터그래픽)를 맡는다는 게 사실 말이 안되긴 했지만요.”

지난해 ‘1000만 흥행’을 거둔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의 CG를 맡은 스튜디오하이의 정재훈 대표가 영화 작업을 맡을 당시를 떠올리며 웃으면서 한 얘기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전두환과 하나회가 일으킨 군사반란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출발한 작품이다. 황정민 정우성이 주연하고, 김성수 감독이 연출을 맡아 131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40여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과거의 사건과 인물에 빨려들게 만든 영상기술도 주목을 받았다. 이를 가능케 한 CG를 스튜디오하이에서 완성시켰다.

‘서울의 봄’의 흥행 이후 바쁘게 지내다가 최근 여유가 생긴 정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의 봄’은 원래 다른 회사에서 작업하다, 후반부에 저희가 맡아 작업했다”며 “슈퍼바이저마다 작업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방식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감독님의 섬세함과 집요함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물을 보고서는 ‘해냈다’란 생각에 만족했다”고 돌이켰다.

●’전두광 머리’ 때문에 칸 영화제 출품도 포기

‘서울의 봄’의 CG컷은 2500컷 넘는 영화의 전체 분량에서 40~50%를 차지한다. 영화에서 공들인 장면은, 반란군이 거사를 도모한 30경비단 구현과 2공수부대의 회군 장면, 반란군과 진압군의 광화문 대치 장면, 그리고 전두광(황정민)의 머리였다.

정 대표에 따르면, “1979년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닌 1979년으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김성수 감독의 주문에 위성사진과 ‘대한뉴스’ 같은 영상 보도물, ‘철수와 만수’ 포함 1970년대 영화 70~80편 등 방대한 자료를 통해 그 시대를 사실적으로 구현하려 했다. 여기에 ‘반란군과 진압군이 왜 그렇게 움직였을까’를 파악하기 위해 드론까지 띄워 그들의 동선까지 확인하는 정성을 쏟았다.

특히 전두광의 머리는 김성수 감독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핵심 인물이자 동력, 군사반란의 상징적인 인물인 전두광의 머리 하나 작업을 위해 김성수 감독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와 토론토 국제영화제 출품을 포기할 정도로 타협이 없었다. 정 대표는 개봉을 두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8월말까지 전두광의 머리 작업에 매달렸다. 황정민을 모델로 전두광의 머리를 3D로  제작, 이를 중심으로 매컷마다 리터치를 해야 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민머리 분장을 한 황정민(왼쪽).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에서 민머리 분장을 한 황정민(왼쪽).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우리의 목표는 관객이 CG인지 아닌지 몰라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CG 잘했네’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실패라고 생각했죠. 전두광의 머리는, 어찌나 부담이 됐는지, 꿈에서라도 1979년으로 가서 가발을 씌워주고 싶을 만큼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개봉하기 전까지 영화를 보면 황정민 선배 머리밖에 안 보였어요. 개봉날 첫회를 극장에서 봤는데 그제야 황정민 선배 머리를 안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꿈은 영화감독”…연 300편 보는 ‘영화광’

정 대표는 ‘영화광’이다. 일과 관계없이 1년에 300여편을 보고, 일을 할 때에도 작품과 관련해 50~100편을 챙겨보는 편이다. 고교 시절 그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영화과 지원에 실패해 공대에 진학을 했지만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CG 공부했고 졸업 후에 VFX(시각특수효과) 업계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표 VFX회사 중 한 곳인 매드맨포스트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정 대표는 매드맨포스트, 미디어엘 등의 회사를 다니며 ’26년’ ‘끝까지 간다’ ‘범죄도시’ ‘곤지암’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한산: 용의 출현’ 등 다수의 작품을 작업했다.

그러다가 ‘곤지암’과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의 제안으로 2022년 3월 설립된 자회사 스튜디오하이의 대표이사를 맡아 애니메이션 감독인 홍인표 대표와 함께 경영하고 있다. 스튜디오하이는 영화 및 드라마 VFX와 애니메이션 제작을 중심 사업으로 전개하며, 2023년 말 기준 VFX 사업 부문 50명 포함 임직원 수가 60여명에 달할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정 대표는 국내의 VFX 인재들이 글로벌에도 통하는 능력을 갖추고도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스튜디오하이를 미국의 ILM 또는 웨타FX처럼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회사로 키워내고 싶은 바람이다.

“기술력 측면으로는 미국과 큰 차이가 없어요. 미국에서 10명이 할 일을 한국에서 1명이 하니까 개인의 역량만 따진다면 오히려 우리나라 친구들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 시장 자체가 작고 제대로 산업화하지 못해서 대우는 그에 훨씬 못 미치죠. 스튜디오하이가 VFX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제작 등 사업을 다양화하려는 이유입니다.”

●”VFX 잘하고 싶다면 영화·드라마 많이 봐야”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면서 VFX 등 제작 기술 및 인력들도 주목받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VFX 인력들도 늘고 있고, 관련 분야에 지망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정 대표는 VFX의 길을 걷고자 하는 미래의 영상 꿈나무들에게 “VFX의 기능은 사실적인 표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 연출의 의도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콘텐츠의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움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 먼저 기존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야 해요. 다시 말해 영화든 드라마든 많이 봐야 해요. 많이 보면 연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덩달아 VFX 작업량도 훨씬 줄어들죠. 그곳이 곧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길이고요. 저는 VFX 분야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한 많은 작품을 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스튜디오하이는 지난해 ‘서울의 봄’ 외에 VFX 작업을 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와 드라마 ‘무빙’ ‘고려거란전쟁’ ‘경성 크리처’ 등을 선보였고, 올해 하반기 영화 ‘보통의 가족’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 라희찬 감독의 영화 ‘보스’와 황병국 감독의 영화 ‘야당’, 추창민 감독의 ‘탁류’, 홍자매 작가의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등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정재훈 대표가 '서울의 봄' VFX 슈퍼바이저를 맡았다. 사진제공=스튜디오하이
정재훈 대표가 ‘서울의 봄’ VFX 슈퍼바이저를 맡았다. 사진제공=스튜디오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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