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박보검 |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비현실적으로 착하다. 완전 무결한 사람은 없다는 진리도 배우 박보검 앞에서는 무색해진다. 착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배우로서나 한 인간으로서나 선한 박보검의 나날들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싶다.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박보검은 극 중 의식을 되찾고 혼란을 겪는 태주를 연기했다. 박보검은 “보고 싶은 사람을 영상으로 복원시켜 만난다”는 소재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분량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박보검은 “이런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면 닿을 수 없는 외로움을 회복시켜주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던지면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시나리오에 비어있던 정인이 식물인간인 태주를 ‘원더랜드’에 복원시킨 이유는 상상으로 메웠다. 박보검은 “두 사람이 얼마큼의 관계이기에 정인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했을까 궁금했다. 극 중 다른 가족 관계만큼 관객들이 태주와 정인의 관계성에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했다. 박보검이 찾은 해답은 두 사람 모두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준 연인이라는 설정이었다. 박보검은 “서로한테 서로밖에 없는 존재로 설정하고 연기하려고 했다. 감독님이 편한 대로 연기를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전 작업부터 다 같이 한 느낌이다”라고 했다. 태주와 정인의 오랜 연인 ‘케미’를 위해 사전 미팅으로 수지와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박보검은 “태주와 정인이의 전사가 영화에 담기지 않으니 수지 씨에게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 사진들이 영화에 활용된 것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박보검은 이번 영화를 통해 AI 태주와 현실 태주, 1인 2역 연기를 해야 했다. 그는 두 역할의 차이점을 분명히 두고 연기하려고 했단다. 박보검은 “AI 태주는 정인이와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보니까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현실로 돌아온 태주는 감독님께서 이상하게 보였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의식을 찾은 뒤 혼란스러워하는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괴리감을 느끼면서 연기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보검이 태주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수지와의 호흡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진짜 연인과 같은 분위기를 만나기 위해 수차례 수지와 만나며 자연스럽게 ‘케미’를 쌓아갔고, 이는 영화게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다. 특히 박보검과 수지는 각자 태주와 정인에 몰입해 디테일을 추가하기도 하고, 함께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오랜 연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에 대해 박보검은 “시간이 지나서 비하인드를 보니까 즐겁게 촬영한 게 보이더라”면서 “수지 씨는 또 한 번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들 중 한 명”이라면서 수지와의 연기호흡에 대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보검과 인터뷰하는 내내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 투성이었다. 인터뷰 전에 참석한 기자들의 출석체크를 부르지를 않나, 사소한 만남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억해 기자들을 놀라게 하질 않나. 또 인터뷰 내내 맑은 눈으로 선한 아우라를 뽐내는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원더랜드’의 AI 태주가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말이다. 정말 무결한 사람은 없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박보검의 선함은 어떻게 보면 인간미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박보검의 이러한 성격은 타고난 본성에 노력까지 더해진 결과물이었다. 공감 능력을 잃고 싶지 않다는 박보검은 “공감하지 못하면 제가 연기함에 있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확신이 안 들 것 같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공감하려고 한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것들이 느껴졌다면 성공인 거고. 오히려 감사한 거다. 공감능력뿐만 아니라 감수성을 잃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박보검은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시험에 드는 일도 많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약간의 포인트만 바꿔도 마음 가짐이 달라진다”라고 했다. 사소한 행복을 느끼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굳이 부정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는 것, 그것이 박보검이 감수성과 선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군대에 복무하는 동안 사소한 것들에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박보검은 “날씨만 좋아도 행복함을 느낀다. 녹색 어머니회만 봐도 소중하더라. 또 그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전에는 상대방이 편안하면 저도 편안한 사람이었다. 물론 그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에 여유가 많아야 다른 것들을 돌볼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다”면서 “외부에 있는 시선을 나로 돌려서 나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해 주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렇듯 박보검은 날씨만 좋아도, 또 나무가 흔들리는 것만 봐도 행복하고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었다.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그때의 행복한 기억으로 다시 작업해보고 싶다고 말할 때, 행복이 배가 되는 이유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박보검의 그 성장이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으로 다가올지,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원더랜드’, 더블랙레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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