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36·흥국생명)이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8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경기가 열렸다. 한국 여자배구의 상징적 존재인 김연경은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은퇴 경기가 3년 미뤄졌다. 그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생활을 모두 마무리한다. 김연경이 마지막 태극마크를 달고 치른 이 경기에는 약 6000명이 입장했다.
김연경은 경기 뒤 가진 은퇴식에서 “많은 분과 은퇴식을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태극기를 달고 참 오랫동안 뛰었다. 태극마크를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많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 계신 모든 분과 선배님들이 없었다면 여자배구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김연경은 전광판에 띄운 헌정 영상을 보며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김연경은 전세계 수백만 명의 훌륭한 롤 모델이자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그가 한국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것을 보고 모두가 슬퍼할 것이고, 그의 에너지와 헌신을 그리워할 것이다. 다른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롤 모델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응원했다.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도 “대한민국 배구가 김연경을 보유했다는 것이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우리나라 배구 발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 생활을 했던 동료들도 은퇴식을 가졌다. 도쿄 올림픽 4강 멤버 양효진(현대건설)·김수지(흥국생명), 런던 올림픽 4강 멤버 한송이·김사니·이숙자·임효숙·한유미·김해란(이상 은퇴)·황연주(현대건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멤버 이효희(은퇴) 등 10명이다.
한편 이날 경기는 김연경이 이끄는 ‘팀 대한민국’과 그의 절친 양효진의 ‘팀 코리아’가 맞붙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비록 공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선수들은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다. 김연경은 이 경기에서 13득점을 기록하며 70대 60으로 ‘팀 대한민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겨레 박고은 기자 /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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